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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히 프롬 - 사랑의 혁명을 꿈꾼 휴머니스트 클래식 클라우드 15
옌스 푀르스터 지음, 장혜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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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를 대표하는 사상가 에리히 프롬의 발자취를 21세기의 독일 사회심리학자 옌스 푀르스터가 따라간다. 저자는 서문에서부터 인간은 너무나 변화무쌍하며 모순적인 존재라는 것을 명확히 한다. 어떤 인간도 불완전성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그리하여 그는 프롬의 사상이 담긴 저서에 국한하여 프롬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조명해보겠다고 선언한다. 이 서문은 자신의 기억과 판단이 자칫 프롬의 본 모습을 흐리게 될지도 모른다는 염려와 그럼에도 최대한 충실히 적어보겠음을 다짐하는 글로 읽혔다.



나의 경우 프롬의 저서는 <자유로부터의 도피>와 <사랑의 기술> 두 권을 읽어보았는데 명료하게 쓰여져 이해하기에는 어렵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프롬이 ‘명확한 표현의 대가‘였으나 ‘구체적인 행동 요령을 알려주지 않는 모호함‘을 띄고 있었음을 짚어낸다. 이를테면 ‘성숙한 사랑은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받는다(<사랑의 기술>)‘는 프롬의 말은 직관적으로 이해가 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해야 하는지 실천 방법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때로는 방향을 제시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해석과 실천은 자유로운 것이니. 실제로 사회심리학자로 일하는 저자는 상담을 받으러 오는 내담자에게 종종 <사랑의 기술>을 권하기도 한다고.



이 책이 저자 옌스 푀르스터 박사와 그의 친구 만프레트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주관적인 견해에 매몰되지 않으려는 저자의 노력이 느껴지는 것은 물론,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프롬과 그의 이론에 대한 상반된 견해를 접할 수 있어 재미있다. 특히 책의 전반부와 후반부에 언급되는 <소유냐 존재냐>에 대한 두 사람의 논의는 물질주의가 만연한 지금, 프롬의 저서를 어떻게 이해하고 적용해야 할 것인지 실마리를 던져준다. 저자의 경우 실제로 <소유냐 존재냐>를 읽고 인생이 바뀌었음을 고백한다. (실제로 저자는 프롬의 이론을 바탕으로 <소유와 포기의 심리학>이라는 책을 집필하기도 했다. 읽어봐야지!)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중 첫번째 외국인 저자의 책이기도한 <에리히 프롬 X 옌스 푀르스터>. 너무나 탁월한 저자 선택 아닌지. 지금까지 읽었던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중 가장 명료하고 명쾌했다. 또한 프롬의 저작 세 권에 집중하여 그의 생애와 이론을 풀어나가는 에세이라, 실제로 프롬의 책을 병행해서 읽으면 더욱 깊이있는 독서가 가능할 것 같다. 마지막의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마무리까지 아주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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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와 늑대 - 괴짜 철학자와 우아한 늑대의 11년 동거 일기
마크 롤랜즈 지음, 강수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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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살의 철학과 교수 마크 롤랜즈는 (96% 늑대개라고 속여야만 했던) 늑대 브레닌을 삶에 들이게 된다. 이 책은 그가 11년간 브레닌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지냈던 시간의 기록이자 영장류인 그가 늑대 형제로부터 배운 철학에 대한 이야기다.



비록 동물과 친하지 않은 나지만, 책을 읽으면서 저자와 브레닌의 관계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영악한 영장류와 순간을 사는 늑대의 조합이라니! 매일 몇시간씩 같이 달리고(그와중에 저자가 알파수컷의 자리를 내어주어서는 안되기 때문에 강도 높은 헬스를 병행했다는 사실도 웃기고 놀라웠다.), 함께 강의를 하고(저자가 강의를 하는 동안 브레닌은 얌전히 교실에 있고), 급기야 도시로부터 벗어나 한적한 시골에서 자유롭게 평화와 고독을 만끽하기까지 하는 그들(저자가 브레닌이 제압한 침입자를 보고 ‘아니 이 새끼가 브레닌을..!‘이라고 먼저 생각했다는 장면은 킬링포인트.). 정말로, 저자와 브레닌은 형제였다.



