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스 코드: 더 비기닝
빌 게이츠 지음, 안진환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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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지원) 빌 게이츠의 회고록. 어린시절부터 청소년기까지,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딱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타이밍에 끝난다.(알고보니 총 3권으로 계획되어 있다고)

성장소설을 읽는 것처럼 책 속에 나오는 에피소드들이 무척이나 흥미진진했지만, 어쩐지 에필로그에서 자신의 성공은 운이 따랐기 때문이라고 갈음하는 대목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오늘날이었다면 자페스펙트럼 진단을 받았을 텐데, 부모의 적절한 지원으로 사회적 기술을 개발하고 정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지금과 같은 부와 성공을 이룰 수 있었던 건, 결국 자신이 통제할 수 없었던 주변 환경 덕분이라고. 본문에서도 빌 게이츠 부모님이 자녀를 존중하면서도 부드럽게 이끄는 모습이 인상깊었는데, 자녀 교육을 위해 이 책을 참고해도 좋을 것 같다. 그런가하면 ‘부유한 미국에서, 그것도 백인 남성에게 유리한 사회에서 백인 남성으로 태어났다는 것은 일종의 출생 복권에 당첨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는 담담한 서술도 무척 강렬했다.

‘어른이 되어 깨달은 경이로운 한 가지는 세월과 배움을 모두 걷어내고 보면 나라는 존재는 많은 부분이 이미 처음부터 갖춰져 있었음을 알 수 있다는 사실이다.’ 결국 이 회고록은 이미 내가 가진 것을 어떻게 싹틔울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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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의에 대하여 - 무엇이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가
문형배 지음 / 김영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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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배 전 형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첫번째 책이 출간되었다. 그간 저자가 블로그에 올렸던 에세이들과 서평 등이 실려 있다. 이미 블로그를 정독했지만 책으로 묶인 글들을 읽으니 또다른 느낌이다.

문체는 군더더기 없이 담백하다. 공직자로서 말을 아끼며 살아온 세월이 녹아있는 듯하다. 그럼에도 법관으로서 저자가 지키고자 했던 원칙과 정의, 인간을 향한 따뜻함은 여실히 느껴진다. 특히 블로그 개설의 이유이기도 했던 ‘착한 사람일수록 법을 알아야 한다. 그 길만이 법이 나쁜 사람을 지켜주는 도구 역할을 하지 못하게 하는 지름길이다.‘라는 구절이 기억에 남는다. 상속 포기에 대해 몰라서 고스란히 빚을 떠안게 된 유가족 사례 같은 일은 없어야겠지.

수많은 서평들 중에서 꼭 추천하고 싶은 책들에 대해 쓴 글들을 골랐다는 2부 ‘일독을 권한다‘에는 고전들이 많다. <죄와 벌>, <전쟁과 평화>, <팡세>, <레미제라블> 등등. 과거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일의 원형은 그대로고 우리는 여전히 고전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고전을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다.

저자가 ‘손석희의 질문들‘에 출연한 영상도 봤다. 영상 속 모습과 책 속에서 글로 만난 모습이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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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통과하는 일 - 비전, 사람, 돈을 둘러싼 어느 창업자의 기록
박소령 지음 / 북스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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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장 인상깊게 읽은 책으로 기억될 것 같다. 박소령 퍼블리 전 대표의 <실패를 통과하는 일>. 2015년 콘텐츠 스타트업 퍼블리를 창업하고 매각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회고록이다.

밀도있고, 치열하고, 성실한 기록이다. 한국에서 이런 책이 나올 수 있다니 너무나 놀라웠고, 퍼블리를 이용했던 타깃층이자 스타트업 창업 및 운영에 느슨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거의 드라마 <더 베어>를 몰아보듯이 순식간에 읽었다. 창업자이자 대표로서 10년간 겪은 다사다난한 일들과 의사결정 과정들, 2025년에 돌아보는 회고가 담겨있는데 흡사 전쟁의 시작과 끝을 숨가쁘게 돌아본 기분이었다.

스타트업에 종사하거나 생태계를 잘 알고 있는 분들은 이 책을 읽다가 PTSD가 올 지도 모르겠다. 스타트업 대표의 숨가쁘고 치열하고 처절한 의사결정 과정이 계속해서 그려지다보니 내가 당사자도 아닌데 마치 그 상황에 처한 것처럼 몰입해서 읽게 되었다. 사업은 종합예술이라더니 그 말이 맞구나, 하면서.

무엇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이 모든 이야기가 결국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으로 귀결된다는 점이었다. 비단 사업을 운영하는 대표뿐만이 아니라 각자의 인생을 경영하는 우리 모두에게도 해당될 이야기일 텐데, 결국 나의 모든 의사결정과정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것,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 나의 성격적 강점과 약점, 방어기제, 심리적 저항... 다르게 말하면 내가 누구인지 안다면 인생에서의 괴로움이 상당부분 적어지리라는 것. 그리고 결정적으로 내가 정말 누구인지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나의 약점까지도 진정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어야 하고, 근본적으로는 내가 나 자신과 친해야 한다. 결국 일도 나를 잘 아는 일과 동떨아질 수 없고 어떻게 보면 수단이기도 한 것 같다. 나를 알아가기 위한 수단, 그렇게 알게 된 나를 잘 쓰기 위한 수단.

