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dts] (2disc)
이정철 감독, 수애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하루하루-윤미래
 
  가족, 존재의 뿌리

 기억은 존재의 뿌리다.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은 '나'의 기억이다. 내 기억의 창고를 뒤적여 보자. 과거의 기억은 항상 어떤 사람들과 연관되어 있다. 그 사람이 선생님일 수도 있고 친구들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내 기억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가족들과 연관되어 있는 기억이기 쉽다.

  가족 앨범을 열면 지금보다 훨씬 젊은 어머니가 갓난아기를 안고 웃고 계신다. 그 옆에 활짝 웃고 계신 분은 아빠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졸업사진, 해수욕장에서 물장구를 치는 모습, 생일 케이크을 자르며 박수를 치고 있는 모습… 가족의 앨범에는 가족들의 추억이 있고, 추억 속에는 촛불을 둘러싸고 활짝 웃고 있는 가족들의 행복했던 한때가 있다.

  가정은 작은 천국이라고도 하지만 가정이 항상 행복한 것은 아니다. 어떤 누구보다도 우리는 가족으로부터 큰 상처를 입는다. 이제 그만 좀 하세요, 매일 잔소리를 하는 할머니, 술을 마시고 큰소리 치기 잘하시고, 거의 명령조로 이래라 저래라 하시는 아버지, 심부름이나 시키고 말을 듣지 않는다며 곧잘 머리를 쥐어박는 형, 남들의 부모님은 교양 있어 보이는데 왜 우리 부모님은 말투와 차림새가 저럴까, 게다가 우리 집은 왜 이 모양 이 꼴로 초라한 걸까… 때로는 가족과 집이 지긋지긋할 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가족은 가족이다. 힘들고 괴로울 때 우리는 부모와 형제를 생각한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잔소리를 하시던 부모님도 몸져누우시면 걱정이 앞서고, 군대 가는 날 형은 가족들 앞에서 눈물을 떨구기 마련이고, 사사건건 말썽만 부리던 동생이 늦게까지 귀가하지 않으면 걱정이 앞서는 게 형과 누나와 오빠의 마음이다. 인간 심리의 가장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정서. 그 핵심에 가족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넘어져도 일으켜 세워줄 사람이 뒤에 있다는 믿음은 아이들을 과감하고 진취적으로 만든다. 부모님의 사랑과 관심이 나를 항상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이 한 존재를 든든하게 떠받쳐주는 것이다. 그러나 가족들로부터 소외 받고 상처를 입은 사람들은 세상을 쉽게 신뢰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한 인간의 심리의 밑바닥에 가족들과의 행복한 추억이 많은 사람은 그 존재의 뿌리가 튼튼한 사람이라고 하겠다.

 전직 형사였지만 사고로 한쪽 눈을 잃은 아버지, 패거리 두목의 죄를 대신하여 교도소에 들어간 문제아 딸, 영화 <가족>이 보여주는 캐릭터들이다. 서로의 모습에 실망한 이 캐릭터들에게 가족은 지긋지긋하다. 그러나 밉더라도 끝까지 미워할 수 없는 존재, 다툼을 일삼더라도 끝내는 화해를 해야 할 존재가 가족이 아닌가. 이들이 내뱉는 뼈아픈 말과 행동 속에는 서로에 대한 사랑의 감정이 숨어있다. 상처를 주든 행복을 주든 가족은 우리에게는 버릴 수 없는 존재요, 그러므로 언젠가는 화해해야 할 한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집단이다. 영화 <가족>은 새삼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 한다.
 
감독:이정철, 주연:주현,수애. 제작:20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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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 행복해서 행복하냐?
행복은 의무다
예외는 없다
행복하자
하라구

 
 

 
 
 
 
Beck의 Sex Laws는 올해 만난 수작
모처럼의 경쾌발랄, 우울아 썩 꺼져라
내 몸은 너희들이 거처할 장소가 아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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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4-12-24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쳐할--거처할(오타 신고!^^)

신납니다. 퍼갈게요.

