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삶에 명상이 필요할 때 - 오직 ‘나’다운 답들이 쌓여 있는 곳, 그 유일한 공간을 찾아서
앤디 퍼디컴 지음, 안진환 옮김 / 스노우폭스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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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꾸준히 하고 있는 것들이 몇가지 있다. 아침 일기, 명상, 따뜻한 차 마시기. 슬프게도 매일 하고 있는 것은 아니고, 가장 잘 하고 있는 것은 이침 일기이고 가장 못하고 있는 것은 명상이다. 명상 어플의 양대산맥인 ‘Calm‘과 ‘Headspace‘ 두 가지를 모두 이용하고 있는데 사실 나는 목소리가 나오는 코치형 명상보다는 자유명상을 하는 편이다. 어쨌든 명상 초보자로서 만나게 되어 더욱 반가웠던 책 <당신의 삶에 명상이 필요할 때>. 파란 눈의 스님이자 Headspace의 대표인 앤디 퍼디컴의 책이다.



저자는 바쁜 일상에 치여 삶의 곳곳이 무너지기 시작한 현대인들에게 명상을 그 해결책으로 권하고 있다. 명상이라고 하면 불교 수행자를 떠올리기 쉽지만 사실 명상은 그 종류도 방법도 무궁무진하다. 다만 지향점은 모두 같다.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며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 저자는 ‘Headspace 헤드 스페이스‘라는 개념을 소개하는데, 이는 ‘지금 이 순간 어떤 감정이 일든 흔드리지 않는 확고한 만족감이나 충족감, 즉 마음의 근원적인 평온과 평화를 묘사하는 말‘이다. 이에 이르기 위한 방법으로는 ‘하루 10분 명상법‘과 ‘마음챙김‘ 두 가지가 책 속에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사실 명상이라는게 직접 부딪히고 실행하고 반복해야 하는 것이지 누가 가르쳐준다고 한 번에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처음 이 책을 펼쳤을 때는 다소 회의적이었다. 그러나 저자가 다수의 절에서 수련하며 고군분투했던 실제의 경험들을 바탕으로 명상이란 무엇이며, 어떤 방법들이 있고, 또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이야기하고 있어 점점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게다가 저자 또한 명상은 스스로 실천해야 하는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초심자에게 시작을 위한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가 명상에 실패할 때마다 스승을 찾아가서 구했던 조언들이 특히 인상적이어서, 가끔 펼쳐보게 될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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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일곱 살 때 안 힘들었어요?
정용준 지음, 고지연 그림 / 난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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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하는 난다 출판사의 서포터즈 활동 첫 도서는 바로 동화! <프롬 토니오>, <유령> 등의 정용준 작가가 큰 딸과 함께 쓴 첫 동화라고. 제목도 <아빠는 일곱 살때 안 힘들었어요?>다. 나는 어렸을 때도 동화를 잘 읽지 않는 어린이였는데(바로 영어덜트-일반문학으로 점프)! 그런 내가 성인이 되어 동화를 읽다니. 괜히 들뜬 마음으로 펼쳐들었다.



이 얇은 동화는 아빠와 큰 딸 나나의 꿈 속 여행기를 담고 있다. 어린이 나나는 어른인 아빠보다 더 자유롭고 순수하다. 나나는 현실 세계에 발붙인 아빠를 끌어내 자신의 세계로, 꿈 속 세계로 데리고간다. 그리고 마침내 아빠에게 먼저 ‘슬픔을 인정하고 용기를 내라‘고 말하는 나나! 때로는, 아니 자주, 어린이는 어른보다 더 지혜롭다. 동화 속 나나도 그렇다.



