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종말 - 인간과 과학 총서 21
빌 맥키벤 지음, 진우기 옮김 / 양문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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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하나의 풍경을 바라보면서 울컥하는 감정을 느낄 때 풍경은 단순한 사물들의 집합체가 아니다. 풍경에는 풍경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경험과 마음이 녹아있다. 하나의 풍경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그 속에 베어있는 추억들을 음미한다. 친구들과 물장구를 치던 개울, 밤나무를 흔들며 놀던 뒷동산, 울적할 때 팔베개를 하고 누워있던 나무그늘에 얽힌 추억들이 한 사람의 정체성을 구현한다. 사람은 뼈와 살로만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풍경으로도 구성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개발이란 이름 아래 뒷동산이 불도저에 밀리고 개울이 복개되면 나를 구성하는 추억 속의 한 풍경도 무너져 내린다. 그러나 해저를 뚫고 인간의 유전자마저 복제하는 과학기술을 앞세운 도구적 인간[Homo Faber]들은 살아있는 인간의 아픔을 모른다. 톱을 들고 있는 호모 파베르들의 관심은 나무가 보여주는 풍경에 있지 않다. 더구나 나무의 신화와 전설에도 관심이 없다. 나무에 얽힌 추억에도 관심이 없다. 오직 나무의 쓰임새와 재질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빌 맥키벤의 저서 『자연의 종말』은 마치 학위논문처럼 저명한 과학자들의 논문을 인용하고 있지만 때로는 자연을 경이의 시선으로 바라보았던 시인과 소설가들의 작품을 거론하기도 한다. 온난화로 인해 남극의 빙원이 녹고 이로 인해 해수면이 2미터 상승하면 막대한 쌀 생산지인 나일강의 삼각주가 잠긴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사물을 그 효용가치로밖에 볼 줄 모르는 호모파베르의 판단일 뿐이다. “의학적으로 유용한 수백만 종의 식물이 살고 있기 때문에 열대우림이 보존되어야 한다는 논리는 온실효과가 대두되기까지 열대우림의 벌목반대운동에 자주 쓰인 강력한 설득방법이었다. 심지어 다소 급진적인 개혁운동가들로 이루어진 야생보호운동조차도 야생을 보호해야할 이유가 인간이 그 안에서 자신을 잊을 수 있고, 스트레스에 찌든 도시 거주자가 자신을 되찾는 곳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연을 존재 그 자체로서 소중히 하라는 충고다.

이 책의 주요 테마는 기후변동이다. 1995년 1,500명의 과학자들로 이루어진 ‘기후변화에 관한 국제패널(IPCC : International panel on Climate Change)'은 모든 데이터를 통합한 후 “모든 증거자료와 정황으로 미루어 볼 때 인간은 지구의 기후에 식별가능한 영향을 미쳤다.”는 평결을 내린다. 그로부터 꼭 10년이 지났다. 그러나 빌 맥키벤은 이미 1989년에 『자연의 종말』을 통해 산업화에 따른 기후 변화와 지구온난화가 불러올 전지구적 위기상황을 일찍이 예고했다. 인류는 불과 지난 100년 동안에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25%나 늘렸고, 메탄 역시 두 배 이상 증가시켰으며 이렇게 바뀐 대기가 기온 상승, 산성비, 숲의 변화, 지구온난화, 오존층 파괴를 불러일으킨다고 맥키벤은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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