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신혼여행
장강명 지음 / 한겨레출판 / 201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뜬금없이 10년이 훌쩍 흘러가버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내가 말해놓고도 왜 그런 소리를 한 걸까 싶었다. 10년이 흐르면 내 나이 오십. 상상해본 적조차 없는 나이를 내일 당장 맞고 싶다는 그런 마음이 왜 든 걸까. 그런데 그 답을 의외로 쉽게 찾아냈다. 저 말을 입 밖으로 내고 몇 시간이 지나서이다. 손에 잡히는 대로 읽기 시작한 바로 이 책 장강명의 에세이 5년 만에 신혼여행에서 내 마음속의 답을 찾아낸 거다.

 

그러니까 나는 빨리 편안해지고 싶었던 거다. 우정을 닮은 사랑, 사랑에 가까운 우정.. 우정과 사랑이 잘 조화를 이룬 그런 관계를 하루라도 빨리 만들고 싶었던 거다.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처럼.. 소울메이트처럼.. 장강명과 그의 아내 HJ의 관계처럼.. 서로의 생각을 탁구공처럼 주고받으며, 생활의 세세한 부분까지 공유하는 그런 관계를 좀더 빨리 갖고 싶었던 거다. 그러려면 역시나 필요한 건 시간. 장강명과 아내 HJ처럼 첫사랑이 부부가 되기까지 겪어야 했던 그 오랜 시간을 나는 지금 당장 압축해서 보내고 싶었던 거다.

 

역시 우리는 운명적으로 연결돼 있는 거야! 그냥 외모 때문에 너를 좋아했던 건 아냐!’ 하지만 그 말은 거짓이다. 우리는 우연의 허락을 받고 사귀게 되었다. 우연이 허락하는 한도 안에서 우리는 뭐든 할 수 있다. 우연은 아무리 연이어 일어나봤자 우연의 연속일 따름이다. 거기에 의지가 섞여 들어가야 운명이 된다.

 

장강명과 아내 HJ의 만남부터 지금의 부부로 살기까지의 그 과정에 작용했을 의지. 한국사회에서 성인 남녀가 결혼을 하기까지의 그 지난하고 판에 박힌 듯한 과정을 과감하게 생략하고 바꿔버린 두 사람. 내가 원하는 것 또한 이런 의지다. 우연을 운명으로 만들어버릴 정도의, 나조차 내가 이런 사람이었나 싶게 놀랄 정도의 특별한 의지. 그 의지를 같이 공유하고 주고받고 싶은 사람. 그런 사람을 찾아내지 못할 것만 같은 불안감마저 압도해버릴 굳은 의지

 

며칠 전 난생 처음 타로점을 보러 갔다. 아는 언니에게 타로점을 몇 번 본 적은 있지만 궁금한 것 한 가지를 알기 위해 혼자 타로가게를 찾아간 건 처음이다. 한 시간 열심히 들었던 이야기의 결론은 모든 게 나 하기 달렸다는 거다. 연애도 결혼도 아픈 몸까지 모두 내 마음 먹기나름이란다. 들을 때는 엄청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으로 받아들이겠다가도 가게를 돌아서 나오는 그 순간부터 저것도 답이냐며 혼자 궁시렁 궁시렁거렸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나하기 나름이 결국 나의 의지구나 싶다. 나는 지금 어떤 의지를 행하고 있는 건가, 스스로를 들여다봐야 할 시간이구나 싶다.

 

선글라스를 쓴 채로 점점 붉게 물들어가는 해를 바라보고 있으니 정신이 다시 멍해졌다. 그리고 나는 그 순간 깨달았다. 왜 사람들이 아름다운 풍경을 찾아다니는지, 왜 자전거를 타고, 왜 수십 킬로미터를 달리며 러닝하이를 느끼려 하는지.

사람들은 멍해지려고 그런 일들을 하는 것이다. 무슨 생각을 하건,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우리의 마음을 피로하게 만든다. 생각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대신 괴로움에 빠뜨린다. 이것이 선악과의 정체다.

