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가 아프다,는 내 말에 장마철이라서 그래,라는 답이 날아온다. 류머티즘이 아니라구요. -_- 글쎄, 비가 많이 오고 날이 궂으면 기압차라든가 등등 때문에 원래 몸의 안 좋은 데가 아픈거라구.
처음 허리가 아팠던 건 5년쯤 전. 당시 회사 근처 문화센터의 3일 수영 3일 에어로빅 코스가 동료들 간에 한참 유행하고 있었고, 나도 그 반에서 열심히 평영을 배우던 무렵이었다. 어느날 평영 발차기를 하던 도중 발가락 끝이 찌릿하는 느낌을 받았다. 약간 저린 듯 했고 어디 삔 듯 했지만 다음날부터 2박 3일간의 일본 출장이라 통과.
일본 출장은, 하루는 무거운 가방을 들고 시장조사다 뭐다 종일 걸어다니고, 또 하루는 딱딱한 의자에 불편한 자세로 앉아 종일 회의로 이루어지곤 하는, 그야말로 출장. 출장을 다녀와서는 미국에서 놀러와 있던 사촌이 돌아간다고, 그런데 고모가 할아버지의 유품인 낡은 궤짝을 갖고 싶어한다셔서, 엄청난 무게가 나가는 궤짝을 보낼 방법을 알아보느라 동분서주. 사촌이 돌아가는 날 김포공항에서, 그 궤짝을 실어줄 수 없다는 대한항공 직원과 대판 실랑이. 전화로 문의했을 때는 된다고 하더니 이제와서 안된다면 어쩌란 말이냐. 전화에서 대답한 직원 이름이 뭐냐. 내가 이름을 일일이 기억하냐, 지금 나더러 거짓말 한다고 이러는 거냐. 결국 사촌은 그 비행기에 궤짝을 싣고 무사히 돌아갔다.
그러고나자 갑자기 허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저 약간의 통증이었지만 곧 일어설 수도 앉을 수도 없을만큼 심해졌다. 병원에서 물리치료를 받고, 통증을 가라앉히기 위해 한의원에 침을 맞으러 다녔다. 불쌍한 후배는 아침이면 나를 데리러 집까지 와야했고(그의 집은 회사를 기점으로 내 집과 정 반대 -_-), 그의 차로 출근했다가 오후에 병원 갔다가 택시로 퇴근하기를 반복. 한달 쯤 후엔 그럭저럭 혼자 다닐 수 있게 되었고, 그러고도 몇 달은 더 물리치료를 받았다.
평영 발차기하다가 허리가 아프게 된 거라고 나는 믿고 있는데, 내 말을 들으면 사람들이 다 웃는다. 허리 아픈거 고치려고 하는 운동이 수영이라는 이유로. 그건 나도 알지만, 내 경우에는 그렇다구.
두번째는 2년 전. 출근길에 4거리에서 신호가 노란불로 바뀌었는데 건너편에 있던 경찰관이 정지 신호를 보냈다. 나야 말 잘 듣는 운전자니까 당연히 멈췄고, 뒤차는 그대로 돌진. 그다지 세게 박은 것은 아닌 것 같았는데, 계속 운전 중에 갑자기 허리가 뻣뻣해지는 걸 느꼈다. 다시 두 달 정도 물리치료.
지난 월요일부터 허리가 아팠다. 이번엔 이유도 없는데. 어제 병원에 다녀왔다. 엑스레이에 척추 뼈 중 하나가 삐딱한 것이 내 눈에도 보인다. 의사는, 디스크가 상당히 의심된다,는 뻔한 소리를 하고 있다. 디스크라고 해 봤자 수술 받거나 할 것도 아니고, 일단 물리치료와 운동을 할 밖에. 이번에도 두 달쯤이면 괜찮아지려나.
지금으로서는 의자에 장시간 앉아 있기는 무리. 사무실에서도 앉았다 일어났다 반복에, 당분간 조퇴다. 하여, 뜻하지 않게 서재질 자제 모드로 변신이다. 침대에 기대 앉아 열심히 책만 읽어야겠다. 쌓여있는 책더미를 상당히 줄일 수 있겠다. 이거, 좋은건가.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