감각의 박물학 2004-12-24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오타으, 항제...황재. 횡재 ㅋㅎ
 



 
C가 무엇이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그분들에게 무수한 C 중에서 몇 개의 C만을 누설해야겠다.
C는 당신의 이름이고 나의 거짓말이다.
 
0.
C는 B와 D사이에 있다.


 
1.
닫혀있으면서도 열려 있다
C의 기묘한 형상
그러나 너무 깊숙이 들어가면 안 된다
죽음을 각오해야 하리라
모든 내부는 지나치게 어둡다
우리는 입구의 삶에 길들여져 있다
 
2.
모든 거짓말과 비밀에는 이면이 있다
비밀과 거짓이 C의 이름이다
이면을 배우면서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란다
올망졸망 잠들어 있는 사랑스러운 것들
너의 내부가 깨어있다면 꿈을 꾸리라
내가 알지 못하는
네가 알지 못하는
그 꿈이 C다
불길하도록 아름다운
 



 
3.
빵 부스러기 같은 햇살이 창가에서 놀고 있다
C가 온 것이다
창문을 열어둔 것이 다행이었다
가만 숨을 죽이고 햇살이 노는 것을 지켜보았다


 
4.
다리 밑에는 강물이 흐른다
난간에 올라가 사내는
C를 바라본다
경찰들이 소리친다
내려오세요
내려오세요
씨발놈들
사내는 강물 멀리 소주병을 던진다
 


 
5.
별이 만드는 것은 시선이다
하늘로 난 수많은 길 너머
참 고요한
C의 집
 
다음과 같은 모든 거짓말 속에 C는 있다. 아니 우글거린다.
 
잭 몰튼의 일기장
 
동물들이 진공상태의 유리병 안에서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것을 관찰한 동물학자 잭 몰튼은 공기의 순환이 생명에 필수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사람들이 내뱉는 숨에는 폐와 신체에서 방출되는 지극히 유해한 것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가정 하에서 그는 숨막힐 듯한 주거지에서 밀집해 사는 사람들이나 폐쇄된 방에서 사는 사람들은 유리병 속의 동물들처럼 자신의 날숨 때문에 죽게 될 것이라고 유추했다.
 
인간의 날숨이 인간을 병들게 할 수도 있다는 몰튼의 생각은 실연의 아픔으로 방문을 걸어 잠그고 거의 일 년 동안 두문불출하는 그의 딸 수잔에 미쳤다. 그녀의 실연 이후 누구도 수잔의 방 커튼이 걷혀지는 것을 본 사람은 없었다. 몰튼의 과학적 가설도, 간곡한 그의 만류도 수잔을 그녀의 방으로부터 한 발짝도 끌어낼 수 없었다.
 
몰튼이 그녀를 억지로 방밖으로 끌어냈을 때 수잔은 빛을 가려 달라며 눈을 감았다. 그날 이후로 그녀는 식음을 전폐했다. 그녀의 목에 호스를 박고 억지로 음식물을 흘려 넣었지만 계속 되는 구역질은 일체의 음식물을 용납하지 않았다. 몰튼이 그녀를 방밖으로 끌어낸 지 보름만에 수잔은 더 이상 음식물을 거부하지 않게 되었다. 그녀의 숨이 끊어진 뒤였기 때문이다.
 
몰튼은 수잔을 매장하지 않았다. 독실한 기독교도였지만 몰튼은 매장을 고집하는 기독교의 관습을 따르지 않았다. 비어 있는 관으로 기독교식 장례식을 치른 후, 아무도 모르게 콜로라도의 산정에 수잔의 유해를 가져다 놓았다.
 