 

낚시대를 강에 드리우고 찌만을 바라보는, 기다림이자 비움의 시간을 보내는 특별한 경험. 해본적 없다. 처마 밑 툇마루에 앉아 산너머로 펼쳐진 노을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경험. 아주 어릴 적에나 해봤다. 멍해지려고 해도 멍해질 수 없는, 멍해질 틈이 없는 도시의 삶. 그래서 다들 열심히 돈 벌어서 여행을 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찾는가보다. 멍해지고 싶다. 할 수 있다면 자주 멍해주고 싶다. 같이 멍해지고 싶다. 생각 많은 사람들끼리 생각만 하다 괴로워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생각을 비우고 새로운 길을 찾아보고 싶다. 장강명과 그의 아내 HJ처럼..

 

인간은 열정을 금방 잃고, 섹스의 가능성이 있는 타인을 향해 수시로 한눈을 팔며, 오래도록 한 가지 대상에 충실할 수 없는 존재다. 그것이 해방된 상태의 인간이다. 결혼은 그런 자연스러운 충동을 억압해서 허구의 가치를 만들어낸다. 운명적 사랑, 백년해로라는 개념을. 우리는 운명을 구속함으로써 운명을 만든다.

내 생각에 결혼의 핵심은 지키기 어려운 약속을 지키겠다는 선언에 있었다. 그 선언을 더 넒은 세상에 할수록 우리의 사랑은 더 굳건한 것이다.

 

내 타로점을 봐준 타로리스트가 그랬다. 연애는 의지로 할 수 있지만 결혼은 아니라고. 결혼은 하늘의 뜻이라고. 그래서 물었다. 나는 결혼을 할 수 있겠냐고. 시원한 대답이 돌아왔다. 결혼할 수 있다고!!! 결혼이 뭐라고! 싶다가도 이런 소리를 들으면 나도 모르게 안심이 된다. 적어도 고독사는 하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장강명 작가가 자신만의 결혼관을 갖게 되었듯 나 또한 진지하게 나만의 결혼관을 생각해 봐야할 때가 아닌가 싶다. 그래야 결혼이란 허구가 한걸음 성큼 현실로 다가와 있을 테니까.

 

부모가 아닌 상태로 늙는다는 것도 이전에 내가 해왔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경험이다. 부모로 사는 사람은 부모가 아닌 사람이 자녀 양육에 쓰지 않은 에너지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어떤 가능성을 펼칠 수 있을지 결코 알 수 없다.

 

작년, 그러니까 내 나이 서른아홉에 소개팅 하는 첫 자리에서 상대방 남성과 출산의 문제로 2시간 가량 토론을 하고 헤어진 경험이 있다. 동갑이었던 그 남자는 대부분의 남자가 결혼을 하는 이유의 70%는 당연히 아이를 낳겠다는 거다. 그러니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는 여자와는 애초에 만날 생각이 없다.’ 였다. 나는 아이 때문에 이어지는 부부관계라면 그건 남녀는 물론 아이까지 불행에 빠뜨릴 수 있다. 아이보다는 두 사람의 관계가 먼저다.’ 였다. 결국 나는 당신은 당신의 아이를 지구에 도움이 되는 아이로 키울 자신이 있는가. 인구가 늘어나는 것 자체가 이미 지구에게는 해악이다. <인구 쇼크>란 책 좀 읽어봐라로 자리를 마무리 지었었다.

 

끼리끼리 모인다고 했던가, 내 주위에는 결혼해서도 아이 없이 살고 있는 부부가 제법 있다. 그리고 언론매체를 봐도 요즘 결혼하고도 삶의 여건 등등의 이유로 아이 없이 사는 부부들이 늘고 있는 추세인 듯하다. 장강명 작가의 말처럼 우리는 이런 삶의 과정도 끝도 어떨지 결코 알 수 없다. 그저 막연하게 나는 이런 생각을 갖고 있을 뿐이다. 공동 양육. 부모와 내 아이의 일대일 양육이 아니라 마을이나 공동체 단위로 아이를 함께 키우는 것. 굳이 내 핏줄만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면 세상에는 우리가 돌봐야할 아이들이 넘쳐난다. 조카도, 이웃집 아이도, 버려진 아이들도 모두 내 아이가 될 수 있다. 이게 내가 생각하는, 부모가 되지 않고도 부모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다.

 

HJ는 여전히 전날 싸움을 생각하고 있었던 듯했다.

자기는 내가 이렇게 짜증 내고 화내고 그러는데 왜 나를 좋아해?”

짐을 챙기며 HJ가 물었다.

나중에 복수하려고, 나한테 푹 빠지게 만든 다음에.”

내가 대답했다.

