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상품이 아니다 - 세계화와 나쁜 먹거리에 맞선 농부들
조제 보베 외 지음, 홍세화 옮김 / 울력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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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9년 8월 12일 프랑스 미요 시(市)에서 건설 중이던 맥도날드 매장의 일부가 시민과 농민들에 의해 해체당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이 사건으로 프랑스 '농민연맹' 소속 조합원인 조제 보베는 반 세계화의 상징적인 인물로 떠올랐다. 『세계는 상품이 아니다』(울력)는 유전자 변형 농산물 파괴 활동을 주도하고 미국의 일방적인 세계화에 맞서 1999년 11월 시애틀에서 열린 WTO 회담을 무산시킨 프랑스 농민운동가 조제 보베, 프랑스와 뒤푸르의 생생한 목소리를 대담형식으로 싣고 있다. 이 책에서 두 사람은 생산주의 농업(기업형 농업)이 불러온 폐해와 신자유주의의 세계화가 어떻게 세계의 농업을 황폐화시키고 있는가를 고발하고 있다.

    보베는 자기 나라의 식량안보를 지킬 수 있고 제3세계의 가난과 빈곤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농산물 교역을 요구한다. 이를 위해 미국과, 거대 기업의 이익을 우선하는 세계무역기구(WTO)가 주도하는 신자유주의적 시장개방 흐름을 제한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WTO 시민통제위원회를 상설화하자고 제안한다.

    조제 보베는 농학 분야의 공공연구 기관들이 오직 생산량을 늘리기 위하여 어떤 식물의 질병에 관해, 유전자에 관해 연구할 뿐, 전체적인 관점에서 농업의 위치나 농업을 위하여 할 수 있는 역할에 관해서는 연구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농업에 관한 공공 연구에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연구원들이 자신들의 직업에 관해, 사회 안에서의 그 직업의 위치에 관해 그리고 생명에 관해 전반적인 성찰을 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일찍이 『작은 것이 아름답다』(문예출판사)의 저자 슈마허는 “구두를 만드는 사람은 구두뿐만이 아니라 발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라고 하지 않았던가. 과학자들은 기술만능주의의 함정에 빠져 그 기술의 사회적 파장에 관한 성찰을 게을리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긴 성찰은 돈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걸림돌이 될 뿐. 돈이 되는 것은 오직 기술이며 끝없는 확장이다. 이런 맥락에서라면 세계화는 자본이 갈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길이다. 이에 저항하는 길은 새로운 인터내셔널의 구축이라고 조제 보베는 말한다. 새로운 인터내셔널의 구축을 위해서는 중국혁명의 붉은 깃발도, 체 게바라의 초상도 필요 없다고 그는 단언한다. “그런 것은 이젠 끝났고 그렇기에 희망이 있다. 사람들의 관심영역(건강, 식량, 교육, 수자원, 생명체 보호 등)을 통해서 앞으로 전진할 수 있다.”

    『세계는 상품이 아니다』에서 세계화로 상징되는 자본의 무한확장을 제지할 섬세하고 설득력 있는 대안을 기대하긴 어렵다. 그러나 미국과, 거대 기업의 이익을 우선하는 세계무역기구(WTO)가 주도하는 신자유주의적 시장개방 흐름을 제한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WTO 시민통제위원회를 상설화하자고 제안하고 있는 주장은 충분히 경청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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