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실패를 통과하는 일 - 비전, 사람, 돈을 둘러싼 어느 창업자의 기록
박소령 지음 / 북스톤 / 2025년 9월
평점 :
올해 가장 인상깊게 읽은 책으로 기억될 것 같다. 박소령 퍼블리 전 대표의 <실패를 통과하는 일>. 2015년 콘텐츠 스타트업 퍼블리를 창업하고 매각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회고록이다.
밀도있고, 치열하고, 성실한 기록이다. 한국에서 이런 책이 나올 수 있다니 너무나 놀라웠고, 퍼블리를 이용했던 타깃층이자 스타트업 창업 및 운영에 느슨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거의 드라마 <더 베어>를 몰아보듯이 순식간에 읽었다. 창업자이자 대표로서 10년간 겪은 다사다난한 일들과 의사결정 과정들, 2025년에 돌아보는 회고가 담겨있는데 흡사 전쟁의 시작과 끝을 숨가쁘게 돌아본 기분이었다.
스타트업에 종사하거나 생태계를 잘 알고 있는 분들은 이 책을 읽다가 PTSD가 올 지도 모르겠다. 스타트업 대표의 숨가쁘고 치열하고 처절한 의사결정 과정이 계속해서 그려지다보니 내가 당사자도 아닌데 마치 그 상황에 처한 것처럼 몰입해서 읽게 되었다. 사업은 종합예술이라더니 그 말이 맞구나, 하면서.
무엇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이 모든 이야기가 결국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으로 귀결된다는 점이었다. 비단 사업을 운영하는 대표뿐만이 아니라 각자의 인생을 경영하는 우리 모두에게도 해당될 이야기일 텐데, 결국 나의 모든 의사결정과정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것,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 나의 성격적 강점과 약점, 방어기제, 심리적 저항... 다르게 말하면 내가 누구인지 안다면 인생에서의 괴로움이 상당부분 적어지리라는 것. 그리고 결정적으로 내가 정말 누구인지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나의 약점까지도 진정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어야 하고, 근본적으로는 내가 나 자신과 친해야 한다. 결국 일도 나를 잘 아는 일과 동떨아질 수 없고 어떻게 보면 수단이기도 한 것 같다. 나를 알아가기 위한 수단, 그렇게 알게 된 나를 잘 쓰기 위한 수단.
이렇게까지 솔직한 이야기를 읽게될 줄은 몰랐는데, 그래서 더 마음에 와닿았다. 개인적인 치유를 목적으로 썼던 글을 다듬어 출판하게 되었다고 하니, 내적으로 소화가 되었기에 세상밖으로 내보일 수 있었던 거겠지. 읽는 사람으로서도 드물게 만난 ‘잘 끝내는 것’에 대한 이야기라 무척 감사하며 읽었다.
www.instagram.com/vivian_book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