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책 제목에서 벌써 저자의 주장을 다 이야기해주시는 고마운 책. 

그 밖의 주요 내용은 위의 책 소개 페이지에 나오는 대강의 목차와 출판사 소개글을 참조하시면 되겠다. 앞으로 상처에는 요오드니 과산화수소수니, 빨간약이니 거품약이니 하는 것들 바르지 말고 흙 같은 이물질을 물로 씻어낸 뒤에 습윤 밴드 발라주면 훨씬 더 빨리 낫는다는 내용. 독자들이 알아야 할 사항은 이게 전부다.   

정말이다. 그 뒤의 내용은 일본의 성형외과 의사인 저자가 어떻게 이런 기존의 의학계의 당연한 상식과도 같은 소독이 필요치 않은지, 상처 치료에 삼출액-피부 재생 물질이 가득한-이 그대로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훨씬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지, 왜 의학계는 저자의 이런 훌륭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을 거부하고 있는지, 이런 상황에서 독자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등등... 굳이 모든 이가 알아야 할 필요는 없는 듯한 사항들의 장황한 서술로 채워지고 있다. 

기존 의료계의 배척을 딛고 습윤 치료라는 상처 회복 방법을 정립한 저자의 입장에서야 비분강개한 어조로, 심지어 쿤의 과학혁명이니 패러다임이니를 운운하면서까지 장광설을 펼칠 만도 하다만, 이제 우리 주변에서도 약국에서 손쉽게 이런 습윤 밴드 등을 구할 수 있는-그래, 텔레비전에서 한창 광고하고 있는 바로 그거!- 상황이다 보니 조금은 뜨악하다고 할까... 이런 내용이라면 5년 정도만 먼저 나왔으면 좋았겠다는 느낌? 

(이런 느낌이 들어서 저작권 사항을 보니 일본에서는 2009년도 출간. 발빠른 기획으로 일본과 비슷한 시기에 출간했었더라면 괜찮지 않았을까 싶다.)  

이 책은 한 마디로, 소위 출판대국이라 일컬어지는 일본의 전형적인 기획성 출판물이라 하겠다. 뭐 이런 내용으로 책 한 권을 쓰겠나 싶은 주제를 가지고도 갖가지 내용들을 덧붙여서 진짜로 책 한 권을 만들어내고 (심지어는 누구나 책을 쓸 수 있다며 이런 식의 책 쓰는 요령을 알려주는 책도 있다) 읽는 입장에서는 뭔가 이런저런 정보를 잔뜩 얻은 건 같은데 그게 또 대단히 뿌듯하고 그렇지는 않고... 읽으면서도 뭔가 시시콜콜한 쓰잘데기 없는 내용이 왜 이리 많아, 싶고... 읽고 나면 별로 남는 것은 없는 느낌이고... 

 

 

사족으로, 저자가 주창하는 습윤 치료와 관련해서, 한의계에서는 각종 창상 및 화상 등의 피부 질환 치료에 자운고(紫雲膏) 등의 연고를 도포하고 피부의 습윤한 상태를 유지하는 처치를 해오고 있었다.  

헌데 이 자운고란 것이 바로 에도 시대 일본의 의사 하나오카 세이슈(華岡靑洲, 1760~1835) 선생의 작품 되시겠다. 세계 최초로 마취약을 발명하고 유방암 수술을 시행했다 하여 의학사적으로도 유명한 인물인데다, 이런 내용을 소재로 한 문학작품까지 있는지라, 갈레노스까지 운운하시는 만물박사께서 이런 방면의 언급은 전혀 없는 것도 참으로 기이하다면 기이한 일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有吉佐和子의 동명 작품을 바탕으로 한 영화 포스터. 하나오카 선생으로 추정되는 왼쪽의 남성이 째려보고 있는 가운데 약사발을 사뭇 비장한 표정으로 마시는 이가 바로 하나오카 세이슈의 아내분이신 듯 하다. 지금도 수술 과정의 마취제 과다 투여로 인한 사망 사고가 종종 있는데, 최초로 마취제를 먹는 입장에서는 정말 사약 마시는 기분이었음직 하다. 이 약 먹고 헤롱헤롱하면 바로 유방암 수술 크리?)

 

 

 

 

 

 

뭐 그럴 수도 있는 일이지만, 이왕이면 외과 분야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자국의 선배 의사의 이런 성과를 조금은 참조하고 하셨으면 더 좋은 성과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일말의 안타까움에 쓸데없는 소리 조금 덧붙여 보았다. 이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