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케스의 서재에서 - 우리가 독서에 대하여 생각했지만 미처 말하지 못한 것들
탕누어 지음, 김태성.김영화 옮김 / 글항아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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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따뜻한 오늘, 이른 봄나들이 겸 꽃구경을 다녀왔는데 차를 타고 오가는 시간만 4시간정도 걸렸다. 도로에서 보내는 그 시간이 어찌나 아깝던지.. 어젯밤에 읽다가 만 소설을 빨리 다시 읽고 싶고 오늘 도착했을 책들을 당장 펼쳐보고 싶고.. 올해 봄나들이는 이걸로 끝을 내고 읽으려고 쌓아두었던 책들이나 실컷 읽어야지. 오늘의 나의 하루는 이런 생각들뿐이었다. 이런 나와 비슷한 증상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분명 이 책에 홀딱 반할 것이다. 책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 없고 책을 사랑해본 사람이라면, 독서의 즐거움을 조금이라도 느껴본 사람이라면 타이완 출신의 탕누어란 저자에 대한 생소함에도 불구하고 그의 예리한 관찰력과 독특한 사유에 매력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런 목차를 보고 눈이 커지지 않을 독자가 있을까. 독서를 꾸준히 해온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이런 문제들에 부딪힐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는 왜 책 읽을 시간이 늘 부족할까. 지금 내가 하는 독서가 제대로 된 독서일까. 과연 나는 책읽기로 무엇을 이룰 수 있을까. 어디로 가려는 걸까. 내게 어려운 책은 남들에게도 어려운 걸까. 아니면 내 독서능력이 부족한 걸까. 왜 읽었던 책인데도 도통 기억에 남지 않는 걸까. 등등 독서의 어려움을 격어본, 혹은 독서의 정체기를 맞아본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통해서 그야말로 도끼에 찍히는 듯한 강렬한 느낌을 받게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런데 왜 제목이 다른 작가도 아닌 마르케스의 서재에서일까에 대한 궁금증은 저자가 신기한 우연으로 선택한 소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소설 미로 속의 장군이 이 책에서 담당하는 역할을 자연스레 알게 되면서 그 궁금증이 풀렸다. 저자는 모든 주제가 시작될 때마다 이 소설로 이야기를 시작 한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 시작된 사유는 결국 하나의 반짝이는 독특한 결론으로 이어진다. 저자가 풀어놓는 소설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가다 보면 도대체 이 이야기가 어디로 흘러갈지에 대한 생각조차 잊게 되었다가 어느새 하나의 주제로 모아져 있다는 걸 깨닫는다. 이런 이어짐이 전혀 부자연스럽지 않다. 그래서 절로 소설이 이끄는 힘이란 이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니 어쩌면 저자의 사유방식이 정말 독창적이라고 해야 할까.

 

 

독서에 관한 12가주 주제 중에서도 특히 제목만으로도 관심을 갖게 된 몇 가지가 있다, 어떤 이야기를 하다가도 다른 작가의 글과 인용이 툭툭 튀어나오는 사람들에 대한 존경심을 갖게 되면서부터 든 의문인 외워야 할까? - 독서의 기억, 올해 마흔 하고도 한 살이 되고 보니 바로 눈에 들어왔던 주제인 인생의 반환점을 지나서 - 마흔 이후의 독서 그리고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로서 당연히 눈여겨볼 수밖에 없었던 ‘7882개의 별을 헤아린 사람 - 소설 읽기가 내가 특히 한줄 한줄 놓치지 않고 읽으려 했던 주제들이다. 주제들을 내가 요약하기 보다는 밑줄 팍팍 그은 문장들로 대신 옮겨본다.

 

암기를 포함하여 기억은 감정의 깊이를 필요로 한다. 기억은 대뇌의 능력이라기보다는 감정의 표현으로서 인간이 흐르는 물처럼 사라져버리는 어쩔 수 없는 거대한 전체의 흐름 속에서 두 손으로 최대한 뭔가를 붙잡으려고 발버둥치는 노력이다. …… 결국 진실한 글쓰기를 하는 작가는 자신이 믿고 기억하는 것. 그리고 자신의 것만을 쓴다. 그래서 마르케스는 잊어버릴 수 있는 것들은 글로 쓸 가치가 없다골 말했던 것이다.”

