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밖으로 폭발적인 호응을 얻으며 경악스럽게도 이틀만에 판매용 4천 부가 매진되어버렸다는 1차분의 학습효과 덕분인지, 교보문고 매장에는 요거 한 번 사 보겠다고 길다란 줄이 늘어서 있었다고 한다. 한 사람에게 한 권씩만 판매.

 

간신히 마지막 남은 [한글 맹자] 입수하는데 성공. 나머지 책들은 냉정하게 패스. 

 

동시에, 인터넷 교보문고를 통해서도 구매. 종류별로 3권 이상은 구매할 수 없도록 제한조치. 

 

그럼에도, 오후에 재접속하니 이미 매진. 

 

결국 '고리타분한' 인문학 고전 네 권, 각각 사천 부 가량이 하루이틀만에 매진 사례.

21세기 한국 땅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나?

동양 고전이 이 정도의 판매 돌풍을 일으키는 것은

텔레비전 강의까지 하시는 도올 김용옥 선생 말고는 ...

신영복 선생의 [강의] 정도?

 

이런 초반의 열풍은 언론에서 많이들 떠들어준 덕도 크겠지만,

상당 부분은 이름만 높았을 뿐 그동안 구하기 힘들었던

이을호 선생의 [한글 논어]와 [한글 맹자]에 대한 궁금증과 갈증이기도 했을 것이다.

 

 

 

 

 

 

 

 

 

 

 

 

 

 

역시, 박영문고로 나왔었던 이을호 선생의 번역본을 재단장.

다산 정약용 선생의 [맹자요의]의 정신으로 번역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지형 선생의 번역본이 나와 있다.)

 

감상평

 

1. 책날개 정도는 하는 편이 어떨까 ... 물론 문고판, 페이퍼백 컨셉이긴 하지만 ...

지금 분위기는 한정판으로 발매된 바람에 구하고 싶어도 못 구하는 희귀본이 되어버렸는데 ...

막 모서리 닳아서 헤어지고 그러면 안 좋을 듯.

 

2. 번역은 좋다. [한글 논어]처럼 최상급이다, 는 평가까지는 못 내리겠다.

군데군데 약간 어색한 부분들도 보이는데 ... 그냥 번역문만 읽어서는 무슨 말인지 갸우뚱.

[한글 논어]의 경우 짧은 단편들이라 톡톡 튀는 찰진 번역의 느낌이라면, [한글 맹자]는 구수한 입말을 잘 살린 느낌.

 

3. 번역문도 군데군데 오자가 눈에 띄는데, 주석과 원문으로 넘어가면 이건 뭐 거의 재앙 수준.

비전공자가 교정을 봤다는 티가 팍팍 나는 초보적인 실수들이 좀 많다.

[맹자]에 대한 최초의 주석가인 '趙岐'를 '趙峻'으로 오기한다든지 하는 민망한 경우들.

(이런 오자의 경우는 전산입력을 하는 요즘에는 드물고, 활자인쇄 시절의 실수가 이번에 전산입력을 하면서 그대로 이어진 듯 한데, 당연히 1) 해당 분야에 해박한, 전문가 급의 2) 유능한 편집자가 걸러줬어야 하는 부분. 그런데 이걸 다 갖춘 인력이 많지가 않지...)  

 

4. 원문도 정말 무성의하게 그냥 형식적으로 실었다.

일단 구두점이 없다. 다행히 가끔씩 띄어쓰기는 해주셨다. 

물론 해야 할 곳을 안 하거나, 안 해도 될 곳을 한 경우들이 많고.

유일한 구두점은 曰(왈) 뒤에 붙은 쉼표인데, 이것도 한 경우도 있고 안 한 경우도 있고.

한 경우와 안 한 경우도 무슨 ... 원칙에 따랐다기 보다는 어디는 하고, 어디는 그냥 빼먹은 느낌.

 

5. 평설 부분은 나름대로 이을호 선생의 목소리인데, 주석과 함께 몰아넣기 보다는 본문으로 올려서 번역문 뒤에 넣어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아폴로기아] 및 [크리톤], [심포시온] 등등이 수록되었고, 이미 언급했듯이 삼성출판사 세계사상전집판의 분책이라 볼 수 있다.   대본으로는 고색창연한 Benjamin Jowett 의 영역본을 사용했다. 조우현 선생이 작업할 당시에는 그럴 수도 있는 일이겠지만, 21세기에 영역본, 그것도 19세기 영역본의 중역본이 다시 나오다니 ...

