아무튼, 메모 - 이것으로 나의 내일이 만들어질 것이다 아무튼 시리즈 28
정혜윤 지음 / 위고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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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마니아로서 받아들고 환호의 비명을 질렀던 책, 정혜윤 작가의 <아무튼, 메모>! 외출시마다 다이어리와 아이디어 노트, 필사 노트 등 굳이 무거운 노트들을 꼭 챙기는 사람으로서 메모에 대한 책이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신이 났었다. 게다가 저자가 정혜윤 PD라니. 그의 책들은 나의 독서 생활에 큰 지침이 되어주었음은 물론, 선택의 기로에 놓였을 때 ‘어느 쪽이 변화의 편이야?‘를 묻고 나아간다던 그의 말은 읽은 이후 줄곧 마음에 새기고 있다. (<깨끗한 존경> 인터뷰에 수록되어 있다.)



총 2부로 이루어져있는 이 책은 전반부에서는 메모의 의미와 가치, 메모와 관련된 일화들을 다루고 후반부에서는 저자의 메모들을 소개하고 있다. 나는 기록은 하되 기억은 못하는 사람이라, 저자가 인용하는 수많은 책 속의 구절들을(전작을 읽을 때와 마찬가지로) 입을 떡 벌리며 읽었다. 그러나 내 시선이 가장 오래 머무른 부분은 보르헤스의 기가막힌 문장도, 마거릿 애트우드의 어마어마한 시도 아니었다. 바로 ‘메모는 삶을 위한 예열 과정이고, 가장 좋은 것은 삶으로 부화해야 한다‘는 문장에서였다.



결국 저자가 메모를 빌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더 나은 삶‘이다. 저자가 낙관주의자이기 때문이 아니다. 이는 그가 스스로의 실수와 한심함을 인지할 때마다 ‘그러므로 더 나아질 수밖에‘ 없음을, 세상의 온갖 불합리함과 슬픔을 목격할 때마다 ‘그러므로 세상은 더 좋은 모습이어야‘ 함을 주지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결국 독서도 메모도 전부 ‘더 나은 삶‘을 위한 발판이 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저자의 선언은 나로 하여금 ‘나는 왜 기록을 하는가‘, ‘나는 왜 책을 읽는가‘와 같은 질문을 던지게 했는데, 이에 대한 내 대답은 너무나 초라했다. 나는 나를 위해서 읽고 기록한다. 아, 이제는 거기서 더 나아가야 함을 안다. 일단은 더 나은 내가 되는데 힘쓰도록 하겠다. 좋은 책을 읽고 난 뒤 순간의 고양된 감정때문에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하는 말이다.



정혜윤의 책은 항상 나를 배우게 한다. 독자를 능동적인 행위자로 만드는 힘이 있는 책. <아무튼, 메모>가 바로 그런 책이다. 메모에 관한 책인데 이 책을 읽으면서 어마어마한 밑줄과 메모를 했다는 것도 아이러니한 덤! 이 책을 <아무튼, 술>이래로 가장 즐겁게 읽은 아무튼 시리즈의 책으로 선정한다. 도장 쾅!



www.instagram.com/vivian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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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0-03-20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거 전자책으로 샀는데 님 리뷰 보니 종이책으로 살 걸, 후회중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