 

마흔 이후의 독서의 리듬에는 느슨한 변화가 발생하여 좀 더 다양해지고 생동감이 넘쳐난다. 더 이상 젊었을 때처럼 한 가지 속도만을 끝까지 관철시키지도 않고 균등한 리듬을 유지하는 견정한 행진곡의 음악 소리에 따르지도 않는 것이다. 변화가 없는 리듬은 자장가가 되기 십상이다. 마흔 이후의 독서에는 어떤 책들은 꽃을 밟고 돌아가는 것처럼 대강 읽고 지나가면 된다. 하지만 어떤 책들은 한 자 한 자 빠짐없이 천천히 시간을 들여 무릎을 맞대고 오랫동안 대화하듯이 읽어야 한다. 어찌 해야 좋을지 모를 막연한 고독감 속에서 졸졸 시간이 흐르는 소리를 들으면서 동이 터오는 것이 두려워져야 한다.”

 

하지만 문학은 불행을 녹여냄으로써 소화한다. 여기서 내가 유독 소설에 애정을 갖는 것은 오늘날의 시들이 벤야민이 말한 것처럼 그저 생명 속에서 비교할 수 없는 사물에 대해서만 쓰기 때문이다. 소설은 그나마 낫다. 소설은 문학에서 가장 겸손하고 기특한 장르다. 소설은 우리의 보편적인 생명의 현장에서 가장 가깝고, 생명의 실물 소재의 상태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어 그 느낌을 교환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소설이 사용하는 언어는 바흐친이 말한 잡어雜語로서 우리가 참여 가능한 언어의 조밀한 지대로 진입할 수 있다. 그래서 소설은 어떤 서술을 전달할 수 있고 어떤 사실을 지적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찾아봐야할 책들이 늘었다. 그 이유는 전적으로 저자가 책에서 인용한 작가와 책들 때문이다. 우선은 책의 제목에서부터 등장하는 마르케스의 책과 소설(이 책에서는 미로 속의 장군외에도 마르케스의 다른 소설들이 종종 등장한다), 무지막지하게 책을 사랑한 발터 벤야민, 책의 마지막을 장식한 보르헤스, 그 외에도 이름이 자주 등장하는 레비스트로스와 칼비노는 물론 헤밍웨이, 그레이엄 그린, 스티븐 제이 굴드 등등 사실 이미 유명할 대로 유명한 작가들이지만 정작 제대로 읽어보지 않은 나로서는 탕누어가 추천하는 방법인 전작을 해보고 싶다는 욕심을 갖게 되었다.

 

나는 인용에는 미학적인 고려 외에 또 하나의 의미 있는 기능적 착안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내가 독자로서 알게 된 것이다. 나 개인의 경험, 그것도 절대적으로 나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경험은 반드시 보편적인 것이라는 점이다. …… 나는 훌륭한 작가의 이름과 명구가 끊임없이 눈에 띄기를, 아주 많은 사람이 내게 그랬던 것처럼 딸랑딸랑 아름다운 소리가 누군가의 기억 한구석에 자연스럽게 놓이기를 갈망한다. …… 독서와 글쓰기의 최종적인 관계는 이렇다. 책 읽는 사람은 글쓰기의 필요를 느끼지 않고 좀 더 즐겁고 자유로운 독서에 전념하지만 글 쓰는 사람은 책을 읽지 않을 수 없다. 책을 읽어야만 자신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_ p. 441~442

 

 

 

책에 실린 부록까지 다 읽고 나서 저자가 더욱 궁금해졌다. 그러다 우연히 출판사의 페이스북에서 저자의 사진을 보게 되었다. 뭐랄까 구체적으로 상상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뭔가 조금은 의외의 모습이랄까. 그건 그렇고... 눈을 뜨면 바로 보이는 사방의 책들... 어떨 때는 그런 책들을 보고 있으면 한숨이 나오기도 한다. 언제 내가 저 책들을 다 읽겠다고 이렇게 싸매고 동동거리는 걸까. 제집도 없이 떠도는 주제에... 그러다가 저자의 이런 말을 들으니 또 한편으로는 마음이 놓인다.

