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자에 전국 한의대 상한론 교재로 채택된 서적들을 보면서

(학교에서 그 교재들로 배우면서부터) 몇몇 유감이 있어(왔는데 아직까지도 그때 그 시절 책들을 교재로 쓴다고 해)서 적어본다.

 

1. 상한론정해

언제부턴지는 모르지만, 병리학 교실에서 상한론 수업을 담당하고 있는데

거기서 처음 만든 교재가 [상한론정해]이다. 

사진상으로는 일중사에서 펴낸 것으로 되었으나, 이후부터는 아마도 경희대학교출판부에서 나오고 있을 것이다.

저본으로는 남경중의학원의 [상한론역석]을 참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 나눠서 번역하면서 학생들을 시켰는지, 아니면 집필자들이 문리에 밝지 못한 것인지 약간의 오역은 있고 ... 그건 뭐 어찌 보면 당연한 거니 넘어가고(으응?)

더 큰 문제는 변맥법 평맥법 등의 앞부분 몇 장이 통째로 날아가버리고

태양병편부터, 즉 흔히 말하는 '조문'부터 나온다는 점이다.

마찬가지로, 변불가발한병 이후도 안나온다. 대체 왜?

이건 좀 상상키 어려운 참담한 사태이다.

(아, 그래도 서문은 살려뒀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그래도 새로 나온 교재인 [현대상한론]에 비교해서 장점이라면,

조문에 대한 판본별 출입을 기록해두었다는 점.

(고전 의서의 독해에서 이런 교감 작업은 어찌보면 필수적인데,

뒤에 나온 책은 그것마저 빼먹어서 뜻하지 않게 장점이 되었다)

사상의학적 해설을 짧게나마 부기했다는 점 ... 이 되겠다.

(이 부분은 학술적 가치나 상한론 해석에서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

한국 한의학계의 독자적인 상한론 해석의 밑거름이라는 점에서)

 

 

 

 

 

 

 

 

 

 

 

 

 

 

 

2. 현대상한론

2005년부터 채택된 교재.

지금은 안 쓰고 다시 [정해]로 돌아간 듯. (그건 또 왜?) 

[정해]와 마찬가지로 남경중의약대학에서 나온 [상한론임상학습참고]를 저본으로 삼았다 ... 결국 도찐개찐이란 말이다. 대체 왜 굳이 새로 바꿨는지 모르겠음.

 

위에 [상한론정해]의 장점으로 언급한 교감 부분과 사상의학적 관점의 해설도 삭제되어 버렸다.

짐작컨대, 관계자 중 누군가가 새로 출판사 차려서 교재를 새로 만들어내야 하는 그런 사정이 있지 않았나 ...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3. 상한론역전

채인식 선생의 대표작이라면 아무래도 [의학입문]과 이 [상한론역전]을 꼽아야 할 것이다. 옛날에 쓰던 교재라길래, 별볼일 없겠거니 했는데 막상 책을 보니 각 조문에 대한 설명도 자세하고, 뒷부분에 '경방임상응용편'에는 중국 및 (심지어) 일본 의가들의 학설을 간략하면서도 폭넓게 소개했다. 2000년대 초반에 한국 한의계에 일본식 상한학이 재조명된 바 있었는데, 이 책이 계속 교재로 사용되었다면 굳이 재조명이니 뭐니 할 일도 없지 않았을까. 대체 왜 이런 명저를 놔두고 어줍잖은 중국 책이나 베껴서 쓰는거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

 

아, 이 책의 단점이라면 역시나 태양병 조문부터 나오기 때문에, 앞부분과 뒷부분의 내용들은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는 점.

저본으로는 [중경전서]나 [주해상한론]을 썼을텐데, 거기엔 다 있는 것을 쏙 빼먹고 태양병부터 시작했다 ... 현대 상한론 서적들의 이런 경향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  

 

 

 

 

 

 

 

 

 

 

 

 

 

 

어쨌든 조용히 잊혀져 가고 있는 [상한론역전]은 윤길영 선생의 명저 [동의임상방제학]이 방제학 교재로 널리 쓰이지 못하고 왠 정체모를 중국식 방제 서적을 가지고 수업하는 것과 더불어,

알지 못할 미스테리 두 가지다.

 

 

 

 

 

 

 

 

그레이 아나토미나 해리슨 내과학 등은 새로운 편집자들이 계속해서 판을 바꿔가며 꾸준히 업데이트하여 나오고 있는데, 한의학계에서도 그런 전통있는 교재를 볼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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