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는 책 주문하지 말아야지, 어제 마음 먹었다.
하루도 못 간다.
왜, 달력을 준다고, 그것도 선착순이라고 하는 것이냐!
아영엄마님 페이퍼 보고 달력 받을 욕심에 시공주니어인가 뭔가에도 가입했는데,
알라딘 달력에도 또 욕심을 부린다.

오늘 주문한 책.

 440 쪽 밖에 되지 않는 분량을 생각하면 책 값이 엄청 비싼 편이라 서점에 가서 확인했다.
오오~ 이건, 거의 백과사전 급이다.
책 자체로 보기에도 좋고, 어느 그림이나 주제에 대해 나중에 따로 찾아보기도 좋겠다.
좀 비싸도 사야 한다.

 

 

 알라딘 달력은 어린이 책을 사야 준단다.
 전부터 이 책 갖고 싶긴 했다.

 

 

 

 그리고 플로베르의 <애서광 이야기>
 2,800원이라는 저렴한 책값이 놀랍다.

 

 

 

 

바쁜 건 대충 마무리되었다.
다만, 서재에 발길이 뜸하다보니, 페이퍼 하나 올리기도 귀찮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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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5-12-06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2월에만 부릴 수 있는 욕심이 달력 욕심이 아닐까요? ^^;

urblue 2005-12-06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그렇지요..? ^^;

하늘바람 2005-12-06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달력, ^^ 탐나지요

2005-12-06 1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히피드림~ 2005-12-06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요즘 다이어리나 달력 주는 출판사가 많더군요. 유아블루님, 제가 하나 더 갈켜 드릴까요? 실천문학사의 역사인물찾기 시리즈 중 한권을 사면 체 게바라 탁상달력을 준답니다.^^
그나저나 님이 사신 책들, 참 부럽습니다.

mira95 2005-12-06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달력이 받고 싶긴 한데, 어린이 책이라니 살게 없어요 ㅜ.ㅜ

urblue 2005-12-06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unk님, 으헉, 그런 거 알려주심 어떡해요~~~ 또 사요? ㅠ.ㅠ

mira님, 어린이 책 중에도 재밌는 거 많은데요. 전 저런 그림책들 아주 좋아라 한답니다. 가격 싼 걸로 하나만 고르면 되잖아요. ^^

히피드림~ 2005-12-06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_-;;;;; 괜히 갈켜 드렸나???

sudan 2005-12-06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젠 매 주마다 책을 사신다 그 말이죠.
(생각난 김에 달력 주문해야지.)

urblue 2005-12-07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주는 아니어요. ^^;
 
 전출처 : 숨은아이 > ㅍ/고흐의 그림을 자수로... 초대권 있음

고흐 붓터치까지…섬세한 자수 작품들

유화물감 듬뿍 찍어 화폭 위 내달린 흔적 오로지 손 자수로 재연
사간동 빛갤러리 ‘전통자수로 만나는 반 고흐 걸작전’ 열어

미디어다음 / 고양의 프리랜서 기자

해바라기, 밤의 카페테라스 등 특유의 이글대는 듯한 붓 터치로 유명한 반 고흐의 명작을 한국 전통자수로 섬세하게 재현한 작품이 전시된다. 사간동 빛갤러리에서 다음달 28일까지 열리는 ‘전통자수로 만나는 반 고흐 걸작전’에서는 초기작인 ‘감자 먹는 사람들’부터 유작 ‘까마귀 나는 밀밭’에 이르기까지 총 20점을 감상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유화로 그려진 반 고흐의 그림을 원화 크기 그대로 전통자수로 모사한 독특한 방식이 돋보인다.

밝은 색채와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마치 유화물감을 듬뿍 찍어 그린 듯 화폭 위를 내달린 흔적이 오로지 손 자수로 표현되었다는 것이 놀랍다. 모두 전통자수 경력 20~40여 년에 달하는 장인들이 제작한 작품들이다.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한 작품을 완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두 달 내외. 원화에서 볼 수 있는 붓 터치의 결을 살려 여러 방향에서 수를 놓아 원화의 자연스러운 질감과 색채까지 모사함은 물론, 빛이 비치는 방향에 따라 그림이 입체적으로 보이게끔 했다.