 

 

이런 상황이니 혹시 구매를 못 하였다 하더라도, 플라톤 대화편의 입문서 정도의 위치인지라 너무나 많은 번역본들이 다양하게 나와 있으니 걱정 마시라. 물론 박종현 선생의 원전 번역을 첫손에 꼽아야 할 것이다. 제목부터가 [변론]이라고, 좀더 적합하게 바뀌었지 않은가.

 

 

 

 

 

 

 

 

 

 

 

이 책이야 너무나 유명한 고전이지만, 번역자에도 주목해야 한다.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의 바로 그 주요섭 선생이 언제 이런 번역서를 내셨나... 나름 이을호 선생 못지않게 찰진 번역일 듯 하다. 재미있게도, 주요섭 선생이 코리아헤럴드의 전신인 코리안리퍼블릭 이사장을 지냈었다고. 꼭 이런 이유 때문에 선정한 것은 아니겠지만. 

 

 

 

 

 

 

 

자, 역시나 올재 판을 구하지 못하셨을 당신을 위해 : 

 

 

 

 

 

 

 

 

 

 

 

 

 

2005년도에 나온 서해문집판은 올재 [정치학]의 번역자로 친숙한 라종일 교수의 번역. 아름다운 도판들이 눈길을 끌고, 주석을 찬찬히 보면 분명히 라틴어판도 참조한 것으로 보인다.

 

2007년도에 나온 을유문화사판은 같은 서양사학과 주경철 교수의 번역. 이 책 아니면 접하기 힘들 다양한 관련 사료들과 자세한 해제가 돋보이는, 공이 많이 들어간 역작이다.

 

 

 

 

 

 

 

 

 

 

 

 

 

 

 

폴 터너 교수는 영문판 펭귄 문고에서 원래 라틴어로 쓰인 이 작품(1516년)을 현대 영어로 새로 번역했는데, 2008년도에 나온 한국어판도 이 새로운 영어 번역본을 저본으로 삼았다. 그러니까 기존의 무수한 번역본들과는 저본이 다른 셈. 자세한 주석은 덤. 펭귄의 역량은 기본적으로 이런 정도다. 올재, 보고 있나?

 

 

자, 이제 끝판 대장이다.

우리가 흔히 하는 착각이, 영국인인 토마스 모어가 당연히 [유토피아]를 영어로 썼을 것이라는 생각인데, 사실 당시의 유럽 공용어였던 라틴어를 놔두고 불완전한 지방어였던 영어를 썼을 리가 만무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소개된 그 수많은 [유토피아] 판본은 모두 원저가 발표된지 40여 년 뒤에 나온 랄프 로빈슨의 영어판(1551년) 등을 저본으로 삼아와서 아쉬움이 많았는데, 드디어(!) 라틴어판 원전 번역이 소개되었다. 주인공은 그동안 별다른 히트작을 못내던 문예출판사. 이제부터 [유토피아]의 결정본은 바로 이 책이다! 앞으로 올재 클래식스에서도 영문판 펭귄 문고나, 문예출판사 원전 번역본 정도의 의미있는 작업물이 나오길 기원한다. 

 

 

 

 

 

 

 

 

 

 

 

 

 

 

 

 

 

대박이다. 실제로 보니 정말 두껍다. 5백 쪽 이상의 분량.

이전에 민문추에서 나온 것 말고는 다른 판본도 없다.

이번 출시분의 진짜 완소 아이템은 바로 이 책이다 ! 

 

 

 

 

 

 

 

 

 

 

뱀발 내밀어라 ▼  

 

장서가의 변명 Apologia Bibliophilia

 

워낙 언론에서 주목한데다, 한정판으로 나온 물량이 이틀만에 매진되는 사단이 나고 보니 인터넷 서점 등의 중고 코너에는 벌써부터 이 시리즈가 정가의 열배, 스무배 가까운 가격으로 나와 있다. 물론 파는 이가 그렇게 부른다고 하여 덥석, 사지는 않겠지만들. 이런 모습에 혹자는 지나친 폭리이다, 고상한 선의를 무시한 악질적인 매매행위이다 등의 비판을 하는 모습이 올재 게시판 등지에서 목격된다. 물론 애시당초 경제적 소외계층을 위해 염가로 팔자는 취지의 서적을 대상으로 지나친 영리추구를 하는 모습이 당혹스러울 수도 있다. 

