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보는 동화책 속에 삶의 비의를 숨겨둔 작가 미하엘 엔데, 매우 불온하다.

정말로 필요한 것은 그것보다 훨씬 더 쉬우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훨씬 더 어려운 것이지. 그것은 너희들 마음속에 감추어져 있단다."
질버 씨가 아이들의 말을 끊으며 말하자 아이들은 할 말을 잃고 가만히 듣기만 했다.

"그것은 바로 소원의 힘이라는 거야. 마법을 부리려면 소원의 힘을 마음대로 다룰 수 있어야 돼. 하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그것을 다루는 법을 알아야 하지."

질버 씨가 잠깐 뜸을 들이더니 말을 이었다.
"자기가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만 확실하게 알게 된다면 다른 것들은 저절로 다 풀리게 돼. 그렇지만 진정으로 소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지."

"알아낸다고요? 저는 소원이 있으면 그것이 이루어지게 해 달라고 곧바로 비는 걸요. 그것도 얼마나 열심히 비는데요! 그런데도 마법은 부릴 수 없던 걸요."
머그가 불만스럽게 말했다.

"그래서 내가 진정으로 소원하는 거라고 말한 거지. 그것은 자기 자신의 마음을 잘 알고 있는 사람만이 알아낼 수 있단다."
질버 씨가 말했다.

"자신의 마음이라고요? 그야 다들 잘 알고 있지 않나요?"
말리가 물었다.

"아니, 모두 그런 것은 아냐. 절대로 그렇지 않지." - P20

질버 씨가 한숨을 길게 내쉰 다음 말했다.

"소원 나라에 살고 있는 우리는 그것을 비교적 잘 아는 사람들 중에 속하지만 밖에 있는 보통 세상에서는 대부분의 사람이 자신의 마음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단다. 그들이 그것을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야. 그냥 어떤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거나 싫어하면 다른 사람도 그것을 좋아하거나 싫어해야 된다고 생각하지. 그렇지 않나요?"
질버 씨가 갑자기 뒤에 앉아 있던 나를 쳐다보며 물었다. 아이들이 모두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난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언지 모른 채 살아간단다. 다만 알고 있다고 생각할 뿐이지. 가령 유명한 의사나 교수 혹은 장관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의 진정한 소원은 그 사람 자신도 미처 모르고 있지만 단순하고 착한 정원사가 되고 싶은 것일 수도 있거든. 또 어떤 사람은 돈과 권력이 많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하지만 그의 진정한 소원은 서커스의 광대가 되고 싶은 것일 수도 있어. 많은 사람이 세상 사람들 모두가 행복하게 살아가고, 서로에게 친절하고, 진실이 승리하고, 평화로운 사회가 되기를 진정으로 바란다고 말하지. 그러나 자신들의 진정한 소원이 뭔지 알게 되면 스스로 몹시 놀라게 될 거야. 그들은 남들이 자신을 덕망 있고 선한 사람으로 봐 주길 바라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거란다. 그들의 진정한 소원은 그런 것과 전혀 다른 것이고, 심지어 정반대되는 것을 마음속으로 빌기도 해. 그래서 그들은 자기 자신과 절대로 하나가 될 수 없단다. 즉,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빌게 되는 낯선 소원에는 자신도 모르는 마음이 들어 있기 때문에 마법을 할 수 없게 되는 거야." - P21

"그렇다면 자기 자신과 하나가 되고, 자신의 진정한 소원을 알고 있는 사람만이 마법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요?"
말리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묻자 질버 씨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게만 된다면 소원을 이루기 위해 별다른 행동을 할 필요도 없지. 모든 것이 저절로 다 이루어질 테니까."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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