마치 조각도로 새기듯 작은 색면을 화려한 색실로 수놓은 화면은 전통자수의 새로운 매력을 전해준다.

주로 실을 꼬아서 수를 놓았는데 이는 섬세한 푼사수(실을 간격 없이 고루 펴서 수평으로 나란히 수놓는 기법)에 비해 다소 거칠어 보이지만, 화면에 입체감과 묵직한 질량감을 부여한다.

예컨대 ‘까마귀 나는 밀밭’과 같은 작품은 하늘의 미묘한 색감을 표현하기 위해 서로 미묘하게 다른 색감의 두 가지 실을 꼬아 수를 놓음으로써 마치 물감이 팔레트 위에서 뒤섞이듯 색채가 자연스럽게 섞여 보인다.

가장 고전적인 방식의 손 자수와 역동적인 현대 회화가 어우러져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한 고흐의 그림들은 평소 원화로는 접하기 힘들었던 것이어서 더욱 반갑다.

비록 모사작품이기는 하지만 색다른 방식으로 재현된 고흐의 명작들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전시 관람료는 2000원이며, 초대권(링크)을 인쇄해 가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12월 10일까지). 포토존 이벤트에 참여한 관람객을 대상으로 반 고흐 문화상품을 추첨 선물하는 이벤트도 실시한다. 자세한 문의는

 

 ivangogh.com, 02-720-2250.

 

http://photo-media.hanmail.net/daum/featureOnly/200511/29/20051129120720.2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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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dan 2005-12-01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뜨아. 저게 자수란 말입니까..

2005-12-01 13: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urblue 2005-12-01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쁘신가보다 했어요. 괜찮아요. ^^
저도 요 며칠 좀 바빠서, 지금 책 주문하려고 잠깐 들어왔어요. 에휴.

sudan 2005-12-01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바쁜 와중에도 책을? 크크.
어째 요즘 안 보이시더라구요. 연말 잘 보내세요.(너무 이른 인사인가?)
 
 전출처 : merced > 와인 컨츄리 – 영화 Sideways에 부쳐

어쩌다 이 훌륭한 영화를 극장에서 놓쳐서 컴퓨터 앞에 쪼그리고 앉아 보게 되었다. 집에서 보게 된 것의 좋은 점은, 보다보니 와인이 마시고 싶어졌는데, 음, 그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었다는 것.

이 영화가 나온 후 와인 판매량이 10%가 늘었다고 한다 (전 세계에선지 미국에서만이지는 잘 모르겠다). 미국 와인의 특징이라면, 와인 종이 곧 단일 품종의 포도여서, 와이너리마다 기후가 다른 해마다의 포도맛의 차이를 맛보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것이다.  햇빛 찬란한 기후, 영양 풍부한 신대륙의 토양은 맛있는 포도를 길러낸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과 호주의 와인은 싸고 맛있고 접근하기 쉬운 방식으로 와인의 대중화를 주도했다.

미국 와인은 캘리포니아에서 거의, 오레건에서 조금, 그러니까 서부 해안 인근에서 주로 생산된다. 샌프란시스코에서 40분쯤 북쪽으로, 나파 밸리와 소노마 카운티는 캘리포니아 와인의 주요 생산지이며 와인농장들이 끝없이 이어진 곳이다. 차로 한시간을 달려도 양옆으로 계속 포도밭이다.

두 곳 다 한번씩밖에 안 가보았지만, 괜히 소노마 카운티 더 마음이 간다. 굳이 비교하자면 나파 밸리는 어쩐지 포도밭과 와인만 있는 대량생산공장 같고, 소노마 카운티는 뭐랄까, 좀 더 농원 같고, 사람이 사는 것 같고 그렇다. 소노마 카운티의 와이너리들에는 포도밭 체험, 도자기 만들기, 요리 경연 같은 이벤트들도 다양하고 워낙에 관광지로 잘 개발해서 스파가 많다. 그러니까 와이너리 돌아다니며 시음하다가 마사지 좀 받다가 해변에 가서 또 노닥거리다가, 라벤더 향도 좋고 (와인 컨츄리엔 라벤더가 지천으로 자란다) 그야말로 요즘 유행하는 웰빙도 겸하여 잘 놀고 잘 마시고 잘 쉴 수 있는 곳이다.
(와이너리들의 크기로 보나, 브랜드로 보나, 소노마 카운티의 와이너리들이 나파 밸리보다 소규모라거나 할 수는 없다. 그냥 두 지역에 대한 내 멋대로의 인상이다)



