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너무나도 유명한, (그러나 아무도 읽지는 않았던) 고전 [동방견문록]은 유럽에서 동양을 바라보는 메인 '윈도우'라 할 수 있었던 작품이요 그들의 동양관에 결정적 영향력을 미친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수많은 모험가들이 촛불아래 바로 이 책을 펴 놓고 가슴 속 깊이 희망을 간직한 채 탐험의 여정을 짜보지 않았던가.

하지만 정작 그 동방의 '카울리'(한국의 당시 표현)에서는 이제껏 '시팡고' 사람들의 번역서를 중역하는 수준에서 그치다가 서기 2000년이 다되어서야 권위있는 번역서가 나오게 되었다. 마르코와 카울리가 제대로 만나는데 700여년이 걸리다니, 좀 심한듯도 싶다. 역자는 그간 중앙아시아학을 고독히(혹은 독보적으로) 연구해 오시던 서울대 동양사학과 김호동 교수. 
 

 (김호동 교수가 번역한 라시드 앗 딘의 몽골제국사 시리즈)    

 

 

 

 

 

 

(김호동 교수의 중앙아시아 역사 관련 논저 및 번역서)   

 

 

 

 

 

 

(이번에는 이슬람 역사 관련 서적들)

 

 

 

 

 

 

이 책은 정본이 없이 약 200여종의 판본이 내려오는, 판본학상 많은 문제를 가진 책의 하나이기도 한데 김 교수는 그중 가장 기본이 되는 프랑스 지리학회본을 비롯한 3가지 판본을 중심으로 원고를 모으고 재구성하여 결정본을 만들어 내었다. 비록 서구의 방대한 '마르코 폴로학'에 비하면 아직 일천하다고 하겠지만 이 정도 번역본이나마 가지게 되었으니 후학들에게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사실 '東方見聞錄'이란 제목은 일본인들이 번역하면서 갔다붙인 것이고 원래의 제목은 [세계의 서술](Divisament dou Monde)라고 한다. 직접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폴로는 정말 당시로서는 온세계를 서술해 놓았고, 그 이름값 하기에 손색이 없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아랍 세계, 중앙아시아, 원나라, 동남아시아, 서남아시아, 인도 대륙... 이렇게 끝없이 이어지는 여정이 장장 500여 쪽이 넘게 이어지지만 폴로와 함께 따라가다 보면 마지막 장을 덮을 때 쯤엔 아쉬움이 밀려옴을 느낄 것이다.

마르코 폴로가 감옥에서 다른 사람에게 말해준 걸 받아적은 형식이라 그런지 화롯가에서 구랏발 좋은 이야기꾼이 들려주는 먼나라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라고 할까. 왜 이 책이 유럽에서 성서 다음가는 베스트 셀러였는지를 설명해주는 근거의 두번째 쯤은 마르코 폴로의 입심 덕이라고 말해줘도 될 것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중국작가 여추우(余秋雨)의 [중국문화답사기]와 이 책을 거의 동시에 보게 되었는데 그 책에서 묘사되는 강남지역의 풍경과 마르코 폴로가 본 13세기 元代의 강남을 비교하는 것도 꽤나 쏠쏠한 즐거움이었다. [세계의 서술], 꼭들 보시라 ... 살아 펄떡이는 古典의 비릿한 내음을 맡으실테니.   

함께 볼 만한 책들로는 역시 가을비 선생의 [중국문화기행]을 먼저 꼽아본다. 원래 [중국문화답사기]로 나왔었다.  

 

 

 

 

 

 

마르코 폴로 말고도 중국 및 아시아로 향하는 기약없는 여행길에 올랐던 방랑자들이 있다. 그들의 여행기들도 번역되어 나오고 있다.  

 

 

 

 

 

 

 

 

[인상깊은구절]
그 안에는 샘물들과 강과 잔디밭이 많다. 대카안은 그곳에 각종 짐승들, 즉 숫사슴과 영양과 노루 따위를 키워서 그곳 새장 안에 기르고 있는 해동청이나 매에게 먹이로 준다. 200마리 이상의 해동청이 있어 그는 매주 한 번씩 그것을 직접 보기 위해 새장을 찾는다. 그리고 대카안은 담으로 둘러싸인 이 정원에서 종종 말을 타고 다니는데, 말 엉덩이에 표범 하나를 묶어서 데리고 다니다가 생각이 나면 그놈을 풀어주어 숫사슴이나 영양이나 노루를 공격하게 한 뒤, 그것을 새장 안에 있는 해동청에게 먹이로 주곤 한다. 

 

2001-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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