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 C. Graham의 저작 및 관련 논문을 번역한 [음양과 상관적 사유](이창일 옮김, 청계, 2001) Yin-Yang and the Nature of Correlative Thinking (Singapore: National University of Singapore, 1986)를 읽었다. Disputers of TAO로 오래전부터 동양학도들에게 회자되던 유명 학자의 몇 안되는 국내 번역물 중의 하나인지라 당연히 읽어야겠다고 벼르고벼르다 이번에야 읽게 된 것인데, 책을 들고 있는 내내 마음 한 구석에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독자들이 원문의 난해함을 인식하지 못할 정도의 매끄러운 번역문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무슨 말인지 도저히 알지 못할 정도로 알쏭달쏭한 한국어(?) 문장들은 나오지 않아야 할 것 아닌가. 한국어의 문장 구조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기괴한 문장들이 "연속체"를 이루며 출몰하는데다, 조사의 처리도 제대로 하지 못한 기본적인 문법적 오류까지 더하여서 가히 악역의 대표 사례라 할 만 한 책이 탄생했다. 특히 후자의 경우는 편집 과정에서 조금만 신경 써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것이건만, 편집에 있어서 역시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오,탈자조차 제대로 막지 못하는 어처구니 없는 편집자들이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었겠는가. 출판사는 제발 편집의 ABC도 모르는 사장이 편집까지 말아먹는 구질구질한 짓 좀 그만하고 제대로 된 편집인이나 고용하기 바란다. 그럴 능력이 안 되면 외주를 주든가... 그럴 능력마저 안 되면 편집을 좀 공부해서 구질구질한 짓이나마 깔끔하게, 티 안나게 하시길.
영어권 번역가들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진 근자에 참으로 보기 드문 이 악역 덩어리를 배짱 좋게 번역물이랍시고 내놓으신 번역자님도, 좋은 번역가의 자질이 과연 무엇인지 그리고 현재의 자신에게 그 자질이 있는지를 한 번쯤은 숙고하시고, 대학원 수업 듣다가 찔끔찔끔 늑장 부린 것을 무슨 자랑 마냥 늘어놓기 이전에 자신의 번역물에 책임을 지는 자세로 개정판을 내어 주시기 바란다.
2004-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