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에 재출간되어 파란을 일으키며 매진되었던 이을호 선생 번역본 [논어].

어렵사리 구해서 보게 되었다. 

 

물론(?) 책은 못 구하고 ... 복사본으로 ㅠㅜ

 

 

 

 

 

 

 

 

 

 

 

 

 

 

1. 번역에 있어서 맛깔나다 못해 쫀득쫀득한 '조선말'의 아름다운 구사는 높이 살 부분이다. 어떻게 이런 번역을 5~60년대에 할 수 있었을까, 생각하면 감탄할 수 밖에 없다.

 

아, 이래서 수많은 [논어] 번역서 중에서 '최고의 고전번역'으로 꼽혔구나 싶다.

 

헌데... 그 아름다운 '조선말'이 '한국어' 사용자에게 썩 와닿지는 않더라.

우리가 잊은지 오래된, 생경한 순우리말 단어들이 튀어나오니, 대체 무슨 내용인지 짐작이 잘 안 가는 부분들이 생기게 된다. 마치 [토지]나 [혼불] 같은 19세기말~20세기 초를 다룬 대하소설을 볼 때처럼 국어사전이라도 하나 끼고 봐야 할 것 같은 분위기(아예 그러라고 [토지사전]인가도 있다는).

 

더구나 [논어]라는 책 자체가 문장이 짧고, 단어의 사용이 대단히 함축적인지라 '아름다운' '조선말'로 번역된 문장에 대한 원문을 보면서 '아, 이 번역문이 내가 알던 그 구절이었구나'라고 뒤늦게 깨닫는 경우도 있고.

 

이런 경우에는 번역문의 단어 해설을 포함한(!) 자세한 주석이 달리는 편이 좋을텐데, 그러려면 적어도 국문학 전공자와 한문학 내지 동양철학 전공자가 팀을 이뤄 전문적 편집작업을 해야 했겠지만... 

 

이런저런 고려 없이 일단 재출간 자체로 의의를 가지는 작업물이다 보니 언감생심(막말로, 2,900원짜리 책 아닌가!).

 

어쨌든, 지나치게 간결한데다 약간 번역문 핀트가 미묘하게 안 맞는 불친절한 주석만 가지고는 본문 해독이 상당한 고역이었다. (주석이 더 난해하다!) 

 

 

 

이런 정도의 번역은 오히려 다른 번역본과 원문을 통해 [논어]를 조금이나마 접해본 독자에게 알맞지 않을까. 결코 출판자의 취지처럼 청소년들에게 고전을 접하게 한다는 명목으로, [논어]를 처음 읽는 독자를 대상으로 보급할만한 번역본은 되지 못한다고 본다. 위에서 말했듯이 저 아름다운 조선말을 잘 풀어주는, 친절하고 자세한 '한국어 주석'이라도 달린다면 모를까.

 

이을호 선생의 [논어] 번역이 '최고의 번역'인 것은 맞다.

단, 조선말 번역 중에서 최고, 그리고 최후의 번역.

앞으로 이을호 선생의 유려한 조선말 번역을 이어받아 '최고의 한국어 번역'을 써내는 것은 후학들의 몫으로 여전히 남아있고.

 

 

 

2. 번역의 관점 자체가 조금은 고루하다고 할까. 이게 이야기하자면 조금 복잡한데... 그냥 성리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공자와 [논어]에 대한 이해를 기본으로 하고, 군데군데 부분적인 자구 해석에서 다산설을 가져오는 정도? 대단히 참신하다거나, 새로운 공자상을 제시한다거나 뭐 그런 정도까지는 아닌...

 

 

 

3. 이게 앞으로 전자책으로도 만들고 해서 보급한다고 하는데... 설마 지금 책 그대로 내지는 않겠지? 일단 이 책의 편집 자체가, 책의 구성과 전혀 맞지가 않는다. 현재의 체제로는 한 편 안에 평균적으로 백 개가 넘는 주석이 달리게 되는데(모두 스무 편이 있으니, 이천 개 가까운 주석이 있는 셈이다!), 이렇게 해서는 너무나 읽기가 불편하다. 더구나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함축적이고 아름다운 조선말 번역에 대한 주석이 없이는 내용 이해가 조금 힘든 경우들도 있다. 

 

이런 경우 당연히, 주석이 각주로 내려가지 말고, 번역문과 원문 바로 밑에 따라붙어줘야 한다. [논어]를 비롯한 많은 동양 고전 번역본들에서 하고 있듯이 말이다.

 

전자책으로는 한 화면 안에 한 구절에 대한 번역문, 원문, 각주, 평설이 함께 뜨도록 화면 구성을 해주는 편이 좋겠다.

한 절을 한 페이지씩 설정해서 화면을 밀면 다음 절로 나갈 수 있게...

각주는 본문에서 클릭하면 바로 팝업창 형식으로 열릴 수 있도록 링크되는 것도 좋겠고, 주석에서 비교 대조해보라는 구절들도 링크로 연결해주는 것도 좋겠고.

뭐 종이책보다 훨씬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으니까....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한줄 요약 : 소문이 왜 났는지는 알겠다. 그런데... 소문난 잔치라는 느낌.

 

 

 

 

 

P.S. 전자책이 드디어 나오긴 했는데... 본문을 그대로 변환만 시킨 PDF 파일 이다. 제발 이렇게는 나오지 말았으면 하던 바로 그 방식으로...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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