“<아내의 유혹>처럼? 눈 밑에 점 하나 찍고?”

.”

나랑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군.”

HJ가 말했다.

 

친구 같은 부부인 두 사람의 35일 보라카이 신혼여행기는 전반적으로 이렇게 유쾌 상쾌 통쾌하다. 게다가 보라카이로 처음 여행을 가게 된다면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을 여행정보도 꽤 된다. 혼자 키득거리며 읽는 와중에 장강명 작가가 드문드문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있는 연애와 결혼, 출산과 양육, 삶의 태도 등등의 문제의식에 크게 공감하게 되어 어쩌다보니 조금은 심각하면서도 사적인 리뷰가 되어버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랑할 때 우리가 속삭이는 말들 - 연인들의 언어에 숨겨진 심리학
대리언 리더 지음, 구계원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애초에 왜 이 책을 읽으려고 했던가. 그건 이 책 전에 읽었던 사이먼 메이의 사랑의 탄생때문이다. 철학이란 학문으로서 사랑을 주제로 삼아 광범위한 접근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책이었으나 사실 내게는 좀 버거웠다. 무튼 500페이지 가까운 이 책을 어렵게 따라 읽어가면서 내가 깨달은 한 가지가 있다면 바로 사랑도 학습이 필요하다는 거다. 연애나 사랑에 서툰 사람들이 하는 핑계 중 하나가 연애(혹은 사랑)를 책으로 배웠어요.’라지만, 사랑만큼 오해가 난무하고 그렇기에 상처와 고통이 빈번하게 찾아드는 게 또 있을까 싶다. 그러니 덜 상처받고 덜 고통스럽기 위해서라도 나는 사랑(연애)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때마침 이 책을 만난 것이다.

 

무언가를 말이라는 형태로 전달하는 순간 상황은 변한다. 일종의 경계를 넘어서게 되며, 이를 되돌릴 수는 없다. 말은 주워 담을 수 없으며, 결정적으로 청자는 화자가 모르는 뉘앙스와 함축적인 의미로 그 말을 받아들인다. _ p.22

 

만약 책의 제목이 사랑할 때 우리가 하는 행동들이었다면 아마 관심 갖지 않았을 것이다. 사랑할 때 하는 행동이야 다들 알다시피 뻔하지 않은가. 그리고 그런 행동을 하는 순간만큼은 두 사람 모두 진심이라고 적어도 나는 믿고 있으니까. 그러니 그런 연인의 행동에는 의심을 하지 않지만... 그런 행동 중에 혹은 행동 전후에 하는 연인의 말에는 사실 의구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가 하는 말들에 담긴 숨은 의미를 찾느라 잠 못 이루는 날들... 연애를 적게 하나 많이 하나 이런 고민의 시간은 왜 줄어들지 않는 걸까. 이 역시 사랑(연애)에 대한 학습의 부족이라는 변명 아닌 변명을 해보며, 이 책을 학습지 풀 듯 꼼꼼하게 읽어갔으나...

 

....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의 무식함으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연인들의 언어에 숨겨진 심리를 속시원히 명확하게는 파악하지 못했다는 거다. 저자가 책에서 주를 이루어 말하는 이론의 대가인 프로이트와 라캉은 이름만 알 뿐이요.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수많은 문학작품들도 사실 제대로 읽어본 것이 적으니 저자의 의도를 명확하게 파악하는 건가 하는 의심을 자꾸만 하면서 찝찝하게 책을 덮은 꼴이 되었다.

 

말이 아니라 이러한 환상 속의 대상이 우리 마음속에서 무언가를 확실하게 보장해주며, 그렇기 때문에 사랑을 할 때 연인들이 많은 말을 주고받음에도 불구하고 말이 아닌 다른 어딘가에서 그 확실성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키르케고르는 굳게 결심한다는 것은 침묵을 지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썼는데, 물론 말하는 존재의 입장에서는 침묵을 지키기란 무척 어렵겠지만 이는 그래도 사랑의 새로운 정의를 제시해준다. 침묵의 서약이 말을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하려는 것이 아니라, 왜 말로 약속을 하는 것보다는 애초에 입 밖으로 낸 적 없는 약속을 지키는 게 사랑인지를 잘 보여주는 셈이니 말이다. _ p.338

 

