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에는 지인의 집들이가 있었다. 결혼한지 벌써 3년쯤 이고 집 산지도 1년이 훨씬 넘었는데, 딸 낳은 기념이란다. 집들이 같은 것, 가까운 친구가 아니라면 사양하고픈 자리지만, 직장 동료들과 함께 가는 거라 빠질 수가 없었다. 내키지 않았음에도, 덕분에 맛난 거 많이 먹기는 했다. 술을 마시지 않는 내게 억지로 술 권하는 사람도 없고, 심각하게 오갈 대화도 없으니, 구석에 조용히 앉아서 계속 먹기만 했다. 결국 일어설 땐 숨쉬기도 힘들 정도였다. 무식하기는...
토요일은 nowave님과의 데이트 약속이 있던 날. 원래 헌책방 데이트를 하자고 한 것이었으나, 내가 김환기 전시회를 보고 싶어서 같이 가자고 했다. 2시쯤 환기 미술관에서 만났다. 약속 장소로 가며 통화를 하긴 했지만 nowave님은 나를 한방에 알아보았다. 햇볕 따사로운 계단에 앉아 주스를 마시며 잠시 인사를 하고 미술관으로 들어갔다. 김환기의 작품들은, 사전에 인터넷으로 본 것도 있지만 거의 처음 접하는 것들이었는데, 무척 인상적이었다. (이걸로는 따로 페이퍼는 하나 쓸 예정이다.) 미술관에서 나와서 홍대 앞의 '숨어있는 책'에 갔다. 안그래도 쌓여있는 책이 너무 많아 책을 사지 말아야지 생각했으나, 책을 보고 어쩔 수 있나. 그래도 세 권으로 끝냈다. 러시아-소비에트 문학 전집 중 한 권(숄로호프와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다른 작가의 작품이 묶여 있는), 김기림의 시, 수필, 시론을 모은 <길>, 그리고 <루바이야트>. nowave님은 <자본>을 비롯해 다섯 권을 고르셨다. 으, <자본>이라니. 어째 나는 <자본>을 읽을 생각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듯 하다. 그러고보니 nowave님께 받은 <시학>도 있네. 내가 맛있는 저녁을 사기로 했는데, nowave님은 그저 ‘밥’이 좋으시단다. 가끔 가는 한식집에서 콩비지와 김치찌개로 저녁을 먹었다. 종일 꽤 걸어서 그런지 배가 고파서 밥 한 그릇을 다 비웠다. 데이트의 마지막 코스는 커피 전문점. 주저리주저리 한참을 떠들었다. 어떤 날은 사람들 만나서 조용히 앉아만 있는 통에 얌전한 조선 시대 여인 같다는 소리를 듣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하도 잘 떠들어 유쾌한 사람이라는 말을 듣기도 하는데, 그 날은 후자쪽이었다. nowave님이 나를 어떻게 여기실지 조금 걱정이다.
일요일, 그러니까 어제는 <우작>을 보러 갔다. 함께 간 친구는 모처럼 재미있는 영화 보게 해 주어서 고맙다며, 영화비는 물론 음료수에 저녁에 맥주까지 full service로 나를 즐겁게 해 주었다. 집에 들어가니 10시가 넘었다. 씻고 <명동백작>을 보고 나니 또 잘 시간. 어제 김환기 전시회의 페이퍼를 쓸 생각이었는데, 게다가 <우작>도 감상을 적어야 하는데, 시간이 없다. 흠.
오늘은 친구가 시사회에 당첨되었다며 <팜므파탈>을 보러 가자고 한다. 공짜 영화라 좋기는 한데, 시작하는 시각이 밤 9시다. 끝나고 집에 가면 또 12시. 도대체 페이퍼는 언제 쓰냐고. 요즘은 회사에서도 좀 바쁜 편이라 이 페이퍼 하나 올리는 것도 빠듯하니 원.
아, 할 수 없다. 노는 게 먼저다. 혹시라도 블루의 글이 보고 싶은 분 계시면,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놀다놀다 지쳐서 시간이 좀 생기면 그때서야 페이퍼 올리는 게 가능할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