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앞에서. 

90년대 초반에 화제가 되었던 당시 서울대 사학과 김성칠 교수의 일기. 

한 나라의 정부가 그 국민을 속이고 도망쳐버린 수도에서 '인민 해방'의 대상이 되어 수모를 겪고, 다시 돌아온 정부 아래서 적반하장 격의 취급을 당하는 백성들. 

좌익은 무비판적인 교조화, 조직화 및 지도자 숭배에 빠져 정작 주체가 되어야 할 인민이 밀려나버리는 모습. 

우익(이라 쓰고 외세에 빌붙은 기회주의 세력이라 읽는다)은 무능과 부정부패, 황금만능에 빠진데다 좌익의 전략 전술을 따와서 그보다 한술 더 뜨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작금의 정치공간과 별반 차이가 없다 싶다.  

민주화 세력에 의한 정권교체기 십년 동안 뒤에서 칼을 갈며 프로파간다로 국민의 의식을 호도한 끝에 정권을 재탈환하자마자 마치 그람시의 충실한 추종자라도 되어버린 듯, 정치 경제 사회 문화계 전반에 걸쳐서 지난 정권의 인물들을 온갖 구실을 붙여 쫓아내고 자기 세력 심기에 광분하지 않았던가. 그 과정에서 벌어진 광범위한 흑색선전, 협박 등은 법치의 실종을 넘어서서 차라리 동네 양아치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 같았다.  

국격. 나라의 위신과 품위는 찾아볼 수 없었고.  

나라의 기본 질서가 되어야 할 법치, 질서는 신라시대 육두품 마냥 성골들에게는 되려 무소불위의 면허가 되어버린 듯, 조소와 희화화의 대상으로 추락해버렸다. (역시나 경상도 정권이라 그런가?)

이런 세력들이 공동체의 영속과 안녕을 위한다는 자칭 보수니, 자유니 하는 이름을 내걸고 설치는 꼴이라... 보수는 외세에 대한 사대가 되었고, 자유는 경쟁만능, 시장만능의 다른 이름으로 통한다. 

공자는 왜 그리도 正名을 부르짖었을까. 왜 소정묘를 단칼에 버히었을까. 있어야 할 것이 있고 없어야 할 것이 없는 사회는, 그렇게도 힘든 것일까... 

60년이면 두 세대가 지났건만, 사회가 돌아가는 모습은 별반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입맛이 쓰다. 

예나 지금이나, 중도를 지키는 이가 발디뎌 설 곳은 위태위태한 외나무다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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