철학자인 저자가 브레닌과 함께하며 성찰한 내용들도 책 곳곳에 스며들어있다. 무엇보다 인간과 늑대는 다르게 시간을 경험한다는 구절이 인상적이었다. 인간이 ‘시간의 피조물‘이라면 늑대는 ‘순간의 피조물‘이라고.(테드 창의 ‘네 인생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영화 <Arrival>의 원작 소설.) 영락없이 과거와 미래에 묶여 살아가는 인간. 인간은 시간을 선형적으로 경험하며 목표를 설정하고 나아간다. 하지만 저자는 그 목표가 삶의 의미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목표를 달성하는 순간 삶의 의미를 잃어버리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그러니까 목표 달성과 함께 삶을 끝낼 것이 아니라면, 우리는 브레닌으로부터, 늑대로부터, 순간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한다.



물론 저자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은 저자와 늑대 브레닌의 여정을 함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다. 무엇보다 저자가 당시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서술하고 있어 재미있다. 이를테면 ‘그 당시 나는 늑대에 가까웠다‘, ‘알콜 중독자 교수와 늑대 한 마리‘라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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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경비원의 일기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20
정지돈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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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 핀시리즈 소설선 스무 번째 작품, 정지돈의 <야간 경비원의 일기>. 블로그에 쓴 일기 형식의 이 글은 ‘읽기‘는 쉽다. 그러나 ‘소화하기‘는 다소 난해하다. 주인공은 야간 경비원으로 일하는 대학원생이며 그가 쓴 일기가 이 소설 <야간 경비원의 일기>다.



도시의 빌딩에서 분명히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야간 경비원으로 일하는 주인공. 그의 동료 조지훈은 해킹을 통해 도시를 점령하려는 야심찬 꿈이 있다. 또한 대학에서 알게된 친구 기한오와 독서모임에서 만난 이성복, 에이치도 주인공의 일기에 자주 등장한다. 그들은 문학과 영화, 시에 대해 이야기한다.



문화를 적극적으로 향유하는 소위 ‘문청‘이자(본인은 부정하고 싶겠지만), 희망이리던지 미래라던지 하는 것들과는 별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주인공. 요즘 청년 세대의 모습(..나?)이 겹쳐져서 흥미롭게 읽었다. 결말에 이르러 조지훈의 해킹 시도는 좌절되고 만다. 도시는 아무런 변화 없이 잠잠하다. 결국 이 소설을, 주인공의 일기를 지배하는 것은 허무와 우울이다.



책의 말미에 해설이 아니라 <야간 경비원의 일기>에 이은 <키토에서>라는 박솔뫼의 소설이 해설 대신 들어간 점이 기억에 남는다. 그야말로 이 소설에 걸맞는 해설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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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불행을 선택하세요
데이나 슈워츠 지음, 양지하 옮김 / 오월의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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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2020년 미국에 거주하는 여성의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을 함께 경험하고 싶은가? 듣도 보도 못한 ‘게임 형식‘의 책이 궁금한가? 바로 여기 있다! 데이나 슈월츠의 자전적 경험이 반영된 소설, <당신의 불행을 선택하세요>! 첫 장의 선택지를 지나 휙휙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당신은 데이나가 되어있는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책의 구조 이야기를 안할 수 없다. 이토록 참신할수가. 나는 각각의 선택지에 따른 페이지를 적어두기만 하고 모조리 한 번에 읽어나가는 방식을 선택했는데 어떤 방식으로 이 게임에 참여할 것인지는 독자의 몫일 것 같다. 일단 한 번 시작하면 이 개미지옥에서 절대 빠져나올 수 없을 것이다. 어떤 항목에서는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며 윤회를 거듭하듯 생지옥을 반복해야하니까.