수잔의 유해를 콜로라도 산정에  옮겨다 놓고 온 날 밤에 몰튼은 일기를 쓰게 된다. 그 일기는 콜로라도 대학의 구겐하임 도서관에서 1863년 2월 분실되었다. 다행히 구겐하임 도서관 직원이었던 필립 선드럼은 그 일기가 분실되기 전에 그 일기의 일부를 외우고 있었다. 그는 그가 암기하고 있는 내용을 <덴버 포스트 Denver Post>지에 소개했다. 그 일기는 다음과 같다.  
 
젖먹이 시절 쌔근거리는 너의 숨소리를 들으며 나는 비로소 잠을 청할 수 있었다. 너의 볼에 입맞추며 너의 숨결을 뺨에 느낄 때 나는 비로소 너의 아버지가 될 수 있었다. 나를 너의 아버지로 만들어 주었던 그 아름다운 너의 숨결이 이제 너를 데려갔구나. 너는 너의 숨을 마셨고, 너의 독을 마셨고, 너의 죽음을 마셨다. 이제 너는  콜로라도의 바람을 마셔라. 너의 사랑이 너의 가슴에서 다시 새살을 돋게 할 때까지, 콜로라도의 바람이 너의 비명을 지울 때까지 너는 콜로라도의 하늘을 마셔라. 별을 마셔라.
 
나중에 밝혀지는 일이지만 그 일기를 훔친 사람은 도서관 직원인 필립 선드럼이었다. 그는 그 일기를 사랑했다.
 
Elliot Smith_ Everything means nothing to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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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vid Darling - Darkwood VII: New Morning    
 
저녁 무렵에 오는 첼로 
     - 박남준  




그렇게 저녁이 온다
이상한 푸른빛들이 밀려오는
그 무렵 나무들의 푸른빛은
극에 이르기 시작한다

바로 어둠이 오기 전 너무나도 아득해서
가까운 혹은 먼 겹겹의 산 능선
그 산빛과도 같은 우울한 블루
이제 푸른빛은 더이상 위안이 아니다

그 저녁 무렵이면 나무들의 숲
보이지 않는 뿌리들의 가지들로부터
울려나오는 노래가 있다
귀 기울이면 오랜 나무들의...
고요한 것들 속에는
텅 비어 울리는 소리가 있다

그때마다 엄습하며 내 무릎을 꺽는
흑백의 시간
이것이 회한이라는 것인지
산다는 것은 이렇게도 흔들리는 것인가

이 완강한 것은 어디에서 오는 것이냐
나는 길들여졌으므로
그의 상처가 나의 무덤이 되었다
검은 나무에 다가갔다
첼로의 가장 낮고 무거운 현이
가슴을 베었다 텅 비어 있었다
이 상처가 깊다

잠들지 못하는 검은 나무의 숲에
저녁 무렵 같은 새벽이
다시 또 밀려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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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vid Darling - Darkwood VII: New Morning    
 
저녁 무렵에 오는 첼로 
     - 박남준  




그렇게 저녁이 온다
이상한 푸른빛들이 밀려오는
그 무렵 나무들의 푸른빛은
극에 이르기 시작한다

바로 어둠이 오기 전 너무나도 아득해서
가까운 혹은 먼 겹겹의 산 능선
그 산빛과도 같은 우울한 블루
이제 푸른빛은 더이상 위안이 아니다

그 저녁 무렵이면 나무들의 숲
보이지 않는 뿌리들의 가지들로부터
울려나오는 노래가 있다
귀 기울이면 오랜 나무들의...
고요한 것들 속에는
텅 비어 울리는 소리가 있다

그때마다 엄습하며 내 무릎을 꺽는
흑백의 시간
이것이 회한이라는 것인지
산다는 것은 이렇게도 흔들리는 것인가

이 완강한 것은 어디에서 오는 것이냐
나는 길들여졌으므로
그의 상처가 나의 무덤이 되었다
검은 나무에 다가갔다
첼로의 가장 낮고 무거운 현이
가슴을 베었다 텅 비어 있었다
이 상처가 깊다

잠들지 못하는 검은 나무의 숲에
저녁 무렵 같은 새벽이
다시 또 밀려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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