 

모든 책은 가물가물 꺼져가는 등불이 있는 곳에서 우리가 손을 뻗기만을 기다리면 된다. 게다가 깨끗한 책장마다 우리가 원하는 해답이 적혀 있어, 이를 통해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다. 이 모든 가능성이 100퍼센트 실현되면 짧게 사라지는 순간들이 연장되고 반짝반짝 빛나게 된다.” _ p.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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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혜윰 2017-03-19 06: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제 이 책 주문했는데^^

설해목 2017-03-19 09:04   좋아요 1 | URL
그럼 이제 신나게 읽을 일만 남았네. . ^^

cyrus 2017-03-20 16: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르케스의 소설 중에 제일 재미있게 읽은 것이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는다>와 <더러운 시간>이었습니다. 마르케스 초창기 작품입니다. <백년의 고독>은 여러 번 읽어도 인상 깊은 구석을 발견하지 못했어요. 다시 읽고 싶지도 않습니다. ^^;;

설해목 2017-03-20 16:09   좋아요 0 | URL
두 권 모두 제게는 생소한 작품들이네요. ^^;; 이 책에 등장하는 <미로 속의 장군>은 출간되었다 절판된 것같더라구요. 전 이 작품을 젤루 읽고싶은데 말이죠. ㅎㅎ

cyrus 2017-03-20 16:14   좋아요 0 | URL
제가 자주 가는 헌책방에 <미로 속의 장군>을 본 적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가 몇 달 전이라서... 작년입니다... ^^;; 그래도 혹시 모르니 그곳에 다시 가보고 책이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미로 속의 장군> 한 권 가지고 있어요. 빌려드릴 수 있습니다.

설해목 2017-03-20 16:19   좋아요 1 | URL
진짜요? 저도 안그래도 헌책방들 좀 살펴볼까 했었거든요.
자주 가시는 헌책방에 가셨을 때 혹시 있으면 저 대신 득템 부탁드립니다. ㅎㅎ
노력을 해봐도 이 소설을 못 만나게 되면 그때는 염치불구하고 책 빌려달라고 부탁드릴게요. ^^

cyrus 2017-03-20 16:22   좋아요 0 | URL
네, 알겠습니다. 이번 주말 책방에 가서 찾아볼께요. ^^

설해목 2017-03-20 16:23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

cyrus 2017-03-28 15:51   좋아요 1 | URL
설해목님. 답변이 늦어서 죄송합니다. 기다리셨죠?

지난 주말 이틀 동안 제가 자주 찾는 헌책방들 모조리 살펴봤어요. 제가 작년에 봤던 마르케스의 책을 못 찾았어요. 제가 가지고 있는 책을 빌려드리겠습니다. 설해목님이 주소를 알려주시면 우편 택배로 책을 보내 드릴께요. ^^

설해목 2017-03-28 17:34   좋아요 1 | URL
에고고.. 저때문에 주말에 너무 바쁘셨던거 아닌가 몰라요. 고맙습니다. ~ 그 와중에 좋은 책 발견했으면 하는 바람이...^^
책은 지금 당장 읽어야 할 것들이 쌓여 있어서 제가 바로 읽을 수 있을 때 연락드리겠습니다.
이렇게 신경써 주셔서 고맙습니다. ^^
 
대한민국 마음 보고서 - 불확실한 시대, 우리를 위한 심리학
하지현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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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중병을 앓고 있으면 입술이 부르트거나 까맣게 타고 피부가 곪아 터지는 등 흉한 몰골이 된다. 그 모습을 통해 신체 깊은 곳의 병을 짐작할 수 있다. 최근의 흉포한 범죄들은 이 시대와 이 사회가 깊은 중병에 걸려 있음을 경고하기 위한 시대의 징후로 읽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부스럼만 다스려서는 안 되고 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이들 범죄자의 좌절된 욕구와 빗나간 성정이 동시대를 사는 우리들 모두의 모습과 닮아 있기 때문이다.” _ 신학상의 말, 김선주 저,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에서 재인용.