게다가 이런 결론이라니.... 뭔가 맥이 풀리는 느낌이랄까. 결국은 사랑할 때 연인이 하는 말보다는 어떤 다른 것에서 그 확실성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지 않은가. 그것도 아니면 연인의 침묵 속에 담긴 약속을 믿고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는 건가. ‘말이 아닌 다른 어딘가는 무엇이며, ‘애초에 입 밖으로 낸 적 없는 약속은 또 뭐란 말인가. ... 사랑 그거 참 어렵다 어려워. --;

 

무엇을 믿고 무엇을 믿지 않을까라는 선택은, 섹스, 존재, 유한함 등 우리가 진짜 궁금해하는 질문에 대한 온전한 답을 말에서는 절대 얻을 수 없기 때문에 복잡해진다. _ p.335

 

그렇다면 연인이 하는 모든 말들에 어떤 의미도 두지 말아야 하는 걸까. 그리고 내가 연인에게 하는 말조차 무시되어야 하는 걸까. ‘말이 제 역할을 못할 때, 다른 영역에서 온 무언가가 동원된다고 저자는 말하는데, 이 말인 즉은 결국은 상대가 하는 불안하고 불확실한 말이 아닌 상대에게 끌리는 나만의 그 무엇에 더 큰 의미를 두라는 말인가. 이쯤 되면 연인이 자기가 한 말을 잊어버리는 것에도 그리 마음쓸 필요가 없다는 이상한 결론에 이르게 되는데... !!

굳게 약속한 사랑이나 정절보다는 절대적인 본질을 가진 환상이 더 오래가는 법이다._ p.337

 

환상이라.... 이걸 나는 사랑의 콩깍지로 이해하련다. 첫눈에 반했을 때 씐 사랑의 콩깍지가 영원할거라고는 믿지 않는다. 그렇다고 시간이 흐르면서 콩깍지가 점점 얇아져 결국은 벗겨지고 마는 것이라고도 생각지는 않는다. 콩깍지는 다만 그 성질이 변할 뿐이다. 열정으로만 가득했던 콩깍지가 연인에 대해 점점 알아갈수록 수많은 다양한 감정들로 열정을 대신하면서 그 모습을 바꾸다가 어느새 서로를 향한 믿음의 콩깍지로 변해 두 사람을 끈끈하게 이어주는 거라 믿는다. 이것이 내가 가진 사랑에 대한 환상이라면 환상이랄까.

 

책에는 사랑할 때 하는 연인들의 말에 대한 심리분석뿐 아니라 사랑에 관련된 행동들에 대한 흥미로운 분석들도 소개되고 있다. 그중 특히나 내게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는 건 남성들은 섹스가 끝나면 잠드는 경향이 있다라는 점을 정신분석학적인 추론과 진화론적인 주장을 제시한 것인데, 남성들이 섹스가 끝나고 난 후 담배를 피운다는 이미지에 대한 해석도 그렇고 짧은 내용이지만 흥미롭다.

 

장 콕토가 지적했듯이, ‘사랑하다라는 동사는 좀체 활용이 어렵다. 과거형은 단순하지 않고, 현재형은 직설적이지 않은데다, 미래형은 조건에 크게 좌우된다. _ p.6

 

사랑하다를 동사가 아닌 내 인생의 영원한 형용사로 받아들인다면 그러면 좀더 사랑이 쉬워질까.


댓글(2)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6-08-22 0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22 09: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행복이라는 말이 없는 나라
한창훈 지음, 한단하 그림 / 한겨레출판 / 201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간절하게, 좋은 세상을 꿈꿉니다.

 

이 소설을 쓴 한창훈 작가의 말이다. 바람이다. 희망이다. 그리고 나의 바람이기도 하고 당신의 희망이기도 하며 우리의 꿈이기도 할 것이다. 간절하게 바라게 되는 그 좋은 세상이란 어떤 세상일까. 저마다 그려지는 세상이 있을 것이다. 작가는 행복이라는 말이 없는 나라’ ‘단 한 줄의 법만으로도 살기에 충분한 나라가 바로 간절하게 꿈꿔보아도 좋을 세상이라고 우리에게 동화를 들려주듯 조곤조곤 이야기하고 있다.

 

어느 누구도 어느 누구보다 높지 않다.

