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에 나왔네요. 근데 왜 이제껏 몰랐지 ... 촉이 무뎌졌어 ... ㅠㅜ
[침구갑을경] ... 3세기 경 황보밀이 지은 침구학 경전입니다.
[황제내경 소문] 및 [영추], 그리고 [명당경]에서 나오는 생리 병리 및 침구 관련 내용을 추려서 묶은 책으로, 일단 [황제내경]에 대해 위진시대에 성립된 이본(異本)을 볼 수 있다는 점(물론 그래봐야 교정의서국의 시원스러운 교정을 거치게 되지만), 그리고 지금은 산일된 [명당공혈침구치요(明堂孔穴鍼灸治要)]의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저작입니다.
[영추]를 제외하고는 최초의 침구 전문서적으로, 당연히 이후에 나온 [침구자생경], [침구대성] 등의 각종 침구 서적의 전범이 되었고, 지금 통행하는 것과 거의 비슷하게 혈자리들을 확정한 책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엄청나게 중요한 책인데 왜 아직까지 번역이 안 되었느냐?
그러게요 ... 거 참 ...
일단 그 내용이 대부분 [소문]과 [영추]에 있다는 점에서 굳이 이 책을 따로 번역할 필요를 못 느꼈던 것이 아닐까, 합니다만 그래도 그 중요성에 비해 너무 홀대받았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습니다.
참, [소문]과 [영추]에 있는 내용을 빼고, [명당공혈침구치요(明堂孔穴鍼灸治要)] 부분만을 번역한 책은 있었습니다. 2004년도에 나왔던 [침구의학의 뿌리]입니다. 어찌 보면 번역자들의 지혜로운 선택이라 볼 수도 있겠네요. [갑을경] 중에서 [소문]과 [영추]에 나오는 부분은 해당 부분을 찾아서 내용을 파악하고, [명당]에 나오는 부분만 이 [침구의학의 뿌리]로 파악하면 어찌어찌 해서 [갑을경]을 독해하는데 문제가 없다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래서야 한국 한의학계의 [갑을경] 번역본으로 내놓기에 조금 체면을 구기는 일입니다.
하기에 저는 임상 개원의이면서도 한의학의 핵심 의서(사실, 한의학사에서 십대경전 중의 하나로 손꼽히는 서적입니다)를 900쪽이 넘는 분량의 거질로 오롯이 번역해 낸 홍도현 원장님의 뚝심과 끈기에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물론 이런 심오한(?) 학술서를 한 권 분량에 빼곡히 담아 (제가 판단하기에는 너무나) 저렴한 가격에 보급(!)해주신 의성당 사장님께도 존경의 념을 ...
의관을 뽑는 각종 과거 시험의 교재로 빠지지 않았기에, 이미 신라시대부터 우리나라 의가들과 함께 했지만 이천여 년 만에 처음으로 번역된 책, [갑을경]. 홍도현 번역본은 전공자들이 원문의 벽을 넘어 [갑을경]의 내용을 파악하기 충분한 수준이고, 군데군데 자세한 주석도 달려 있습니다. 앞으로 이 책을 바탕으로 더 많은 번역본들이 나올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