 

김선주 칼럼리스트가 신학상님(신학상님은 얼마 전 1주기를 맞은 신영복 선생의 아버지이시기도 하다)의 위 글을 인용한 칼럼을 쓴 것이 19949월이다. 거의 20년이 지난 지금 읽어도 현재의 대한민국 모습으로 읽힌다. 그렇다. 대한민국은 20년 전의 병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아니 어쩌면 자본주의의 병폐가 나타난 이후로 계속해서 대한민국은 병들어가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이 몸이라면 그것을 이루는 세포랄 수 있는 국민이 점점 병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뒷일은 될 대로 되라지. 이것이 모든 자본가와 모든 자본주의 나라의 표어이다. 그러므로 자본은 사회에 의해 강제되지 않는 한, 노동자의 건강과 수명을 조금도 고려하지 않는다. - 마르크스 자본론』Ⅰ():361 _ 김수행 저, 자본론 공부에서 재인용.

 

얼마 전에 읽은 이 글들을 다시 떠올린 건 하지현 교수가 최근에 출간한 대한민국 마음 보고서때문이다. 하지현 교수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문제제기에 대한 인식이 위에서 언급한 신학상님의 글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기에 자연스레 떠올랐던 것 같다. 또한 지금 대한민국 국민들 개개인의 아픔(특히나 정신적인 아픔)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라는 저자의 생각이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떠올리게 했다.

 

개인이 자신의 노력을 통해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란 말은, 언뜻 듣기엔 멋지고 좋은 말로 들리지만 다른 한편으로 이 말의 이면에는 문제의 원인을 사회에서 찾지 않고 모든 것을 개인의 문제로 환원하는 신자유주의의 책략이 숨어 있다. 결국 몸과 마음, 사회와 개인을 분리하고 대립시키는 이원론적 사고와 한쪽으로 치우친 불균형은 취약한 개인에게 위험을 불러온다.” _p.7

 

마음 보고서는 총 3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인 마음이 위험하다에서는 지금 대한민국의 마음들이 어떤 상태인지를 진단하고 있다. 2부인 유동하는 마음의 지형에서는 좀 더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대한민국의 현재 마음 상태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3부인 마음을 위한 액션에서는 위험하고 시시각각 변하는 대한민국의 마음들을 어떻게 다독일 수 있는지를 조언해 주고 있다.

 

치열한 경쟁사회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남들처럼 살기도 버겁다. 가난한 삶이 결국 가난한 마음까지 갖게 하는 사회이다. 몸이 아프면 마음마저 처지듯이 삶이 버거우면 마음마저 너덜해진다. 가난한 것도 억울한데 마음의 병까지 얻어야 하는 현실이 서글프다. 열심히 손과 발을 움직여보지만 그에 대한 결과는 몸과 마음에 차곡차곡 쌓여가는 피로뿐이다. 이런 삶에서 넉넉한 마음을 갖기란 그야말로 사치다. 하지만 저자는 이럴 때 일수록 넉넉한 마음 갖기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치라고 말한다. 이런 사치를 외면해버리면 결국 우리 인생은 계속해서 푸어한 인생을 쳇바퀴 돌 듯 할뿐이라고...

 

이 악순환은 수많은 푸어poor’를 양산해낸다. 워킹푸어, 하우스푸어, 타임푸어, 반퇴半退푸어, 스펙푸어…… 이들의 공통점은 열심히 최선을 다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푸어한 현실에 대한 불안과, 앞날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 그로 인한 마음의 가난함이다.” _p.45

 

스무 살, 학업을 위해 고향을 떠나오면서 자연스레 혼밥족이 되었다.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해서 가정을 이루었다면 혼밥족은 면했을 테지만 결혼과 출산은 남의 일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20년 넘게 지속된 혼밥 생활은 외롭다기보다는 이젠 차라리 편안하다. 일드 <호타루의 빛>에 나오는 건어물녀가 지금의 내 모습이다. 직장생활을 잘 하기 위해(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퇴근 후와 주말에는 혼자 집에서 뒹굴뒹굴하며 최대한 에너지를 아껴둔다. 그런 생활이 크게 외롭다거나 이상하다고 느끼지는 않는다. 이 사회에서 1인의 몫을 해내기에도 버거운 삶이 되어버린 지도 오래다.

