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가 잃어버린 여덟 가지
야마다 에이미 지음, 김난주 옮김 / 북스토리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풍장의 교실>과 <나비의 전족>을 읽었던 것이 언제였더라 싶다. 벌써 십 년의 세월이 흘렀나 보다. 당돌하고 발칙하다는 점에서 야마다 에이미는 아멜리 노통브를 상기시킨다. 『소녀가 잃어버린 여덟 가지』는 자의식이 강한 사춘기 소녀들의 내면을 보여준다. 잔혹하기도 하고 위악적이기도 하지만, 생각해보면 사춘기 시절이 그런 시절이 아니었나 싶다. 약간은 변태적이기도 한 시절이 사춘기다. 심리적 이유기라던가, 어정쩡하기 때문에 좌충우돌하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말 못할 에피소드들을 여과없이 쏟아낸다면 누가 봐도 싸이코틱하다고 하겠지만 이상하게 우리 작가들은 그런 세계를 내 몰라라 한다. 작가들이 그런 질풍노도의 시절을 겪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을 텐데, 우리의 소설이나 영화에서 사춘기는 마냥 순수하고 아름다운 시절로 그려진다. 정작 현실이 그럴까. 야동, 포르노의 주요 소비층이 청소년들이다. '사춘기'는 문자 그대로, '섹스'를 생각하는 시절이란 의미다. 알 건 다 알고, 모를 것까지 더 안다는 이야기다.


청소년들을 타겟으로 설정한 책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야마다 에이미의 책은 좀 다르다. 당돌하고 발칙하다. <불꽃놀이를 즐기는 색다른 방식>은 야마다 에이미의 세계를 분명히 요약해준다.


다니던 회사의 상사와 불륜관계에 있는 언니는 애인과 함께 침대에 있을 때 짐승처럼 교성을 지르고서는, 경벽하고 정신주의를 지향하는 동생에게 가르치듯 말한다.(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계몽 아닌 계몽 소설이다.)“ 그 사람이 보고 싶고 만나고 싶어서 애를 태울 때는 자신을 사랑하는 거야. 자신의 욕망을 달래기 위해서 남자를 생각하는 거지. 만나고 싶은 마음은 똑같아도, 그 사람을 사랑하기 시작하면 달라져. 더 차분해지고, 더 슬퍼지지.”


그녀는 거침없다. 서로를 신뢰하는 관계라는 것은 자보고 나서야 비로소 생기는 거라고 막힘없이 말한다.


한국판 야마다 에이미가 나오기에는 대한민국의 분위기는 아직은 뻣뻣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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