이렇게까지 솔직한 이야기를 읽게될 줄은 몰랐는데, 그래서 더 마음에 와닿았다. 개인적인 치유를 목적으로 썼던 글을 다듬어 출판하게 되었다고 하니, 내적으로 소화가 되었기에 세상밖으로 내보일 수 있었던 거겠지. 읽는 사람으로서도 드물게 만난 ‘잘 끝내는 것’에 대한 이야기라 무척 감사하며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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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키메라의 땅 1~2 세트 -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김희진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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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 책은 정말 오랜만에 읽어본다. <신>이 마지막이었으니 10년도 더 되었다. 그 후 출간된 다른 책들에는 크게 관심이 가지 않았었는데, 이번 신작은 키메라 신인류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워서 읽어보고 싶었다.

진화생물학자 알리스가 인간과 동물의 유전자를 결합한 혼종 신인류를 탄생시킨다. 인간 박쥐 ‘에이리얼‘, 인간 두더지 ‘디거‘ 인간 돌고래 ‘노틱‘이 바로 그들이다. 제 3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황폐해진 지구에 얼마 남지 않은 사피엔스와 위의 세 종족이 공존한다. 이들은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을까? 어느 종족이 가장 우세할까?

소설을 읽으며 가장 도드라졌던 것은 인간 특유의 오만함이었다. 신인류의 어머니 알리스는 세 종족이 함께 살아가기를 바라지만 이조차 인간의 욕심이 아닐지. 인간의 감정, 규칙, 도덕성을 신인류에게 가르친다는 개념 자체가 너무나 인간적인 것으로, 그러니까 일종의 오만처럼 느껴졌다. 키메라들은 인간과 동물의 유전자가 합쳐진 존재이지만 결국 자연에 더 가까운 존재이고, 자연은 스스로 자정 작용을 하니 인간이 개입은 불필요하지 않을지.

프랑스 현지에서보다 한국에서 더 큰 사랑을 받는다는, 한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로 손꼽히기도 하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매력은 역시 (철학이 가미된) 상상력에 있는 듯하다. (그리고 빠르고 꾸준한 신간 소식!) 오랜만에 읽은 베르나르베르베르의 책이었는데, 역시 독특한 소재 덕분에 여러가지 재미있는 상상을 해볼 수 있었다. 인간의 미래, 자연과의 공존, 동물권 등등. 즐거운 독서였다.


*
인간 친구들아. 고통스러운 과거에 매이는 건 그만두고 너희들 앞을 바라봐.

<키메라>라는 말은 실현할 수 없는 것, 유토피아, 무모한 꿈, 환상과도 동의어가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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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해지지 않은 것들에 대한 에세이
유디트 헤르만 지음, 신동화 옮김 / 바다출판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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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디트 헤르만. 정말 좋아하는 작가인데, 국내에 출간된 책들이 대부분 절판이다. (어디서든 다시 출간해주세요... 신작도 같이...) 그녀의 작품을 더 만나고 싶어 갈증에 차 있는 와중에, 바다출판사에서 에세이 <말해지지 않은 것들에 대한 에세이>가 출간되었다.

좋아하는 소설 작가가 에세이를 썼다고 하면 덜컥 두려움이 생긴다. 혹시 실망하면 어쩌지? 소설마저 싫어지면 어쩌지? 대게 높은 확률로 불필요한 걱정이구나 깨닫지만 어쩔 수 없다. 소설과 에세이는 다르니까. 혹시 모르니까.

이번 에세이도 설렘 반 걱정 반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이 작가가 쓴 소설을 더 읽고 싶어도 읽을 수 없는 상황이다보니 모든 구절들이 무척 신선하게 다가왔다. 문장과 문장 사이에 여백을 만들고 침묵으로서 말하게 하는 작가, 왜 유디트 헤르만에게 ‘침묵의 작가’라는 별칭이 붙었는지 이 에세이를 읽고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창작의 근원이 무엇인지, 어떤 방식으로 글을 쓰는지도.

특히 그녀가 단편 <꿈>을 쓸 때, 정신분석의 드레휘스 박사와 친구 아다와의 기억에서 출발해 어떻게 그것을 문학적으로 풀어냈는지 설명하는 초반 부분이 재미있었다. ‘하나의 문장을 채택하는 모든 결정은 무수한 다른 문장들을 배제하는 결정이다.’(22p) 결국 나 자신을 알기 위해서는, 내가 겪은 경험을 해석하기 위해서는 내 주변에서부터 출발해야한다. 묘하게도 이 책의 에세이 역시 그녀의 집필 과정처럼 선형적이거나 분명하지는 않다. 오히려 그래서 더더욱 그녀의 문학세계를 더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자, 이제 소설들만 복간되면 완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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