 

지금 청년들이 잘하는 것은 열심히 성실하게. 주어진 숙제를 시간 내에 잘 해내는 성실한 삶을 사는 것을 목표로 삼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하기보다 차라리 주어진 상황에 최대한 순응하고 그 안에서 성실한 삶을 사는 것이 차라리 그에게는 갈등으로 인한 고통이 적다. 그래서 사람들은 지금의 삶이 아주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주 싫은 것도 아닌, 적당히 만족스러운 균형적 상황이라고 여기면서 살아가게 된다. 그것이 마음의 밀실 안으로 들어가버린 21세기 플라톤의 동굴 속 사람들의 모습이고 이들은 우리 사회에서 점점 늘어가고 있다.” _p.77

 

뉴스나 신문의 사회면을 보기가 겁나는 시절이다. 아니 요즘에는 TV 자체를 보는 것이 힘들다. 묻지마 폭력, 데이트폭력에 대한 기사는 물론 TV에서는 똑같은 소재의 방송이 약간 모습만 달리하여 끊임없이 반복된다. 보고 있으면 머리가 다 어질거릴 정도이다. 어느 정도를 지나쳐버렸다는 인식이 든다면 그건 분명 한번은 짚고 넘어가야할 현상이다. 넘쳐나는 먹방과 쿡방, 밀당과 썸타기의 유행, 사이버공간에 빠진 아이들, 히키코모리 혹은 은둔형 외톨이 등 지금 대한민국은 다양한 행태로 마음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듯하다. 2부에서는 이런 구체적인 예들을 들며 대한민국 마음의 지형을 보여주고 있다. 이 예들 중에서 내게 생소한 것이 있었는데 바로 팩트 폭력이라는 것과 픽업 아티스트 학원이라는 존재이다.

 

픽업 아티스트란 자칭 연애 전문가로 수업료를 내고 학원에서 연애를 배운다는 것이다. ‘강의실에서 이론을 몇 시간 동안 배우고, 거리 실습을 나가 아무에게나 다가가서 픽업을 해보는 것으로 강의를 완성한다는 픽업 아티스트 학원의 존재라니.... 경험으로 배워야 할 것을 수업료를 내고 강의로 배우고 있는 젊은이들이라니... 이런 면에서는 정말이지 세대 차이를 느낀다고 해야 할지, 가치관의 차이를 느낀다고 해야 할지... 이런 학원을 찾는 이들에게 저자는 이런 말을 들려준다.

 

사랑을 하면서 우리는 한 뼘 자라난다. 그리고 관계의 면역력도 생긴다. 사랑할 때보다 누군가의 필요를 처절하게 느낄 때가 또 있을까. 사랑을 경험하며 우리가 깨닫게 되는 것은, 성숙이란 의존적인 사람이 독립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가 얻는 것은 내 의존성을 적절히 다루게 되는 것이다. 또한 타인을 필요로 하는 것이 얼마나 자연스러운 것인지 이해하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밀당이라는 괴로운 통과의례를 거치면서 우리가 깨닫고 배워야 하는 것이다.” _ p.94~95.

 

그런가하면 영어권 인터넷 사이트에서 팩트를 사용하지 마세요.stop using facts"란 표현을 쓴 것에서 시작되었다는 팩트 폭력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알고는 있었고 굳이 말을 안 해줘도 되는 것을 확 밝혀버리는 예는 부지기수다. 한마디로 꿈 깨세요.”라는 의미다. 이런 말을 들으면 누구나 부끄럽고 아플 것이다. 솔직히 작은 위로를 바랐을 뿐인데, 팩트부터 들이미는 것이 공격적으로 느껴진다. 이렇게 충실한 사실의 전달만으로 상대방의 주장과 신념에 타격을 주는 행위를 세칭 팩트 폭력이라고 한다.’ _p.177

 

그러고보니 나도 최근에 누군가의 정확한 지적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상처를 받고 그 말을 하는 상대방을 미워하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오던 경험을 했다. 현실을 직시하고 거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사실 막상 눈을 마주치며 내가 처한 현실을 파악당하게 되면 아프긴 몹시 아프다. 그걸 폭력으로 받아들일지 아니면 객관적인 충고로 받아들일지는 결국 내 마음의 병든 정도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 물론 상대의 악의성도 한몫할 테고..

