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를 기울이는 법
롭 워커 지음, 이혜진 옮김 / 마주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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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지원) 특히 기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한번쯤 읽어봐야 할 책. 대부분의 현대인은 깨어있는 시간의 상당 부분을 일하는 데 쓴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은 하릴없이 릴스나 SNS피드를 넘나들며 보내기 일쑤다. 우리의 주의력은 명백히 낭비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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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주의를 어디에 기울이느냐가 우리 삶을 구성한다고 말한다. 정말 그렇다! 우리는 주의를 기울이는 대상에 대해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은 ‘당신 삶을 구성하는 아주 결정적인 자원인 주의력이 낭비되고 있으니 당장 각성하라!’는 식으로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아주 부드러운 방식으로, 아주 사소한 일들로 창조적 영감을 일깨우듯이, 일상 속에서 주의를 다른 곳에 기울여볼 것을 제안한다. 이를테면 이 책에 나오는 여러가지 방법들을 깨어있는 명상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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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를 기울이는 다양한 방법들을 하나씩 열거하는 방식으로 꾸려진 책이다보니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무방하고 전부 읽지 않아도 된다. 그냥 무뎌진 지루한 일상에 무언가 새로운 것을 더해보고 싶을 때 가볍게 펼쳐들 만한 책이다. 매일 똑같은 일상이 주의를 살짝 바꾸는 것만으로도 새로워진다니, 꽤 괜찮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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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거나 손으로 무언가를 기록하는 행위 또한 일상을 다르게 보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이 책의 지향점과 맞닿아 있다. 기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마음에 들어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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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 수련 - 내게 없는 것으로 삶과 맞서는 법
이예지 지음 / 세미콜론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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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지원) 질투 수련. 책 제목이 너무나 자극적이다. 질투를 수련한다니. 그게 수련이 되나? 하지만 굳이 들키고 싶지 않은 질투라는 감정을 전면에 끌어내다니 무척 용감하다. 그리고 그 옹졸한 감정을 인정하고 내보이는 순간, 더 이상 질투의 대상인 타인 앞에서 작아지지 않게 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이 질투하는 서른 명의 사람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레타 거윅의 인생 셈법, 임윤찬이 오직 피아노와 독대하는 순간, 김애란이 바라보는 한 걸음 옆의 세상. 저자가 질투하는 것은 단순히 그들의 재능이나 성공이 아니라, 그들이 일궈낸 삶의 방식, 그중에서도 저자에게 없는 것이다.

내가 질투하는 것이 무엇인지 가만히 들여다보고 인정하노라면, 곧 나의 결핍(혹은 내가 결핍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결국 내가 보고 느끼는 것은 전부 나라는 사람을 설명하는 재료가 된다. 나 역시 가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그것을 꾸준히 자기 것으로 만들어내는 사람들을 질투하는데, 아마 내가 가장 부러워하는 것도 그 확신과 실행력일 것이다.

타인의 삶을 너무나 쉽게 들여다볼 수 있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부러워하도록 부추김당하는 시대다. 당장 인스타 피드를 슥슥 몇 번 내려봐도 질투할 거리들이 널려 있다. 이런 시대일수록 질투하지 않으려고 애쓰기보다는, 내가 무엇을 질투하는지 분별할 기회로 삼는 것이 좋겠다. 그런 의미라면 질투도 제법 쓸모 있는 수련이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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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혜윰 2026-10-08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가 전 좀 섬뜩한데요?^^;;;,
 
우리, 짐승들
저스틴 토레스 지음, 김진준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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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지원) 전미 도서상을 수상한 <암전들>의 작가 저스틴 토레스의 데뷔작 <우리 짐승들>. 히스패닉계 혼혈, 빈곤 계층, 퀴어 정체성이라는 자전적인 요소들을 담은 짧지만 강렬한 소설이다.

유년 시절, 두 형들과 한 무리의 짐승처럼 몰려다니며 낄낄거리고 장난치고 부모를 관찰하곤 했던 주인공. 어린아이의 시선에서 본 가난하고 충동적이며 폭력적인 부모의 모습이 매우 경쾌하게 그려진다. 미숙한 부모는 때로 불안을 안겨줬지만, 그만큼 강렬한 사랑을 주기도 했다. 짧은 챕터들은 마치 정확히 기억해내지 못하고 어딘가 이상한 지점에서 끊겨버리는 기억의 파편들같다. 문장들은 때로 분명하지 않고 시적이며, 마치 상상 속 일들에 대한 묘사처럼도 느껴졌다.

