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omnibus requiem quaesivi, et nusquam inveni nisi in angulo cum libro.

 

내 알라딘 서재 첫머리에 나오는 말이다.

물론, 다들 아시다시피 [장미의 이름] 어딘가에서 따온 말이고.

 

움베르토 에코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어린 시절 주말의 명화 정도에서 소개된 영화 [장미의 이름]에서였던 걸로 기억한다.

 

학창 시절에는, 에코 광팬이던 동학을 따라 드디어 소설 [장미의 이름]을 읽고 [장미의 이름 창작노트]인가 하는 것도 사보고 했던(그 친구가 선물로 줬던가?) 기억이 난다. 알라딘 DB를 찾아보니 [창작노트]와 에코 선집으로 나온 [작가노트]만 나오는데, 90년대 초반에 저것 말고도 [주석서]인가 [깊이 읽기]인가 뭐 그런 제목의 아주 얇은 책자가 있었고, 내가 소장한(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중 희극편 마냥 서고 어딘가에 숨어있을) 책은 아마도 그것이지 싶다.

 

 

 

 

 

 

 

 

 

 

 

 

 

 

아, 에코 마니아였던 그 동학은 공부에는 그닥 소질이 없었던지 후에 서울에서 남쪽으로 가면 나오는 어느 산골짜기 대학의 미학과라는 생경한 이름의 학과에 진학했는데 ... 아마 에코의 영향도 없지않았을 것이다. (왜 언어학과에 진학하여 기호학을 전공하지 않았느냐, 뭐 이런 의문이 생길 법도 한데 ... 사실 난들 알겠는가. 문예창작과를 가서 에코처럼 멋들어진 소설을 쓰지 않았느냐, 공부를 좀더 잘해서 그래도 서울 도심에 더 가까운 명문 대학인 한국외대 이태리어학과라도 가서 에코의 전작을 원어로 감상하지 않았느냐, 뭐 이런 수준의 허접한 의문이 아니던가. 그러고 보니 에코가 어느 인문학도의 학과 선택에 미친 영향이란 것은 미미하다고 봐야겠다.)

 

 

 

 

 

 

 

 

 

 

 

 

 

 

 

어쨌든 [장미의 이름], 그리고 [푸코의 추]([푸코의 진자]로 개명)는 당시 독서계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 지성파 소설들이었다.

 

여담이지만, [장미의 이름]도 그 특유의 난해함으로 인해 한때 오역 시비 등도 있었고 ... 심지어 책이 한 권 나오기도 했다는 ... 이런저런 오류들을 고치고 고쳐 아마도 3판까지 나왔던 걸로 기억하는데 ...

 

(사실 1986년도에 열린책들의 이윤기 역본보다 조금 더 일찍 나왔던 우신사의 이동진 역본이 초역본인데 ... 그 이야기는 이번엔 생략하자. 1986년이면 우리나라가 베른 협약에 가입하기 전이어서, 해외 저자의 서적을 출판권을 획득하지 않고도 아무 출판사에서나 펴낼 수 있던 시기라 이런 일들이 종종 있었다.)

 

[푸코의 추]도 만만찮은 오탈자의 향연이 벌어졌던지라 ... 번역자에게 몇 건의 정정표를 보내드리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그런데 이후에 개정판인가에 지적했던 사항들이 반영이 안되서 급실망).

 

마침 찾아보니 ... 에코 책은 [바우돌리노] 영문판만 보인다.
어딘가에 해석학 어쩌구 하는 책도 있을텐데 ... 찾지를 못하겠네.
(지금 나오는 움베르토 에코 마니아 컬렉션이 아니라 에코 라이브러리 판인디... 아울러, 에코의 드넓은 작품세계를 폭넓게 소개해준 열린책들에도 감사를.)

 

어쨌든, 에코의 저서를 하나 올리며 추모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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