 

마지막 3부에서는 1부와 2부에서 진찰하고 살펴본 대한민국 현재의 마음을 그러면 어떻게 어루만져주어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공감능력을 배양하고, 어떤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면 내가 그 트라우마보다 강한 존재임을 인식하며, 너무 지나친 심리화心理化에 빠지지 말 것. 여기서 심리화라는 것은 한 개인의 현재 정신 상태를 심리 용어로 모두 치환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이것이 지나칠 경우 자신의 현재 상태의 원인을 과거에서만 찾으려 하는 문제점이 있을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또한 정상인의 범주를 너무 좁게만 생각하지 말 것과 나라는 한정된 그릇의 크기를 받아들이고 어떻게 하면 그 크기에 맞는 쓰임새를 잘 찾을까를 고민해보라고 한다. 그리고 삶의 밸런싱을 스스로 고민해 보면서 자신의 삶을 소진과 방전으로부터 막을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해주고 있다. 그리고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사회적인 차원에서 우리는 다양한 삶의 형태를 인정해야 한다고 한다. 또한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는 개인의 문제가 단지 개인의 탓이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임을 인식하고 그 밑바탕 위에서 개인적인 차원에서부터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그렇고 개인적인 경험에 의해서도 사람은 시대를 닮게 되어 있습니다.’_ 신학상님의 말, 김선주 저,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에서 재인용.

 

커다란 몸과 그것을 이루는 세포는 따로일 수 없다. 세포들이 병들면 결국 몸이 아프게 되어 있다. 그리고 세포가 병들게 된 건 결국 몸이 제대로 된 영양공급을 하지 않고 혹은 세포에게 해로운 것들을 먹였기 때문이다. 그러니 세포와 몸을 함께 고쳐나가야 한다. 국민들 개개인의 아픔을 치료함과 동시에 대한민국이란 사회의 병폐도 함께 고쳐나갈 때 우리는 온전한 세포와 몸으로 다시 건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

 

“2014년 세월호의 아픔으로 시작한 시스템의 균열은 2016년 광화문의 촛불집회로 이어져 우리 사회가 새로운 세상으로 버전업될 기회가 온 것이다. 그것이 불확실성과 혼돈의 이 시대에 사는 모든 이들에게 가장 확실하고 믿을 수 있는 마음의 지표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_p.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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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06 00: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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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06 16: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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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4 09: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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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4 09: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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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컨택트(contact)>를 봤다. 영화 원제는 <Arrival>이다. 그리고 원작 소설의 제목은 <네 인생의 이야기 (Story of Your Life)>이다. 원작소설을 먼저 읽고 영화를 보고 그리고 다시 원작소설을 읽었을 때의 감동이란... 첫 번째 읽었을 때는 그려지지 않던 막연한 이미지들이 영화를 통해 구체화되었고 이를 토대로 다시 원작소설을 읽었을 때는 문장 하나하나가 유의미하게 읽혀지면서 마치 거대한 그림을 한 눈에 보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이제 나는 영화와 소설을 번갈아 가며 소설에서는 결코 이름을 알 수 없었던 ’, 하지만 이름 속에 너의 인생이 담겨 있는 ‘Hannah'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 한다.

 

너의 이름은 Hannah. 회문이란다. 앞으로 읽으나 뒤로 읽으나 발음도 의미도 똑같지. 6개의 알파벳 철자로 된 너의 이름이 특별한 이유는, 그 이름을 지어준 너의 엄마의 삶을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단다. 너의 엄마인 루이스는 네가 태어나기도 전에 너의 인생을 전부 알고 있었단다. 바로 외계에서 지구로 도착한 헵타포드와 접촉했기 때문이지. 너의 엄마는 언어학자이고 너의 아빠는 물리학자이지. 두 사람을 만나게 해준 것 역시 헵타포드였어. 그러니까 너는 외계생명체가 맺어준 특별한 사람이란다. 그리고 너의 인생의 마지막이 어떠한지를, 또한 자신의 삶이 어떤지를 모두 알고 있었음에도 너의 엄마는 아빠와 함께 너를 낳았지. 너는 그런 존재였단다. 물론 너는 몰랐을 거야. 너의 출생의 비밀을... 왜냐면 너의 엄마는 미래를 알고 있었지만 그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현명한 사람이었으니까. 그리고 자신의 목적지(너의 목적지를 포함해서)와 그 과정을 처음부터 전부 알고 있었으니까.

