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나의 자서전 - 김혜진 소설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24
김혜진 지음 / 현대문학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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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파고드는 김혜진 작가의 첨예한 시선이 돋보이는 소설, <불과 나의 자서전>. 몇 번이고 재개발이 무산된 달동네 남일동은 주민들로부터도 외면받는 곳이다. 주민들은 남일동에서 영영 벗어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안고 산다. 길 하나 건너기만 하면 중앙동인데도 남일동과 중앙동은 완전히 다른 취급을 받는다. 두 동네 사이에 보이지 않는 구분선이 존재하는 것이다. 바로 차별과 혐오를 생산하는 구분선이다.



주인공 홍은 운좋게 어렸을 때 남일동으로부터 탈출했다. 이는 홍의 아버지가 경매로 싸게 구매한 집이 중앙동에 편입되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홍은 두 세계 사이에 선 인물이기도 하다. 따돌림당하는 직장 동료를 돕다가 표적이 되어 퇴사를 감행한 서른 남짓한 홍. 그녀는 다시 남일동을 들여다보게 되는데, 이는 우연히 새로 이사온 주혜와 딸 수아를 만나면서부터다. 처음에 주혜는 적극적이고 명랑한 태도로 삶을 꾸려가는듯 보인다. 그러나 재개발과 과거 직장에서의 문제가 불거지며 주혜 또한 서서히 ‘남일동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남일동 사람들 중 한 명‘이 되어간다. 홍은 이 모든 과정을 주변인으로서 겪는다.



<불과 나의 자서전>은 홍이 한때 자신의 일부였던 남일동의 그림자를 제대로 마주보게 되는이야기다. 동네에 드리운 것으로도 모자라 주민들의 마음까지 잠식해버린 그림자는 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남일동이 재개발된다면 그림자는 사라질 수 있을까? 이쪽과 저쪽을 가르고 어디에 속했는지의 여부로 나 자신의 가치를 판단하는 일. 아득하다. 이 책을 읽는 나는 그로부터 자유로운가? 무력해진다. ‘영웅 없는 이 소설의 패배(해설 중에서)‘는 소설 속 인물들을 비롯해 이 소설을 읽는 우리 모두의 패배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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