 

이 단 한 줄의 법조문만으로도 살기에 충분한 나라에는 특별한 인사법이 있다. ‘저는 당신보다 높지 않습니다.’라는 의미가 담긴 서로 손을 뻗어 어깨에 대는 것남녀노소 할 것 없이 손과 어깨를 만지며 서로의 체온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소통이 되는 나라. ‘배가 고파 찾아오면 나누어 먹고, 개가 남의 집 정원을 망쳐놓으면 개를 야단친 다음 쓰다듬어 주며, 어떤 분쟁이 생기면 저절로 흥분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는그 섬나라에서는 사방에 펼쳐진 수평선처럼 모두가 그렇게 평등하다.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한 시인이 꿈꿔보는 그런 세상처럼...

 

우린 무엇을 내놓아야 할까

비정규직 없는 평등한 세상

그 누구도 그 누구 위에 군림하지 않는 세상

함께 일하고, 함께 나누되, 함께 올바로 잘사는 노나메기 세상

 

- 송경동 시, <생명의 약속>- <두 어른>을 열며 에서..

 

자신의 정직한 노동이 정당한 대가를 받는 세상, 그 누구와도 어깨동무를 하며 서로를 토닥여줄 수 있는 세상, 혼자여도 혼자가 아니라는 믿음으로 살아갈 수 있는 세상. 시인과 소설가가 간절하게 꿈꾸는 좋은 세상은 우리 모두가 절박하게 기다리는 세상이기도 하다.

 

 

하늘은 하늘에 있고

바다는 바다에 있네

엄마는 엄마에게 있고

우리 아이는 우리 아이에게 있네

 

어머니가 어린 쿠니에게 불러주던 노래의 가사이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다는 평안함. 내가 보고, 알고, 느끼는 대로 살아갈 수 있다는 믿음. 이 세상에 내가 설 자리 하나쯤은 있을 거라는 희망. 이 노랫말처럼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다는 이 당연한 이치는 얼마나 마음 든든한 삶의 버팀목인가.

 

섬나라가 아닌 육지를 선택한 쿠니는 말한다.

 

말은 그 사람 자체에요. 그렇기 때문에 말을 듣는다는 것은 그 사람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읽는 것과 같아요. 덕분에 전 당신에 대해 깊이 알게 되었지요.”_p.65

 

당신과 가까워지면서 깨달은 게 있어요. 진정으로 가까워지려면 서로 번갈아 이야기하고 관심 깊게 들어야 한다는 거, 듣는 것도 마치 말하는 것과 같아야 한다는 걸요.”_p.66

 

귀를 열어두는 것이 쉽지 않은 건 마음을 열어둬야 하기 때문이다. 귀로 통해 들어오는 말이 내 마음까지 잘 전달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마음으로 전달된 말이 다시 상대방에게로 건너갈 때는 심장의 체온을 고스란히 담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대화이고 소통이다. 주고받는 말로도 사람들의 온기가 나눠지는 것. 그래서 말을 섞은 너와 내가 함께 즐겁고 아프고 슬프고 행복할 수밖에 없는 것. 제대로 된 소통은 사람의 목숨을 살릴 수 있다. 슬픔과 분노로 가득 찬 마음을 위로해줄 수 있다. 살아갈 의지를 불어넣을 수 있다. 소통은 그런 거다. 서로를 살리는 길.. 생명의 입김이 오가는 통로..

 

행복이라는 말이 없는 나라

 

행복이라는 말이 필요 없는 나라를 꿈꾸지만 행복이라는 말조차 꺼내기 힘든 나라에 살고 있다. 주위를 둘러보는 것이 심장에 바늘이 박히는 것처럼 아픈 나날들. 소소한 행복조차에도 미안함을 느껴야 하는 사람들. 그래서 작가는 미완성의, 언제쯤 마무리 될지, 마무리되기는 할지도 알 수 없는 이런 글을 써야만 했을 것이다. 이런 글로라도 소통을 원하는 사람들, 제대로 소통을 하며 함께 아파하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싶었을 것이다. 손내밀고 싶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예술과 경제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
김형태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술에 관한 지식도 넓히면서 서로 다른 분야를 접목시키는 독특한 시각도 돋보인다.
이래저래 배울점이 많은 책!! 게다가 재미있게 술술 읽히기까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포르투나의 선택 1~3 세트 - 전3권 - 3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3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흐흐흐~~ 3부는 아직 받지도 못했는데 4부를 기다리게 되는 이 마음이란!!!
7부 완간이 될 날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