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의 끝
에두아르 루이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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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생 에두아르 루이가 22살에 출간한 자전적 소설 <에디의 끝>. 프랑스 북부 산업도시에서 나고 자란 에디는 남성이지만 ‘여성스럽다‘는 이유로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로부터 멸시와 따돌림을 당한다. 가난, 폭력, 무지가 끊임없이 대물림되는 작은 마을에서 에디가 벗어날 수 있는 길은 물리적인 탈출 뿐이다. 이 소설은 에디가 마침내 마을에서 벗어나기까지의 성장사를 담고 있다. (트렌스젠더 인권 활동가 Paris Lees와 엠마 왓슨의 인터뷰 영상(British Vogue) 말미에 이 책이 언급되는 것을 본 뒤부터 읽고 싶었던 책이다.)



책 속의 폭력 묘사가 너무나 생생하고 잔인하여 출간 직후 기자들이 사실 여부를 밝히기 위해 저자의 고향 마을을 찾기도 했다고. 에디의 친구들은 상습적으로 그에게 침을 뱉고 구타를 가한다. 마을 사람들은 에디를 무시하고 조롱하며 부모는 그런 아들을 부끄러워한다. 에디는 필사적으로 ‘남성성‘을 어필하기 위해 애쓴다. 친구들과 축구를 하고 성관계 동영상을 보고 여자친구를 사귀는 일. 그러나 그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에디가 남성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는 동성애자라는 사실은 점점 확고해진다.



마을 사람들은 왜 ‘남성성‘에 천착하는가? 왜 ‘남성성‘의 규범에서 벗어난 에디를 괴롭히는가? 저자는 이를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한다. 에디가 나고 자란 마을 사람들 대부분은 공장 노동자이고 경제적, 문화적인 여유를 가지지 못하는 이들이다. 가난과 폭력, 무지가 계속되는 이유다. 계급의 문제다. 그게 전부인가? 우리는 소설의 말미에 에디가 가까스로 마을을 탈출했을 때, 소위 부르주아들이 에디에게 무엇이라고 말했는지 잊지 말아야 한다. ‘호모 새끼‘. 공장 노동자들이나 부르주아들이나 작은 마을에서나 도시에서나 동성애자는 환영받지 못한다. 사회 구조적인 억압 속에서 에디가 탈출할 수 있는 길은 없다.



차별과 혐오, 배제는 유해하다. 필연적으로 그것들을 재생산하는 가부장제도 유해하기는 마찬가지다. 또한 에디의 이야기가 비단 프랑스 북부의 한 마을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닐 것이다. 저자의 ‘나는 당신들이 끊임없이 불편하기를 바란다‘는 말을 기억하자. 계속해서 배우고, 공감하고, 변화하는 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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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강화길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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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4월이면 돌아오는 기쁨,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올해 작품집은 유독 한 편 한 편이 크게 느껴졌다. 작품에 담긴 이야기도, 그것을 풀어나가는 작가들의 솜씨도, 작가노트에 담긴 단상들도 아주 진한 핫초코같았다. 무겁고 진득하지만 달콤해서 계속 마시게 되는 핫초코. 심사평에 이르러 서영채 문학평론가의 ‘대단한 공력이 느껴졌다‘는 표현을 읽고 ‘내가 느낀게 이거였어! 역시 문학평론가는 다르다.‘하고 생각했다. 딱 그거다.



이번 작품집에는 강화길의 ‘음복‘을 필두로 최은영, 김봉곤, 이현석, 김초엽, 장류진, 장희원의 작품들이 수록되어있다. 작품집을 읽다보면 유난히 마음이 가는 작품들이 있기 마련인데 이상하게도 이번에는 선뜻 고르기가 어려웠다. 일곱편 모두 작가들이 각각의 스타일로 공력을 쏟아부은 작품들이기 때문이 아닐까. 아직 책을 내지 않은 이현석, 장화원 두 작가의 작품은 처음 읽어보는 것이었는데 정말 놀라웠다. 꼭 기억해두었다가 첫 책이 출간되면 놓치지 말아야지 생각했다.



그래도 작품에 대해서 말해보자면, 대상 수상작인 ‘음복‘은 몇 번을 읽어도 놀라운 작품이다. <소설 보다 가을 2019>를 통해 처음 읽었던 작품인데, 이번에 새로 읽으며 그 때는 이 소설의 진가를 제대로 몰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부장제 내에서의 권력 관계, 무지와 앎, 그것의 재생산 그리고 스릴러를 방불케하는 스산함까지. 직접 보고 자란 제삿날의 일화들이 머릿속에서 재생되는 경험을 했는데 이 소설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알아챈 나의 눈치가 얄미워질 지경이었다. 소설을 쓰는 건 멋진 일이라는 작가의 말도 계속 기억에 남는다.



최은영의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와 장희원의 ‘우리(畜舍)의 환대‘도 특히 놀라운 작품이었다. 어떻게 놀라운 작품들인지는 꼭!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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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나의 자서전 - 김혜진 소설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24
김혜진 지음 / 현대문학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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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파고드는 김혜진 작가의 첨예한 시선이 돋보이는 소설, <불과 나의 자서전>. 몇 번이고 재개발이 무산된 달동네 남일동은 주민들로부터도 외면받는 곳이다. 주민들은 남일동에서 영영 벗어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안고 산다. 길 하나 건너기만 하면 중앙동인데도 남일동과 중앙동은 완전히 다른 취급을 받는다. 두 동네 사이에 보이지 않는 구분선이 존재하는 것이다. 바로 차별과 혐오를 생산하는 구분선이다.



