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시절 심하게 체한 날이었다. 온종일 책상에 엎드려 있다가 선배 언니를 찾아가 손 좀 따달라고 부탁했다. 언니는 옷핀을 구부려 바늘을 손수 제작하고 라이터를 빌려와 소독을 했다. 그러더니 내 팔을 붙들고 쓱쓱 쓸어내리기 시작했다. 그게 피를 손으로 모으는 동작이라는데 어찌나 어설펐던지, 둘 다 웃음이 나서 바늘을 조준할 수가 없었다. 콕 누르고 "여기가 아닌가?" 하며 또 같이 웃고.
안 되겠다고, 기다려보라면서 언니는 총총 나갔다. 이윽고 다른 전공의 선배 오빠가 왕진을 왔다. 그의 고향인 호남에는 체 내리는 민간요법이 있는데 침술보다도 잘 듣는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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