하지만 이 소설의 핵심은, 그러니까 작가가 쓰고자 했던 부분은 마지막 30페이지 남짓일 테다. 유년기의 티를 벗고, 형제들과는 달리 예민하고 감성적이며 학구적인 모습으로 자라난 주인공이 퀴어로서의 정체성을 자각하고 난 다음부터의 일들 말이다. 형제들과 주인공은 한 무리의 어린 짐승들, 즉 하나였으나 이제 주인공은 홀로 남겨진 짐승이 되어 울부짖는다.

2011년 출간작. 자전적인 소설이라는 말을 다시 듣고 보니, 작가는 이 이야기를 꼭 쓸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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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것들은 그저 자란다
이윤 리 지음, 정혜윤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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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것들은 그저 자란다

두 아들을 자살로 떠나보낸 이윤 리가 쓴 극한의 회고록. 그녀는 ‘삶의 극한’을 겪어내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영원히 그렇다. 그녀의 문장은 감정을 내비치지 않는다. 그저 사실을 나열하고, 필연의 삶을 살아내고 있음을 건조하게 증언할 뿐이다. 그냥 그 일이 일어났고, 그 앞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죽거나 살거나다.

이 책에는 극복도 깨달음도 없다. ‘자연의 것들이 그저 자라듯이’ 생명의 죽음도 그냥 일어나는 일이다. 일어난 일 앞에서 과거를 되짚어 봤자 달라질 것은 없다.

이윤 리는 첫 아들 빈센트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책을 썼다고 한다. 그 책이 감정의 파고를 경험하는데 능했던 빈센트를 닮았다면, 둘째 아들 제임스가 떠난 뒤 쓴 이 책은 철학적인 생각을 펼치곤 했던 제임스를 닮았다고. 누군가는 두 아들을 떠나보낸 뒤에도 그 일을 글로 써내다니 잔인하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그저 그녀 나름의 애도이자 아들을 향한 헌정이 아니었을까. 작가란 써야만 하는 사람이니까.

나는 왜 이 책을 읽어보고 싶었을까? 아마도 트위터에서 본 어떤 후기글 때문일 것이다. 무슨 내용일지 궁금했다. 그런데 막상 책을 다 읽고 나니, 잠시나마 그런 마음을 가졌던 것이 너무나 잔인하게 느껴진다. 남이 ‘겪고 있는’ 실제적인 고통 앞에서 호기심을 가지다니. 그 또한 자연스러운 인간의 마음이겠지만.

이미 세상을 떠난 작가의 두 아들 앞에서, 그 생생한 지옥을 겪고 있는 작가 앞에서 감히 더는 덧붙일 말이 없다. 그 어떤 말을 한들 위로가 될 수 없고, 어느 누구도 그녀가 처한 상황을 온전히 이해할 수도 없을 테니 그저 침묵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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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에서의 짧은 체류
스티븐 L. 펙 지음, 김항나 옮김 / 자음과모음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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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지원) 지옥이 도서관이라면? 너무 좋을 것 같다. 거의 ‘영원’에 가까울 만큼 많은 책들 틈에서 살게 된다면? 이것 역시 좋을 것 같다. 그렇다면, 그 책들에 책으로서 존재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가 포함되어 있다면? 즉 읽을 수 없는 기호들로 쓰여진 책, 말이 안 되는 문장들로 가득한 책, 책 그리고 책….이 영원히 이어지는 것이다. 게다가 당신은 그곳에서 당신의 인생을 쓴 단 한 권의 책을 발견할 때까지 머물러야 한다. 글쎄 그건 좀 곤란할 것 같은데. 바로 <지옥에서의 짧은 체류>에 나오는 지옥 이야기다.

책 속의 지옥은 그야말로 의미가 결여된 세계다. 이곳에는 사실상 책이라고 할 수 없을 것 같은 책들이 무한히 즐비하다. 책 애호가들이 그토록 바라는 도서관과는 사뭇 거리가 멀다. 키오스크를 통해 온갖 음식을 주문할 수 있지만 그게 전부다. 음식에 깃든 의미와 맥락, 시대성은 결여되어 있다. 죽을 수는 있지만 다음 날이면 다시 살아난다. 그러니까 이 지옥의 도서관은 영원히 계속되는 세계다.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을 통해 인간은 무엇보다 의미를 탐구하는 존재임을, 끝(죽음)이 있기에 살아갈 수 있는 존재임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되었다. 기실 무한한 시간 속에서 ‘나’라는 자아를 유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듯하다. 타인과 함께라면 확실히 낫겠지만 역시 ‘같은 상태’로 영원을 견디기는 어렵다. 영원 자체가 징벌이다.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강렬한 한 방을 지닌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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