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 잘난 척 안 한다.
어릴 적에는 잘난 척을 했을거다. 여자고등학교 달랑 하나밖에 없는 소도시에서 나, 실제로 좀 잘났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졸업한 중학교 현관에 아직도 내 사진 붙어있는 걸로 안다. 그러나 대학에 가서 잘난 인간들 숱하게 본 이후로 내가 무척 평범하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 이후로 절대로 잘났다는 생각 안하고 산다.
그런데도, 친구들에게 제법 자주 듣는 말이 '그래, 너 잘났어~'다. 심지어 올케는 나를 거만쟁이라고 부른다. 그건 내가 사실을 그대로 또박또박 말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나, 여섯 살에 한글 뗐다. 엄마가 집에 굴러다니던 책 제목과 길거리의 간판을 읽어 줬다. 그걸로 끝이었다. 어느새 읽고 쓰기가 가능했다. 유치원은 안 다녔고, 초등학교 들어가서 반 아이들이 받아쓰기를 틀리는 거, 이해 못했다.
12년 개근, 물론이다. (꽤 멍청한 짓 했다고 나중에 후회했다.) 12년간 받은 상장들, 앨범 하나에 여러개씩 포개서 꽂아놨다. 개근상부터 우등상, 백일장, 각종 경시대회 등등, 몇 개나 되는지 알 수 없다. 이건 순전히 내가 작은 동네에서 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거, 물론 잘 안다.
중고등학교 때 IQ검사에서 148, 150 나왔다. IQ는 어차피 사람의 지능을 표시해 줄 수 없다. 그렇지만, 얼마 전에 모 사이트에 있는 IQ검사를 했는데 130 나오길래 역시 머리가 둔해지는 것인가, 좌절했다. 그나마 140부터 멘사 수준이라길래, 흠.
고 3 때도 영화 보고 오락실 다니고 책 보고, 할 거 다 했다. 덕분에 대학에 입학해서 당시 화제가 되던 소설들을 모두 봤다고, 웬만한 민중가요 안다고, 고리끼는 물론 체르니셰프스끼나 오스뜨로프스끼도 읽었다고, 선배들이 신기하게 쳐다봤었다. 그게 뭐? 그 정도는 다 하는거 아니야? 그렇게 생각했다.
소개팅 나가서 잘 된 적 없고, 친구처럼 길거리에서 쫓아오는 남자 하나 없었다. 안다. 나 안 예쁘다. 키 작고, 누구 표현에 의하면 몸에 굴곡도 하나도 없다. 그런데도 나 좋다는 남자 꽤 많았다. 대학 때 언젠가는 동시에 대여섯명이 쫓아다녀서 피곤했던 적도 있다. (내 동생은 이걸 신기하게 생각한다. 동생의 표현에 의하면, 취향 특이한 사람은 어디에나 있단다.) 내 매력? 글쎄, 모르겠다. 그렇지만 주위에 있는 남자 꼬실 정도는 된다고 생각한다. 플레져님 말마따나 이런 자신감은 남자들이 심어줬다.
언어 감각이 좀 있는 편이다. 집중력도 좋고. 문제는 지구력 부족. 고등학교 때 이후로 담 쌓은 영어 실력으로 아직 웬만한 일들은 처리할 수 있다. 대학 때 교환학생으로 와 있던 러시아 친구는 내 회화가 무지 빨리 는다고, 공부 좀 해보라고 했었다. 공부 안 했다. 일어 학원 다닐 때는 강사가 놀랐었다. 강사 생활 몇 년 만에 나같은 수강생 처음 본다고 했다. 그땐 워낙 재밌어서 하루 네다섯시간 밖에 안자고 공부했으니 당연하지. 5개월을 못 넘겼다. 지금은 러시아어고 일어고 몽땅 잊었다. 다시 시작하면 잘 하겠지만, 그냥 놀고 싶어서 안 한다.
월급의 5%를 월드비전과 유니세프에 후원한다. (사실 여태 4%였다. 유니세프에서 후원 금액을 늘려달라는 편지가 왔길래 이번 달부터 금액을 올려서 5%가 되었다.) 어떤 사람에게 단돈 1만원이라도 후원하라고 권유했는데 그런 걸 왜 하냐는 대답을 듣고 다시 말도 안 꺼내지만 확 무시하고 있다. 너 혼자 잘 먹고 잘 살아라, 욕한다. 사람같이 안 본다.
서재 시작할 무렵부터 쓰기 시작한 리뷰가 32개. 그 중에 이주의 리뷰로 뽑힌 게 3개. 이주의 리뷰를 뽑는 기준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지만, 어쨌거나 확률만은 높다.
동생이나 친구들은 이런 얘기 들으면, 너 잘났어 라든가 재수없어 라고 말한다. 워낙 익숙한 일이니 그냥 웃지만, 이런게 왜 재수없는 말인지 이해 못한다. 사실은 사실일 뿐.
이 글 때문에 즐찾 수가 100 쯤 줄어들지도 모른다. 그래도, 시킨 사람은 설마 안 빼겠지, 안 그래요, 플레져님?
에, 다음은, 바람돌이님, 깍두기님, 반딧불님,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