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도교 연구자인 정재서 교수의 국내 초역본, 서경호 교수의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연구서, 중국에서 나온 일러스트본의 번역서.)

중국 민속 종교 지리 신화의 보고로 이름난 山海經. 소싯적에 읽은 문호 노신(魯迅)의 글 중에는 그가 어린시절 산해경을 애독하며 무궁한 상상력을 키웠다는 내용을 읽은 바 있어 은근한 기대마저 품고 보기 시작했다. 그것이 화근이었던가. 책 순서대로 五藏山經 부분을 먼저 읽었는데 대부분 한 지역에 대한 두세 문장의 짧은 소개와 그 곳의 특징적인 동식물에 대한 그닥 친절하지 않은 서술들이 지리멸렬하게 이어지는 형식이었다.

딴에는 기괴하답시고 주저리주저리 읊어대는 괴물들은 ... 조금은 그네들의 상상력이 엿보여 귀엽기도 했지만 21세기 SF 시대를 살아가는 나에게 그다지 신기하다거나 놀랍다는 감흥을 일으키기 보단 '고만고만한 것들 또 나왔네' 하는 생각만 들게 하구 있었다. 읽는 내내 '이거 왜 이러나' 하는 당혹감 속에 책을 읽어나갔다.

이 책은 마치 명성은 자자하나 재미는 없는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영화...  
아니, 더 정확한 비유가 있다! 서유기를 열 권 짜리 완역판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샅샅이 다 읽는 것처럼 '살벌하게 지루하다'(영화기자 오동진씨의 표현인데...)는 것을 밝힌다. 혹여나 막연한 호기심만으로 이 책에 접근하려는 독자라면 별로 소개하고 싶지 않다. 아직은 접근을 거부하는 魔의 山, 다듬어지지 못한 和氏之玉이기 때문에. 물론 전공자라면 두 팔을 걷어부치고 달려들어 보통사람들이 재미있게 읽을수 있는 새 산해경을 만들어내야 하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大荒經들이나 海內經 뒷부분의 신화적인 부분은 역시 자세한 탐색을 요구하는 '보고'임에는 틀림없다.  


참, 이 쪽에 관심있는 독자들에게는 위엔커의 [중국신화전설](민음사)을 권하고 싶다. 시각은 편향되었다고 말할수 있겠지만 약간은 흥미있게 고대 신화 자료들을 재구성하였으니까.  

(위는 대우학술총서로 나왔던 연구서의 신장판, 아래는 주석을 없앤 세계문학전집본. 더 싸다!)  


  

 

 

 

 

 

 

  

 

 

 

 

 

 

 

 

 

 

"편향된 시각"이 찜찜하던 차, 근자에 정재서 교수가 활발히 펴내는 우리 시각의 연구서들도 일독을 권한다: 

 

 

 

 

 

 

 

 

 

 

 

 

 

 

 

2001-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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