주인공 홍은 운좋게 어렸을 때 남일동으로부터 탈출했다. 이는 홍의 아버지가 경매로 싸게 구매한 집이 중앙동에 편입되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홍은 두 세계 사이에 선 인물이기도 하다. 따돌림당하는 직장 동료를 돕다가 표적이 되어 퇴사를 감행한 서른 남짓한 홍. 그녀는 다시 남일동을 들여다보게 되는데, 이는 우연히 새로 이사온 주혜와 딸 수아를 만나면서부터다. 처음에 주혜는 적극적이고 명랑한 태도로 삶을 꾸려가는듯 보인다. 그러나 재개발과 과거 직장에서의 문제가 불거지며 주혜 또한 서서히 ‘남일동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남일동 사람들 중 한 명‘이 되어간다. 홍은 이 모든 과정을 주변인으로서 겪는다.



<불과 나의 자서전>은 홍이 한때 자신의 일부였던 남일동의 그림자를 제대로 마주보게 되는이야기다. 동네에 드리운 것으로도 모자라 주민들의 마음까지 잠식해버린 그림자는 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남일동이 재개발된다면 그림자는 사라질 수 있을까? 이쪽과 저쪽을 가르고 어디에 속했는지의 여부로 나 자신의 가치를 판단하는 일. 아득하다. 이 책을 읽는 나는 그로부터 자유로운가? 무력해진다. ‘영웅 없는 이 소설의 패배(해설 중에서)‘는 소설 속 인물들을 비롯해 이 소설을 읽는 우리 모두의 패배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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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언어 - 어떻게 살아야 부자가 되는지 묻는 아들에게 부자의 언어
존 소포릭 지음, 이한이 옮김 / 윌북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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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부자가 되고 싶어한다. 하지만 부가 무엇인지,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지 알고 자신의 삶에 적용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오히려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를 추구하는 것을 속물적이라고 여기는듯하다. 그러나 각자 가진 기준이 다를지라도 진정한 부는 자신의 영혼을 가꾸기 위해 꼭 필요하다. 호화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돈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고 충만한 삶을 살기 위해서 말이다.



<부자의 언어>는 부란 무엇인지, 부를 가지는 것이 어떻게 삶을 바꾸는지부터 어떻게하면 부에 이를 수 있는지 구체적인 방법들을 풀어낸 책이다. 정원사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 형식의 이야기가 함께 수록되어 있어 읽는 재미가 있었다. ‘~해라’식의 자기계발서를 불편하게 여겼던 나도 이야기로 풀어낸 조언들은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요즘은 부는 축적하는 것이 아니라 대물림되는 것이며 어쩌다 잭팟 터지듯이 얻을 수 있는 것이라는 믿음이 팽배한 듯하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부를 원하면서도 정작 부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있지 않다면, 부를 위해 아무런 노력도 희생도 하고 있지 않다면 어떻게 부자가 될 수 있을까? 어떻게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을까? 인간은 현실에 안주할 때 무기력해진다. 목표를 세우고 나아가는 것, 끊임없이 도전하는 것이야말로 풍요로운 인생을 살 수 있는 길이다.



1인분의 삶을 잘 사는 사람이 되고 싶다. 경제적으로도 나를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처럼 더 나은 자신이 되고자 하는 이들에게 책이 큰 도움이 되리라 확신한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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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터 일기 - 당신이 두고 간 오늘의 조각들 카페 소사이어티 1
이미연 지음 / 시간의흐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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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뉴욕 브루클린의 작은 카페에서 4년간 바리스타로 일하며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담은 에세이 <카운터 일기>. 일상 속 작은 것들도 소중하게 바라보는 저자의 세심함이 돋보이는 책이다.



카페를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모든 에피소드들이 재미있었다. 매일 같은 시간에 방문하는 단골 손님, 쫓아내기도 쫓아내지 않기도 애매한 노숙자 손님, 착하지만 일머리 없는 동료……. 무엇보다 나이도 직업도 전부 다른 이들이 카페라는 공간에 모인다는 것이 새삼 신기했다. 의도한 것이 아닌데도 손님과 바리스타가, 혹은 손님들끼리 자연스럽게 안부를 묻고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 것도 그렇고. (돌이켜보면 나도 카페를 통해 소중한 인연들을 많이 만났다.)



그리고 카페에서 일한다는 것에 대하여. 많은 일들이 그렇겠지만 카페 일 또한 만만치 않다. 나 또한 수년 전 카페에서 일했던 경험으로 그 고충을 알고 있는 터라 몇몇 일화는 남 일같지 않았다. (인터넷만 쓰고 사라지는 손님이라던지) 그래서인지 자신의 해야할 일을 꿋꿋하게 해나가는 저자의 프로페셔널함이 더욱 돋보였다. 카페 일을 해 본적이 있다면 공감하지 않을 수 없을 것.



루틴처럼 자주 가는 카페들만 계속 가는 편이라 이 책을 읽으며 단골 카페들 생각이 자주 났다.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빼면 스몰 토크는 잘 못하는 손님이지만 제가 그 공간 정말 많이 좋아해요! 카페 최고 커피 최고 이 책도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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