 

헌데 이를 어쩌나. 어린 시절에는 부산 보수동 헌책골목에서, 머리가 굵어지고서는 서울 시내 전 지역의 헌책방을 섭렵하며 책을 수집했던 내가 보기에 이건 너무나 당연한 모습이다. 절판본, 희귀본의 경우에 정가의 수십배 내지 수백배까지 나가기도 하는데, 몇 만원 정도는 애교 수준. 올재 클래식스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어찌 보면 자랑스럽고 좋지 아니한가. 책이 출판사에서 매긴 가격의 열배 스무배로 팔린다는 것은 달리 생각해 보면 출판사에게는 무한한 영광(물론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으로서의 출판사라면 그걸 영광이로소이다~ 하고 앉아만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하필이면 '비영리' 사단법인에서 펴내었으니, 그냥 영광을 조용히 음미하면서...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되놈이 버는 모습을 바라볼 밖에).  

 

왜 이런 작태가 벌어질까. 정리 좀 해보자.

요즘 말로 '사기'(사기캐릭!)에 가까운, 완벽한 이력을 가진 명망가의 야심찬 프로젝트.

각종 언론을 통해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공짜로 누린 엄청난 홍보 효과.

고매한 이상과 대의명분까지 덤으로.

더구나 웃기는 것이, 정작 책은 널리 보급은 되어야 하지만 너무 많이 팔려서도 안되는 (어쩌라고?!) 말도 안 되게 역설적인 숙명. 

 

이건, 희귀본으로서의 완벽한 조건이다.   

 

앞으로도 올재 클래식스의 가격은 더 오를 일만 남았다. 잠재력이 매우 풍부한 우량주인 셈이다. 아니 IT 혁명 때의 코스닥 주식이나 2000년대 초반의 중국 주식, 아니 그 옛날 네델란드의 튤립 뿌리 수준이다. 물건을 산 그 다음날로 열 배가 되어 있다니... 

 

당신에게 자본이 있다면 올재 클래식스에 투자하라 !  

 

  

누군가 말했던가.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라고. 

이렇게 말해보자. 인간은 경제적 동물이다.  

 

헌책방 업계에서 '나까마'라 불리는 이들, 헌책 애호가, 장서가들이 한국 출판계에 다시 오기 힘들 이런 '대박 아이템'을 놓칠 리 없다. 여기다 대고 고상한 목적으로 펴내는 책을 악용한다느니 어쩌니 하는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부은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공자 맹자가 살던 시절에도 다 그랬다. 세상의 이치야.  

 

사유재산도 없고 모든 것을 함께 나누어 쓰는 이상사회는 그야말로 유토피아, 어디에도 없는 곳. 우리나라는 지금 자본주의 사회. 그 중에서도 제일 저질인 약육강식의 천민 자본주의. 자신의 소유물을 정당한 수단으로 판매한다는데 이를 제지할 방도는 더군다나 없다. 왜 하필이면 이런 데서만 이상을 내세우시는가, 오직 이윤이 있을 뿐이다(何必曰義 亦有利而已矣) ! 

 

말 나온 김에 한 마디 하자. '정가'의 수십 배의 가격을 치르고 책을 사는 행위가 터무니없어 보이는가? 그래봐야 몇 만원이다. 왜 책 한 권에 몇 만원씩이라면 그렇게 화들짝 놀라시는가. 한 권에 수천만원, 수억원을 줘도 못 사는 책들도 수두룩하다. 나에겐 '원가'의 수백, 수천 배의 가격을 치르고 값비싼 수입 화장품이니 모모 브랜드의 가방 따위를 사는 행위가 더 터무니없어 보인다. 1억원 짜리 피부관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받으신다는 분들의 행태는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 버린다. 믿고 싶지가 않아서. 하룻밤 술값으로 기백만원씩 쓰기도 하는데, 두고두고 평생의 지혜를 살찌워줄 책에 쓰는 돈이 뭐 그리 아까운가. (오해하지 마시라. 물론 이건 궤변이다. 책이 매진되자마자 득달같이 인터넷 중고서점에 책을 내놓은 '나까마'에게 지불한 돈은 책을 만드느라 수고한 이들에게 절대 돌아가지 못하고, 만든 이들의 고상한 목적과는 정반대로 가는 것 맞다. 차라리 올재에 그 돈을 기부하고 책을 받는다면 뿌듯하기나 하지, 이건 뭐...)    

 

새로 책이 나오기를 애타게 기다려 꼬박꼬박 책을 사보겠다는, 그리고 앞으로도 그렇게 될 당신부터가 이제부터 꼼짝없이 고전 애호가, 장서가의 대열에 합류한 셈이다. 이런 세계도 있다는 걸 알게 되셨으니 앞으로 부지런히 책 나올 때마다 사모으시도록. 그리고 행여 다음 기회에 책을 못 사게 되더라도 너무 열불내지는 마시도록. 올재에서 나올 책들은 워낙에 유명한 고전들인 덕분에, 꼭 올재 판이 아니더라도 대개는 다른 수준 높은 다양한 판본들이 있으니. 그러라고 내가 다른 판본들도 열심히 소개하고 있으니 참고하시고.