소노마 카운티 알렉산더 밸리, 겨울 풍경



여러 와이너리 이정표

그 다음으로 유명한 와인 컨츄리가 사이드웨이의 배경인 중부 캘리포니아이다. 산타바바라와 솔뱅에서부터 북쪽으로 산 루이스 오비스포 즈음까지 해안의 약간 안쪽을 따라 펼쳐진 포도밭 언덕들과 파란 하늘의 경치가 일품이다. 와이너리를 들르지 않더라도 오른쪽에 포도밭 언덕과 바위산, 왼편으로 푸르고 아름다운 태평양 해안을 엇갈려 보게 되므로 기분이 좋아지는 드라이브 코스이기도 하다.

와이너리를 방문하면 공짜로 또는 5달러 정도를 내고 그 와이너리의 최근 5-7종의 와인을 시음할 수 있다. (5달러를 내는 곳은 대부분 잔값이라고 한다. 다 먹고 잔을 갖고 오면 된다)



4월의 산타바바라, 와이너리에서 바라본 풍경

와인이란 섬세하여 빛도 보고, 액체의 질감도 보고, 그냥 냄새를 맡아보았다가 잔을 돌려 냄새를 맡아보고 혀를 굴리며 맛을 보고, 그래야 한다고 한다. 무엇이든 아는 만큼 재미난 법이지만 법도에 좀 어긋난다고 해서 즐거움이 크게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결국 우리 감각에 닿는 것 아닌가? 좋은 것은 좋은 줄 알게 마련. 설교하듯 가르치듯 와인을 따라주는, 또 잔의 모양과 와인의 온도 먹는 순서 등등을 안 지키면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아는 와인웨이터는 딱 질색이다. 그런 잔소리를 듣다가 제일 중요한 입맛과 기분이 상하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말이다.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어느 와이너리에 들렀다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면서 빠져나오는 장면이 있다. 마일즈처럼 뭘 좀 알아도, 기분이 잡치면 병나발을 불 수도 있고 아끼던 고급 와인을 햄버거 가게에서 콜라잔에 따라먹을 까닭도 있는 것이다. )

들은 말로 와인에 관한 영화라길래 잔뜩 기대를 하고 보아서 그랬는지, 막상 영화는 그저 사람들 이야기를 하는 듯하다. 지극히 일상적인, 리얼리스틱한 사람들이다. 캘리포니아의 와이너리에서 일하는 동양여성을 만난다면 꼭 스테파니 같을 것이고 (입양되어 자랐고 18살이 되자마자 집을 뛰쳐나왔고, 흑인 또는 백인 남성 사이에서 나은 혼혈아가 있고, 이혼했거나 미혼이고, 활달하고 긍정적인 성격) , 로스엔젤레스 인근에 많이 사는 아르미니언 이민자들은 가업을 일구고 (틀림없이 보석 가공업이다) 저택 같은 집을 소유할 만큼 한자리 잡고도 사업 물려줄 아들이 없을 땐 별볼일 없는 영화배우인 잭 같은 백인 남성과 기꺼이 딸을 결혼시키기도 한다. 음악과 함께 찬란한 포도밭, 잠깐 스쳐가는 풍경이었지만, 포도를 따고 나르는 사람들은 모두 히스패닉이고, "좋아하는 와인에 묻혀 푹 쉬겠노라"는 우아한 휴가 계획을 가진 남자는 아직도 어머니의 쌈짓돈을 슬쩍 하고 분위기는 지독히도 못 맞추며, 그놈의 휴가 계획은 자꾸 어긋나고, 또 따지고 보면 뜻한 바에서 크게 벗어난 것도 아니다.
어쨌거나 영화의 배경은 산타바바라 카운티 와인 컨츄리이고 주인공들은 이래저래 와인과 관련이 많다. 어떤 사람이 좋아하는 책이나 음악 또는 직업에 그 사람의 가치관과 삶에 대한 진심이 묻어나듯, 결함 많은 인물들의 사는 이야기, 삶에 대한 태도가 와인에 녹아들고 와인잔에 비쳐난다. (그러므로 이 영화의 교훈은 "남자들이란 하여간…"이다.)
그러니까 다시, 이 영화가 와인 소비량의 증진에 기여한 까닭을 생각해 보건데, 비싼 와인 창고를 들여다 보거나 수백 달러짜리 빈티지 와인들을 선보이며 신비하고 오묘함을 강론하는 것이 아니라, 와인 맛의 섬세함이란 다양한 가치관과 일상을 담아낼 수 있는 것임을 보여주어서이지 않을까. 지독하게 리얼리스틱한 사람들의 사고 뭉치 여행을 따라가다 보니 아름다운 포도밭 사이로, 대단하지 않은 사람들의 특별한 진심이 저렇게 열올리며 묻어나는 이런 저런 와인 맛이 궁금해지는 것이다. 