어렸을 때는 시시하고 유치하다고 어린이 도서 코너는 쳐다보지도 않았었는데 어른이 되어 동화를 읽으니 감회가 새롭다. 어쩌면 동화는 어른들에게 더 필요한 게 아닐까? 동화를 읽는 순간만큼은 복잡한 세상으로부터 한 발짝 떨어져 노곤함과 스트레스를 잠시 덜어내고 보다 더 자유롭고 순수한 세계로 갈 수 있으니 말이다. 마치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어른이 된 지금 더 잘 이해하게 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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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알고 있다 - 꽃가루로 진실을 밝히는 여성 식물학자의 사건 일지
퍼트리샤 윌트셔 지음, 김아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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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이 영화보다 더 영화같고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같다는 말을 이 회고록을 읽으며 실감했다. 여성 식물학자의 사건일지 <꽃은 알고 있다>. 25년간 범죄현장을 누비며 사건 해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온 저자 퍼트리샤 윌트셔는 바로 ‘화분학자‘다. 화분이란 꽃가루. 그러니까 저자는 꽃가루를 분석해 범인을 밝혀내는 일을 하는 것이다! (실제로 그녀가 분석해내는 것은 시체를 비롯해 온갖 증거물들에 묻은 미세 입자들을 전부 포함하지만.) 과연 ‘미스 마플‘의 실사판이다.



꽃가루로 범인을 밝혀낸다니. 이렇게 쓰고나니 마법 가루를 뿌리면 범인이 짠 밝혀지는 장면이 연상되지만 실상 저자가 하는 일은 치밀하고 정교한 과학적 분석이다. 저자는 어떤 참혹한 범죄 현장이라도 직접 누비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아주 프로페셔널하게! 증거는 용의자의 옷에 묻은 입자에서, 시체의 머리카락에서, 그 외 우리가 상상하기 힘든 기상천외한 것들로부터 나온다. 저자는 언제나 ‘모든 접촉은 흔적을 남긴다‘는 말을 증명해낸다. 그러니까 결국 인간의 눈속임 따위는 자연을 이길 수 없다.



이 책을 이야기할 때 꼭 짚고 넘어가고 싶은 포인트는 두 가지다. 첫째는 저자가 해결한 범죄 사건들의 흥미진진함이고 둘째는 유능한 전문가로서 저자가 보여주는 태도다. 나에게는 후자가 더 인상적으로 다가왔는데, 책의 중간중간에 언급되는 저자의 개인적인 삶의 여정과 그를 회고하는 방식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무심했던 어머니, 식물학에 빠져들었던 젊은 시절, 연구와 강의를 계속하다가 자연스럽게 연이 닿게 된 법의학. 자신의 삶에 있어 큰 영향을 미친 사건들을 이야기하면서도 저자는 특유의 굳건함을 잃지 않는다. 이는 한평생을 자연을 연구하는데 바친 학자로서 가지게 된 환원주의적 태도의 영향같기도 하다. 온갖 것들에 영향을 받는 요즘의 내 모습에 싫증이 있는대로 난 터라 책 속 저자의 모습이 더 깊게 다가왔는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이렇게 또 한 명의 멋지고 강하고 독립적인 여성을 알게되어 기쁘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하든 어떤 삶을 살든 나 또한 저자처럼 충실하고 굳건한 태도를 가지게 되었으면 좋겠다. 범죄 수사, 법의학, 식물을 비롯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찾고 있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 멋진 여성을 찾고 있는 이들에게도 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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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_일을 쓰는 여자 - 우리는 어떻게 더 인정받고, 전보다 덜 흔들리면서, 마음껏 성장할 수 있을까?
마셜 골드스미스.샐리 헬게슨 지음, 정태희.윤혜리 옮김 / 에이트포인트(EightPoint)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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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올해 읽은 책들 중 가장 밑줄을 많이 그은 책이 아닐까. 자신만의 커리어를 쌓아가고자 하는 여성들에게 꼭 필요할 책, <내_일을 쓰는 여자>. 또한 지금의 위치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한 단계 더 도약하여 리더가 되고자 하는 여성들에게, 그리고 여성들과 함께 시너지를 만들어내고 싶은 남성 리더들에게 큰 도움이 될 책이다.



이 책에서는 여성이 리더로 성장하기 위해 ‘하지 말아야 할 습관‘들에 집중하고 있다. 물론 여성의 커리어 확장에 있어서 남성 위주의 기업문화를 비롯한 외적인 장벽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자신의 습관과 행동, 태도를 돌아보고 바꾸는 것은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저자들은 이 부분에 집중하여, 성장하고자 하는 여성들이 버려야 할 습관들과 구체적인 사례, 실천 방법까지 제시하고 있다.



