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언어학을 전공한 한 학자가 고대 라틴어, 헬라스어, 수메르어, 악카드 어 등등... 우리에겐 이름도 생소한 각종 언어와의 비교를 통해 논어를 문법으로 "분해"한 책이다.
천 페이지에 조금 못 미치는 방대한 분량에, 세밀하게 분류한 각종 문법 기호를 동원하여 고대 周나라 말의 문법을 풀이하고 Legge, Waley, Lau 등을 참조한 영어 번역과 한국어 번역을 제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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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 문법에 대한 독자적인 시각을 바탕으로 한문 고전을 해석하였던 김종무의 [(釋紛訂誤) 論語新解], [(文理平敍) 孟子新解] (민음사, 1991) 나 류종목의 [논어의 문법적 이해](문학과지성사)가 채용한 문법적 설명의 내재적 정합성 및 정확성에 문제가 있거나, 중국식 문법 설명의 지나친 번잡성 등으로 인해 그다지 좋은 평가를 얻지 못했던 사례를 생각하면, 이 책에서 시도하는 고대어 비교라는 방법론이 얼마나 효과적일까라는 약간의 의구심은 가나, 일단 제 고대어와의 비교라는 방법론의 참신성과 독창성은 높이 살 만 하다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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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방법이 기껏해야 근대 이후의 갑골문 연구를 字義 해석에 반영하거나, 음운학적 연구로 얻어진 자료를 반영하거나(버나드 칼그렌의 [시경]연구 등), 그도 아니면 최근의 고고학적 연구 성과를 반영하거나(馬王堆 漢墓에서 출토한 帛書 老子本 및 의학 관련 竹簡 등) 했던 것에 비추어 보면 나름의 가치를 가지는 접근법이라고 보인다. 무엇보다 국내 (아마도 국외에서도) 동양학계의 역량으로서는 엄두도 못낼 일을 시도했다는 점을 높이 사고프다.
단, 기호논리학 교재 수준의 각종 문법 기호들로 점철된 이 전문 저서를 일반 독자들이 다 읽기는 조금 곤란하지 않을까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건데, 위에 언급한 "이름도 생소한 각종 언어"들에 능통한 연구자가 아니라면 손을 대지 않으시는 편이 좋을 듯하다. 참고로, 이 언어들은 대부분 오래전에 사멸한 고대어들이니 자신의 짧은 어학 실력을 탓할 필요는 없겠다.)
사계의 분발을 촉구한다!
2004-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