"왜 피노를 그렇게 좋아하세요?" (대단히 개인적인 질문을 해도 괜찮을까요? 하면서 물었다)
"글쎄요. 기르기 어려운 포도죠. 껍질도 얇고 온도 변화에도 민감하고 일찍 익고… 아무데서나 자라지 않죠. 항상 돌봐주고 관심을 가져야 해요. 사실은 감춰진 조그만 구석에서만 자랄 수 있어요. 정말로 인내심과 사랑이 있는 사람만이 기를 수 있죠. 피노의 잠재력을 이해하려고 많은 시간을 들일 수 있는 사람만이 피노의 진정한 맛을 끌어낼 수 있어요. 그리고 나면 그 맛은, 가장 빛나는, 소름끼치는, 미묘한…"

오호, 나는 피노라면 오레건 피노느와가 최고라고 생각했다. 멜로처럼 달지 않고 까베르네나 시라처럼 무겁지 않고, 담담하면서도 맑고 섬세한... 원래 맛이 그런 줄로만 알아서 나중에 캘리포니아 피노 맛을 보고는 "피노 치곤 너무 달고 자극적이야" 하고 말았는데, 이런 매력이 있다면 소노마와 산타바바라의 피노도 그 차이들을 비교해 보며 마시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이번에는 마야처럼, 이 피노가 자라는 캘리포니아의 햇빛은 어땠을까, 2001년의 산타바바라에는 무슨일이 있었을까, 오레건의 피노는 비도 많이 맞았겠지... 생각하면서.

화면은 좀 뿌옇다. 그게, 카메라를 그렇게 잡은 것이 아니라, 캘리포니아 와인 컨츄리의 햇빛이 그렇다. 영화의 첫장면부터, 아, 저 해살, 하면서 아득해지고 말았다. 

어느 독일어 웹사이트에서 그새, 피노느와 홍보용으로 이 영화를 써먹고 있다.
(이미지를 찾기 귀찮았는데, 한데 잘 모아두었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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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12-02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님, 뜨끈뜨끈한 방 고마워유,
구들장 뜨끈뜨끈한 한옥 방 사진도 하나 찾아주면 더 고맙겠구만요.
허리 아플 때 지지게......^^
요즘 많이 바쁜가봐요?
블루님 책도 빨리 읽고 반납해야 할 텐데.
테라야마 슈지 책도 그 편에 보내고.
그런데 님은 왜 영화 구운 것 안 보내주나요?
아니 뭐 급한 건 아니지만 갑자기 궁금해서...^^

urblue 2005-12-02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그게, 하루이틀 늦어지다 보니, 책 다 읽으면 같이 보낼까 싶어서 말이죠... ( '')
 

