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시대적, 언어적 차이와 이론 체계 자체의 난함으로 인해 읽기 어렵다는 고전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적당히 얼버무리고 넘어가는 해설서가 아니라 해당 고전을 온전히 번역하되 쉽고 평이한 문장으로 재서술한다는 목표에 도전한 작업물이 나온 모양이다.




이웃 일본의 경우, 재야 철학자 하세가와 히로시 長谷川宏(1940- )가 "헤겔이 쓴 명저 [정신현상학]을 원서의 의미를 그대로 전달하면서도 교수들이나 학자들이 쓰는 어려운 말이 아니라 평범한 일본인들이 다 알아들을 수 있는 일본어로 번역해 낸"* 사례가 있기도 해서 기대를 가져보았다.


* [번역과 반역의 갈래에서] (박규태, 새물결플러스) 에서 인용













1. 음, 그런데 일단 번역자들이 ... 신학-연극영화학, 정치외교학-국제학, 전기공학을 전공하신 분들이구나.


여기까지만 보고 그만 알아보자 ... 고 할까 하다가 그래도 미련이 남아 더 살펴본다. 난해한 철학적 저작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간명하고 쉬운 문장으로 번역하는 일이 꼭 전공자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니까. 


2. Thomas Kingsmill Abbott가 영역한 [Fundamental Principles of the Metaphysic of Ethics](1829)를 저본으로 하고, H. J. Paton과 A. W. Wood의 번역을 참고로 하였으며, '오역 검증'은 백종현의 국역본으로 했다고 ...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영역본을 저본으로 적당히 비벼서 번역할 수는 있다. 뭐 그럴 바에야 차라리 예전에 많이 하던대로 篠田英雄, 中山元, 熊野純彦 등의 일역본을 저본으로 했으면 더 쉬웠을 텐데. 아, 번역자들이 일본어를 몰라서 ... 그러면 더 간편하게 박태흔, 최재희, 이원봉 등의 기성 국역본을 저본으로 했으면 됐을텐데.



























그리고 '오역 검증'은 글쎄, 내가 생각하기에는 최소한 원문과 번역본을 대조하며 하는 작업이 아닐지. 백종현 국역본도 한갓 번역본의 하나일 뿐인데 무슨 수로 이걸 '오역 검증'의 기준으로 삼나. 저자가 무슨 말을 했는지 제대로 검증이 안되는데 온갖 미사여구를 늘어놓으며 대중 번역을 지향하니 타자를 초대하니 해본들 무슨 소용이 있나 싶은데.


3. 취지도 좋고, 지향하는 바도 좋은 시도인데, 일단 'philology부터 philosophy까지' 제대로 단계를 밟고서 풀어주셨으면 좋겠다 싶다. 설마 다음에는 Benjamin Jowett 이 번역한 고색창연한 플라톤 전집 영역본 가지고 뭘 하겠다고 하시고 그러면 ... 곤란해요 ㅠ


첫 인상은 일단 이렇고, 이거 아무래도 직접 보긴 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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