가장 인상깊었던 세 가지 조언은 ‘자기 비판을 그만 둬야 한다는 것‘, ‘야망을 가져야 한다는 것‘, ‘완벽주의를 버려야 한다는 것‘ 이었다. 이렇게 나열해놓고 보면 다 알고 있는 이야기 같지만,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읽으니 실제 상황 속에서는 혼자 깨닫기 어려운 문제들이라는 점이 깊게 다가왔다. 또한 여성들이 이 문제들로부터 조금만 방향을 틀어 태도를 바꾸면 더 능률적으로 일할 수 있고, 리더에 한발짝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구체적인 사례들로 책 속에서 거듭 입증되었기에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것들이 굉장히 실용적임을 알 수 있었다. 위의 조언들 이외에도 책 속에 구체적인 실행 방법들이 자세히 서술되어 있다.



더 나아가, 이 책이 ‘나의 변화와 성장‘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마무리에서는 결국 ‘우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세번째 챕터에서는 나쁜 습관들을 버리기 위한 실천방법으로 동료와의 상호 피드백 등 다양한 방법들이 제시되고 있는데, 이는 결국 나의 성장이 동료의 성장이고 우리의 성장임을 말하고 있다. 숨 고를 새 없이 바쁜 일상, 피부로 다가오는 차별들. 그러나 우리가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우리 자신을 변화시키는 일이다. 그리하여 스스로를 더 높은 자리에 올려놓고, 리더가 되어, 더 많은 이들을 이끌게 된다면 어떨까! 이 책은 그 변화의 시작을 이야기하고 있다.



지난 해 이다혜 작가의 <출근길의 주문>이 있었다면 올해는 <내_일을 쓰는 여자>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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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멀었다는 말 - 권여선 소설집
권여선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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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있어서 주말을 견딜 수 있었다.



3-4년쯤 전에 한국문학은 못 읽겠다고, 너무 고통스러워서 도저히 못 읽겠다고 말하던 시기가 있었다. 2014년 4월 16일 이후 쓰인 글들이 소설집으로 묶여 나오던 시기였다. 곪은 상처에 소독약을 들이붓는 것 같았다. 그때 못 읽겠다고 덮어버린 책들은 요즘도 잘 펼쳐보지 못한다. 그랬던 내가 왕성하게 한국문학을 찾아 읽게 된 것은, 그중에서도 동시대 여성 작가들의 글을 특히나 열렬히 기다리게 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아직 멀었다는 말>은 권여선 작가가 <안녕 주정뱅이> 이후 4년 만에 펴낸 소설집이다. 인터뷰에서 저자는 ‘슬픔의 마에스트로가 아닌 슬픔의 피에로‘가 되고 싶다고 말했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나는 어쩐지 ‘슬픔의 마에스트로‘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



인생이 한 권의 책이라면, 너덜너덜해진 페이지들을 지나 중간쯤에 있을 법한 주인공들이 이번 소설집에 자주 등장한다. 이들은 황혼 녘을 고요히 등지고 선 이들 같다. 고난을 묵묵히 받아내거나 의아해하거나 승화시키거나 어떤 방식으로든 겪어내는 이들같다. 그래, 무력감. 소설 속에서 이들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무력감이다. 그러나 해설에서 백지은 문학평론가가 주지하듯 이 무력감은, 이들이 겪는 고통은 ‘그들 개인에게 귀속되는 불행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책임을 물어야 할 부당함, 불공정, 불평등‘이다. 그래서 독자인 내가 가장 먼저 느끼는 감정도 ‘이건 아니잖아‘ 싶은 의아함, 뒤이어 ‘이래서는 안되잖아‘ 하는 분노다.



가장 내 마음을 끌었던 작품은 ‘모르는 영역‘과 ‘너머‘,‘송추의 가을‘,‘전갱이의 맛‘이다. (수록작의 절반이나 되잖아?) 앞의 세 작품은 소설 속 인물들에게 개인적인 상황을 이입할 여지가 있었기 때문이고 마지막 ‘전갱이의 맛‘은 ‘기억되거나 발견되는 나만의 말‘에 대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언어로서의 말이 아니라 그냥 나 자신만을 위한 말. 이 이야기가 이혼을 거친 두 사람 사이에서 전해지는 형식의 소설이라 더욱 좋았다. 두 사람의 관계에 어떤 쓸쓸함이 감돌고 있어서 좋았다.



문학은 소설은 분명히 힘이 있다. 이 책을 읽고 다시 믿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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