 

여기에 대해 올재에서 할 수 있는 일? 없다. 지들이 무슨 공정거래위원회도 아니고...  

하지만 예상치 못한 부작용은 어떻게든 좀 해결을 하긴 해야 할 것이다. 처음의 취지는 경제적 취약계층을 위해서 저렴한 가격으로 보급한다는 것이었는데, 이것이 오히려 '나까마'들로 하여금 희귀본을 싼 값에 더 많이 매입하도록 도움을 주기나 하고, 기껏 책을 펴내면 발매 하루, 혹은 이틀만에 절판되어 버리니 정작 책을 봐주었으면 하는 이들은 미처 다 못 사게 되고. (꼭 사려면 터무니없는 가격을 지불해야 되고 말이다!)  

  

 

 

올재에서 취할 수 있는 대응방안이라면... 뭐 이런 것들이 있겠지. 

 

1. 판매부수를 늘린다. 보급용 도서에 한정판이 무슨 말이냐! 전국민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사볼 수 있게, 몇 만 부 씩 찍어서는 미친년 떡 돌리듯이 팔아제끼는 것이다. 더이상 희귀본이 아니니 '나까마'들이 거들떠도 안 볼 것이다. 몇 년 뒤에는 다른 전집들처럼 헌책방 한 구석에서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겠지. 하지만 한정판 발행이라는 방침상 이는 절대 불가.   

 

(왜 책을 보고 싶은 독자들의 바램을 외면하냐고? 그 바램, 그대로 들어줬다가는 한국 출판업계는 괴멸하게 되니까. 사실 이런 말도 안 되는 가격이 가능했던 것은 각종 기업체의 후원과, 서적의 가격 결정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유통업체의 배려 덕분이다. 그나마 비영리 사단법인이란 곳에서 고상한 목적으로 딱, 4천 부만 팔겠다고 하니 그냥 보고 있는 거지, 영리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대기업에서, 후원이 아닌 계열사 밀어주기 식으로 이런 일을 벌인다면 난리가 났을 것이다. 그건 시장질서를 문란시키는 '덤핑'이라는 불공정 거래이며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이 되어 버리니 말이다. 대형마트가 들어오면 동네 구멍가게가 다 죽어나가듯, 대기업에서 마음 먹고 이런 일을 벌였다면 영세한 가내수공업 형태를 못 벗어나고 있는 한국의 출판업계는 멸망해버릴 것이다! 만약 올재에서 계속 [한글 논어]를 단돈 2,900원에 판다면 [논어]를 펴내던 다른 출판사들은 자기네 책을 절판시켜야 할 것이다. 새로운 번역서 같은 것은 앞으로 출판되기 힘들테고. 그러면 우리는 이을호의 [한글 논어] 말고는 다른 번역본이 없는, 참으로 척박한 출판 문화를 가지게 될지도 모른다.)   

 

2. 책의 수준을 확, 떨어트린다. 영미권의 페이퍼백처럼 저질의 갱지를 쓴다든지, 70년대에 대충 일본 책 베껴서 잡탕으로 펴낸 형편없는 중역본을 가져와서 알뜰하게 재활용 해준다든지. 내가 '나까마'니 뭐니 하며 약간은 비하하는 식으로 말했지만, 사실 이들은 출판업계의 사정에 대해 빠삭하게 꿰고 있으며, 인문학 전반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높은 감식안의 소유자들이다. 올재에서 이딴 식으로 별볼일 없는 책들을 자꾸 만들어낸다면, 그들은 올재에 대한 관심을 뚝 끊을 것이다. 지금도 정체불명의 번역자들만 골라서, 아무도 안 사주는 책을 자꾸 펴내는 이상한 전집이 몇 종류 있는데, 사정을 조금 아는 장서가는 이런 류에는 눈길도 안 준다. 하지만 이것도 말도 안 되는 이야기. 

