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문화
C.P.스노우 지음, 오영환 옮김 / 민음사 / 199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현대 사회에서 인문학적 문화와 과학적 문화는 심각하게 대립하고 있으며, 그런 단절이 인문학과 과학 모두의 발전에 심각한 장애요인이 될 것임을 주장하고 있는 이는 영국의 C. P. 스노우다. 그가 말하는 『두 문화(The Two Cultures)』는 오늘날 인문학자와 자연과학자 간의 상호무지와 오해, 반목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개념이다. 이 개념은 1959년에 스노우가 행한 강연 <두 문화와 과학혁명>에서 비롯된 것이다.


스노우는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그는 실험과학자로 자신의 경력을 시작했으나 이후 소설가 및 평론가로 방향을 전환했고, 2차대전기를 거치면서부터 행정관료와 민간사업체 대표를 지냈다. 그가 ‘두 문화’ 현상에 관심을 갖게 된 것 역시 상이한 문화를 접해본 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스노우는 현대 사회에서 인문학적 문화와 과학적 문화는 심각하게 대립하고 있으며, 그런 단절이 인문학과 과학 모두의 발전에 심각한 장애요인이 된다고 말하면서 한쪽 극에는 문학적 지식인이 그리고 다른 한쪽 극에는 과학자가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양자 사이에는 몰이해, 때로는 적의와 혐오로 틈이 크게 갈라지고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한 것은 도무지 인문학자들과 과학자들이 서로를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고 스노우는 날카롭게 지적한다. 그는 비과학자들은 과학자가 인간의 조건을 알지 못하며, 천박한 낙천주의자라는 뿌리 깊은 선입관을 가지고 있으며, 한편 과학자들은, 문학적 지식인들이 전적으로 선견지명이 결여되어 있으며, 자기네 동포에게 무관심하고, 깊은 의미에서는 반지성적이며, 예술이나 사상을 실존적 순간에만 한정시키려고 한다고 꼬집는다. 그는 과학자들은 대체로 인문학적 성향이 짙은 전통 문화를 얕보는 경향을 보이는데, 그러한 태도는 예술이나 전통 문화에 대한 과학자들의 소양 부족 때문이고, 그것이 결국은 인간으로서 과학자의 능력을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과학자에게 필요한 창조적 상상력을 억제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임을 지적한다.


그러나 전통적인 인문학자들은 전통 문화만이 문화의 전부인 것으로 착각하고, 현대 과학의 성과에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거나 부정하고 있다. 또한 그들은 과학자들은 사회전체를 보지 못하고 자신의 전문영역에만 갇혀 있는 ‘전문 바보’로 치부해버리기도 한다. 스노우는 이런 인문학자들이 현대 사회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사실 근대 초창기만 하더라도 수학자이면서 철학자이거나 물리학자면서 사상가였던 경우는 흔한 일이었다. 프랑스의 유명한 철학자 파스칼은 ‘파스칼의 원리’나 ‘계산기 발명’으로 유명한 수학자였으며, 데카르트 또한 수학자이면서 또한 철학자였다. 하지만 20세기에 들면서 학문의 분화현상은 극단으로 치달았고, 특히 인문학과 과학간의 간극은 현격하게 벌어졌다. 바로 이런 단절의 상황에서 스노우는 두 문화(Two Cultures)를 이야기했던 것이다. 인문학적 지식인과 과학자간의 문화적 이질감은 극심했고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던 것이다.


스노우경은 두 문화 사이의 단절은 진정한 문화발전이나 정상적인 사회발전에 치명적인 장애가 된다고 진단하면서, 이런 분열의 해법을 그는 교육에서 찾았다. 그는 “물론 완전한 해답은 없다. 우리들의 시대, 또 우리들이 예측할 수 있는 시대에 있어서의 여러 조건 밑에서는 르네상스 시대의 인간을 찾는다 해도 불가능할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무엇인가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열려진 중요한 수단은 교육이다”라고 말한다. 그는 핵전쟁, 인구 과잉, 빈부의 격차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새로운 과학혁명뿐임을 명백하게 지적하면서 그러한 과학혁명이 본질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두 문화의 분극과 단절이 먼저 해결되어야만 하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인문학자와 과학자 모두에 대한 완전한 교육의 개혁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육 개혁의 목적은 인문학과 과학의 단절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미래 사회에서는 인문학적 소양을 지녀야 각 분야 리더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지금부터라도 문ㆍ이과 균형 감각을 지닌 인재양성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이다. 21세기 인재양성을 위해 고교의 경우 문ㆍ이과를 없애고 대학은 학과 전공에 상관없이 인문ㆍ자연과학 등의 기초학문을 이수하는 체제로 전환할 것을 주문하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 현실이다.


과학이나 기술이 잘못된 방향에 빠지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에 와 있고, 유전공학이나 생명공학처럼 종교나 사회관습의 측면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과학ㆍ기술이 있는 만큼 과학기술자는 철학, 사회학, 역사학 등 인문학적 기본소양을 길러야 한다는 것도 시대적 요청이다.


미국의 대학들은 순수과학과 인문과학을 하나의 단과대학으로 통합해 학생들이 그 학문의 기초적인 배경이나 지식을 습득하는 교육을 하고 있으며 이공계 생이라도 인문학 중 일부과목을 필수로 이수해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교육시스템은 아직도 문과 이과의 전통적 이분법에 사로잡혀있다. 사회의 변화와 발전을 쫓아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교육시스템으로는 사고의 유연성과 균형감각이 있는 인재의 양성은 요원하다. 인문학자라고 해서 시대적 대세인 과학을 무시할 수 없으며, 과학자라고 해서 과학의 사회적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자신의 전문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추면서도 감성과 이성의 조화로운 인격을 갖출 수 있는 교육시스템의 개혁이 시급하다고 하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