오늘 점심 식사를 함께 한 분은 부인이 5년째 암투병 중이다. 작년에 암세포는 모두 제거했다고 하는데, 이제는 면역력이 떨어진 것이 문제이다. 보통 사람에게는 별 것 아닌 바이스러만으로도 치명적이 되기 십상이라고 한다. 지난 주에 패혈증과 폐렴으로 중환자실에 들어가서 며칠 째 의식불명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오늘 하시는 말씀으로는, 패혈증도 폐렴도 좋아졌는데 지난 이틀간 엄청난 양의 하혈을 했다고 한다. 몸에서 혈소판이 생성되지 않기 때문에 전혀 지혈이 안 된다는 것이다. 다시 의식불명이고, 잠깐씩 정신을 차릴 때는 사람을 알아보지 못한단다. 남편더러 아버지라 하고, 작은 아이에게는 동생이라고 한단다. 담담하게 말씀하셨지만, 그 속이 어떨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어 밥 그릇 위로 얼굴을 숙이고 그저 숟가락만 놀려댔다. 그나마 제대로 삼킬 수가 없었다.

 

아버지는 2년 전에 간암으로 돌아가셨다. 그 전 해 받은 검진에서 아무 이상이 없었는데, 불과 1년이 되지 않은 시점에서 발견된 암은 이미 말기였다. 어떻게 손 쓸 수도 없이, 진단이 내려진 후 2개월이 채 못 되어 가셨다. 아버지와 엄마가 결혼하기 전에 돌아가신 친할머니도, 몇 년 전 먼저 세상을 뜨신 작은 아버지도 모두 간암이었다. 장례식장에서 아버지 없이 못산다고 울던 엄마는 이제 우리들이, 특히 남동생이 같은 병에 걸릴까 근심이다.

 

가만 보면 주변에 암과 같은 난치병 환자들은 한둘이 아니다. 회사 동료의 누님도 2년이 넘도록 병원에 누워있고, 지난 주에는 친구의 막내 이모가 40대 초반의 나이에 대장암으로 돌아가셨다. 암은 이제는 지나치게 흔한 병인 것만 같다. 마치 감기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그렇지만 감기처럼 쉽게 치료되는 병이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가족 중에 그런 병에 걸린 사람이 있으면 본인은 물론이거니와 온 가족이 고통을 겪어야 한다. 그나마 그렇게 고생해서 완치가 되면 다행이지만, 온갖 노력도 헛되이 죽는 경우도 많다. 지금도 가족을 살리고자 애쓰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 가족을 잃고 눈물짓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황우석 박사팀의 연구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으로 비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연구의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다. 다만 황우석 박사 자신도 말했듯이, 수많은 난치병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연구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

 

MBC PD수첩의 취재를 놓고 이래저래 말이 많다.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둘러싼 생명윤리나 난자의 불법 채취에 관한 연구자의 윤리 같은 문제들은 사회적인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고, 거기에 대해 뭐라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 취재가 국익을 해친다는 주장이다. 여기서 말하는 국익의 실체가 뭔지, 대단히 헷갈린다.

 

황우석 박사팀의 연구를 국익 차원에서 바라본다는 것은 그것이 곧 이 되는 기술이라는 의미인 듯 하다. 삼성 핸드폰이 세계 시장에서 막강한 파워를 가지듯이 황우석 박사팀의 연구 성과도 우리나라에 돈을 벌어줄 것이라는 의미 말이다. 이건, 말하자면 현재 세계 유수의 제약 업체들이 하는 짓과 똑 같은 거 아닌가. 이런 저런 특허를 걸어놓고 20~30년씩 신약 생산을 독점하며 약값을 있는 대로 비싸게 받아 먹는, 그래서 치료약이 있는데도 전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돈이 없어 죽어가는 걸 모른 척 하고 있는, 저 서구의 돈 많이 버는 제약 회사들. 국익을 말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게 그런 건가?

 

국익 운운하며 황우석 박사팀의 연구를 무조건 진행하게 해야 한다는 사람들을 보면서, 난 이런 점이 염려 된다. 그런 논리를 따라가자면 황우석 박사팀의 연구가 성공하더라도, 난치병으로 죽어가는 수많은 사람들은 그대로 죽어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제는 치료 기술이 아니라 돈이 없다는 이유로. 또 그렇게 해서 우리나라의 일부 기업이 돈을 번다고 치자. 그걸 국익이라고 부를 수가 있을까? 특정인들의 배만 불려주는 게 아니라?