 

3. 가격을 올린다. 솔직히, 아무리 후원을 받니 어쩌니 해도 현재의 가격은 너무나 비현실적인 가격이다. 2,900원? 길거리에 파는 별똥별이니 천사표니 하는 커피 한 잔도 못 사 먹는 돈이다. 아무런 경제적 의미를 지니지 못하는 그냥 상징적인 수준의 가격이니, 수집가들은 앞뒤 안 재고 부담없이 사재기나 하게 되고, 안그래도 희귀본인 책들에 오히려 아우라를 덧씌우는 결과를 낳는다(정가는 얼마인데 나는 열 배를 받고 팔았다, 누구는 스무 배에 샀다더라, 뭐 이렇게 말이다. 열 배라 해봐야 얼마 하지도 않으니, 자기들끼리 희희낙락하기에 딱 좋다. 한 점에 십원 하는 고스톱 느낌?).

 

이럴 거면, 그냥 조금만 더 올리시라. 다른 문고판들이랑 비슷한데 조금 더 저렴한 정도로. 해서 그 돈으로 훌륭한 번역가에게 의뢰도 하고, 좋은 편집진도 상주시켜서 권위있는 번역본도 펴내주고 하자. 언제까지 옛날 번역본들 뒤져가면서 '발굴'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사실, 지금 올재에서 '발굴'하고 있는 한 세대 전의 번역본들은 일본어판 베끼기나 원문 누락, 대리번역 등의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을호 선생처럼 참신한 원전번역을 아름다운 한국어로 딱, 한 경우가 그리 많지 못하다는 말. 

 

단순 계산으로, 책값을 2,000원만 더 올려서 그 돈을 번역자에게 지급한다면... 꽤 많은 일급 번역가들이 앞다투어 올재의 문을 두드릴 것이다. 작금의 일부 비정상적인 중고가 형성은 시장의 냉정한 평가다. 더 올려도 된다는. 맨큐 교수의 경제학 강의 시간에 뭐 이 정도는 다 배우셨을테니...   

 

인간적으로, 지금 책값 2,900원이 3,900원이 되나, 4,900원이 되나 다 거기서 거기다(더 넘어가면... 조금 생각해 봐야겠다^^). 어차피 볼 책이면 아무리 값이 나가도 다 보게 되어 있다. 책값이 비싸서 못 사본다고? 정말 돈이 없어서 책을 못 사보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책에 돈 쓰기가 아깝다는 소리일 뿐이다. 

 

지금처럼 인쇄비도 못 건지는 낮은 가격을 고수하다가는, 당신들이 사줬으면 하는 가난한 이들은 영영 올재 클래식스를 구경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책 좀 사볼까, 하기도 전에 벌서 책이 동나는데 어떻게 하나? 이상한 말 같지만, 가난한 이들이 올재를 볼 수 있으려면, 책값을 좀더 올려야 한다. 그래야 지금같은 유한계급들의 묻지마 식의 사재기도 수그러들 것이고. 역설적이지만, 할 수 없다.

 

  

4. 자, 이도저도 안 된다면, 마지막 대안: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아예 올재 홈페이지에 따로 아나바다와 사고팔기 장터를 열자.  

 

 

내가 가진 다 본 책을 희망하는 책과 교환해서 돌려 보는 아름다운 올재만의 전통을 만드는 것이다.

정말 책이 보고 싶은데 금전적 여유가 부족하다면 (앞으로 나올 예정이라는 전자책을 볼 수 있는 전자기기마저 없다면!) 이런 식의 돌려 보기를 통해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책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현실적으로는 각종 도서관 및 문고 등에 더 많은 보급을 해서 접근성을 높이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이런 게 진짜 그대들의 모토처럼 "지혜를 나누는" 행위 아니겠는가.  

 

교환이 아니라 팔기를 희망하는 사람은 판매액의 일정 비율을 올재 재단에 기부하게 하자. 화끈하게 경매 같은 방식도 재미있겠다. 이왕이면 경매 수익금에서 정가 및 택배비를 제외한 나머지 차액을 모조리 기부하는 자선 경매로. 그리고, 이런 기부를 자랑스러워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자(다음 번에 책 나올 때 이름도 좀 실어주고 뭐 그런 거 있쟎은가). 다른 인터넷 중고서점 등에다가 올재 책을 올려서 파는 행위는 뭔가 찌질해 보이게. 눈치 보이고 손가락질 받게.

값은 얼마든지 주고서라도 책을 사겠다는 사람은 좀더 쉽게 책을 구할 수 있고, 책을 판 사람도 올재에 기부했다는 뿌듯한 느낌을 받고. 그러다가 여기에 재미 붙여서 다른 단체에 기부도 좀 해보고, 뭐 이렇게 해서 대한민국에 고전 독서 열풍 뿐만 아니라 건강한 기부 열풍도 좀 불러주고 하면, 좋쟎아?

 

올재여, 지혜를 나누자. 세상을 바꾸자 ! 

 

뱀발 오무려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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