저자 데이나 슈월츠는 1993년생 미국 여성이다. 그녀는 과연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이 책은 ‘페미니즘이 구현되고 있다!‘고 떠들어대는 미국의 언론 및 일부 사람들에게 먹이는 강펀치와도 같다. 정말 데이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가? 그녀는 유리천장의 존재 없이 자기 자신의 능력만으로 남성과 동등하게 대우받는가? 아 글쎄.



책을 읽으며 ‘굳이 그래야돼?‘, ‘둘 다 선택하고 싶지 않아!‘, ‘아 끔찍해! 이건 아니야!‘를 수없이 외치고 실제로 책 귀퉁이에 휘갈겼다. 물론 저자가 나와는 다른 문화권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겠지만 뭐랄까,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여성이라면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보편적인 무엇인가가 있다. 그러니까 당신이 다른 사람에게 보여질 것을 생각하며 밥을 굶은 경험이 있다면, 대중문화와 미디어에서 어린 소녀들에게 끊임없이 주입하는 판타지에 자신을 대입해 상상해 본 적이 있다면!



제목에 걸맞게 하나 하나 선택을 할수록 점점 절망에 가까워지는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책 속 데이나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 결과는 당신이나 데이나가 충분히 현명하지 못했기 때문일까? 아, 아니다. 이것은 데이나나 독자의 문제가 아니다. 이 불행들은 ‘페미니즘이 구현되고 있다‘는 말이 헛소리임을 드러내주는 명백한 지표다. 한 여성이 잘못된 선택을 해서 야기된 불행이 아니라는 말이다. 책임은 개인에게 있지 않다.







(* 서평단 활동으로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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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 - 유쾌하고 신랄한 여자 장의사의 좋은 죽음 안내서 시체 시리즈
케이틀린 도티 지음, 임희근 옮김 / 반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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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이 되자마자 화장장에 취직한 한 여성이 있다. 이 책은 그녀가 6년동안 장의업계에서 일하며 직접 겪은 시체와 죽음과 장례에 대한 이야기다. 어린시절 목격한 죽음과 그때부터 시작된 죽음에 대한 집착이 그녀를 장의업계로 이끌었다. 아무튼 책 속 저자의 여정은 취직 첫 날 한 남성 시체를 면도하면서 시작되는데, 결국 ‘좋은 죽음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우리를 이끈다.



죽음을 대하는 태도나 장례 절차는 문화권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일단 이 책은 북미지역에서 장의사로 일하는 여성의 경험담이므로 우리로서는 다소 낯선 절차도 있다. 이를테면 시체를 방부처리하여 내보이는 참관절차라던지. 그러나 죽음을 터부시한다는 면에서는 북미지역이나 한국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나는 그동안 유족으로서 장례 절차를 가까이에서 경험할 때마다 죽음이 갑작스럽고 생경한 것으로만 여겨져 매번 화들짝 놀라곤 했다. 마치 죽음이라는 걸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이!



그러니까, ‘죽음은 감취져야 하는 것이 아니라 널리 알려져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가까운 이의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어렵다면 나의 죽음을 생각해보자. 사실 죽음 이후의 장례 절차는 죽은 사람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산 사람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 같지만… (아, 어떤 이들에게 장례는 비즈니스다. 본질에서 점점 멀어져 상업적으로 변질되어가는 장례 문화를 생각해보라.) 어쨌든 죽음이 낯선 것이 아니라는 것, 두려운 것이라면 있는 그대로 보고 두려워하라는 것. 그게 내가 이 책을 읽고 느낀 것들이다.



사실 이 책은 엄숙하고 무거운 것과는 거리가 멀다. 상당히 유쾌하고 재미있다. 저자가 매일 시체를 마주하고 태우며 죽음을 가까이하는 하루하루는 희극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저자는 상당히 괴짜같은 면모를 지니고 있는 사람인데 그 매력이 페이지마다 묻어나있다. 아, 이 책은 뒷표지의 문구처럼 정말 ‘악마적으로 웃긴 에세이‘가 분명하다! 또한 저자는 ‘the order of good death‘라는 이름으로 페이지와 유튜브 채널도 운영중이라고 하니 관심있는 분들은 한 번 들어가 보시는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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