국익 이딴 거 말고, 사람의 생명을 위한 연구에 정말로 필요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토론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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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5-11-24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그래요. 황우석 교수를 조금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아픈 사람보면 정말 대신 아프고 픈 마음 들잖아요. 그런 아픔을 낫게 할 방법을 찾고 있는데 좀더 힘을 실어주었으면 하네요

sudan 2005-11-24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착잡하네요.

로드무비 2005-11-24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례식장에서의 엄마 이야기 들으니 가슴 뭉클하네요.
'국익'이 최우선의 가치가 되는 건 정말 곤란하다는 생각 저도 같습니다.
점심도 제대로 못 드셨겠네요.

merced 2005-11-26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지 않아도 "생명윤리"로 말이 많은 연구입니다. 그럴수록 기본적인 것들이 지켜지지 않으면 연구결과가 좋게 쓰이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국익이 중요하니 잘못을 덮으라는 말은, 연구가 진척되기에 따라 생체 실험도 눈감아주자, 로 들립니다. 사람 살리는 기술 개발하자고 그 과정에 (불임의 가능성과 호르몬 부작용이 심각한 난자 채취 같은) 사람을 불구화하는 기술이 함부로 쓰여도 된다면, 그 결과물이 정말 사람 살리는 기술로만 쓰일지도 의심스럽습니다. 국익의 정체는 모호합니다. 생명공학기술력을 바탕으로 국위가 선양된다고? 엄청난 돈벌이가 된다고? 연구원인 내 아내가 (스스로의 뜻에 의해서건, 승진이라는 보상을 받았건, 그럴수밖에 없는 분위기에 떠밀려서건, 연구계의 관례여서건) 난자를 기증하고 죽도록 아프거나 불임이 되어도 좋은 걸까요? 그래도 국익을 위해서 모르는 척 해야 할 일인 걸까요? 사람들이 돈 몇푼 받고 생체 실험의 대상이 되어도 괜찮은 사회에서 난치병을 고친다는 건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요? 그 "국익"은 희생자들에게 먼저 돌아갈까요? 수혜자의 정체가 의심스러운 국익을 위한다는 것도 끔찍하지만, 그 국익이 설사 그렇게 중요한 것이라 하더라도 사람이 당연히 지켜야 할 것을 어기는 것마저 봐줘야 한다는 생각들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2005-11-28 1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역시 돈이 되긴했나보다, 또 한다는 걸 보니.
이번엔 예술의 전당이다. 무대도 화려해졌단다.
사실 지난번 코엑스 오디토리움은, 음, 허술한 무대에 불편한 의자에, 별로 좋은 조건은 아니었다.
그나저나, 이걸 또 봐야 해 말아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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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dan 2005-11-24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었다는 얘기에요?

urblue 2005-11-24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었지요. 조승우 때문에 죽는다니까요. 체구는 작은데 어쩜 그리 멋진지.
또 보고 싶긴해요. 좀 비싼게 흠이랄까. 아, 이번엔 얼마나 하는지 가격을 안 봤네. 무대가 바뀐 거 보면 가격을 올렸을 것도 같군요.

이매지 2005-11-24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승우 표는 거의 매진된거 아시나요? -_ ㅠ
vip 석이 12만원이랍니다.젤 싼 좌석도 3만원인데, 그건 4층 -_ -;
오디 컴퍼니가 그 덕에 욕을 엄청 들어먹고 있다는 -_ -;
저도 가고 싶은데 결국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하늘바람 2005-11-24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나 비싼 뮤지커류ㅠ

urblue 2005-11-24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매지님, 그쵸, 조승우는 매진이겠죠. ㅠ.ㅜ
지난번에 조승우 봤으니까, 이번엔 류정완의 공연을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VIP석이 12만원이면 지난번과 같은가...기억이 가물가물... 그때는 R석에서 20% 할인받아 봤거든요.

하늘바람님, 뮤지컬도 일종의 거품가격이 아닌가 싶기도 해요. 전 가끔만 본답니다. 아~주 가끔. ㅠ.ㅠ

이매지 2005-11-24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번에는 9만원이었어요 -_ ㅠ
예술의 전당으로 옮기고 가격도 덩달아 올라버린.

stella.K 2005-12-05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이번에도 조승우는 못 보겠군요. 꿈도 꾸지 말아야지...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