 

미래를 안다는 것과 자유의지는 양립할 수 없었다. 나로 하여금 선택의 자유를 행사할 수 있게 한 것은 내가 미래를 아는 것 또한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이와는 반대로 미래를 아는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털어놓는 행위를 포함해서, 나는 결코 그 미래에 반하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다. 미래를 아는 사람들은 미래에 관해 얘기하지 않는다.” (테드창, <네 인생의 이야기> p.218)

 

나는 처음부터 나의 목적지가 어디인지를 알고 있었고, 그것에 상응하는 경로를 골랐어. 하지만 지금 나는 환희의 극치를 향해 가고 있을까, 아니면 고통의 국치를 향해 가고 있을까? 내가 달성하게 될 것은 최소화일까, 아니면 최대화일까?” (테드 창, <네 인생의 이야기> p.230) 

 

머리에서부터 내리읽으나 아래에서부터 올려 읽으나 뜻이 통하는 회문이지. 너의 이름 ‘Hannah’... 이런 너의 이름이 얼마나 신비스러운지(너의 이름에는 인류와 헵타포드의 세계관과 의식체계가 공존한단다. 정말 놀랍지 않니?), 그리고 너의 엄마의 최고의 업적이 담기고 너에 대한 깊은 애정이 담겨 있다는 걸 너는 상상이나 해봤을까. 매일 너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너의 엄마의 마음은 아마도 기쁨과 슬픔이 함께 교차하고 있었다는 걸 넌 알아챌 수 있었을까. 너의 처음과 마지막을, 너의 전 생애를 이미 다 알고 있는 엄마에게 너란 존재가 얼마나 특별했는지, 네가 매 순간을 즐기며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얼마나 바랐을지 분명 너도 느꼈을 거라 생각해.

 

헵타포드들이 직관적으로 받아들이는 물리적 속성들은 일정한 시간이 경과해야만 의미를 가진다. 그리고 목적론적인 사건 해석으로 이어진다. 사건을 일정 기간에 걸쳐 바라봄으로써 만족시켜야 할 조건, 최소화나 최대화라는 목적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가장 처음과 가장 마지막의 상태를 알아야 한다. 원인이 시작되기 전에 결과에 관한 지식이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테드 창, <<네 인생의 이야기> p.207)

 

인류와 헵타포드의 조상들이 맨 처음 자의식의 불꽃을 획득했을 때 양측은 모두 동일한 물질세계를 지각했다. 하지만 지각한 것에 대한 해석은 각자 달랐다. 세계관의 궁극적인 상이함은 이런 차이가 낳은 결과였다. 인류가 순차적인 의식 양태를 발달시킨 데 비해, 헵타포드는 동시적인 의식 양태를 발달시켰다. 우리는 사건들을 순서대로 경험하고, 원인과 결과로 그것들 사이의 관계를 지각한다. 헵타포드는 모든 사건을 한꺼번에 경험하고, 그 근원에 깔린 하나의 목적을 지각한다. 최소화, 최대화라는 목적을.” (테드 창, <<네 인생의 이야기> p.213)

 

네 인생의 이 단계에서 네게는 과거도 미래도 없어. 내가 너에게 젖을 먹이기 이전까지 네 안에는 과거의 만족감에 관한 기억도, 미래의 충족에 대한 기대감도 존재하지 않아. 그러다 젖을 빨기 시작하면 모든 것이 역전되겠지. 너는 세상에 대해 아무런 불만도 느끼지 않게 돼. 네가 지각하는 유일한 순간은 오로지 지금뿐이야. 너는 현재 시제 속에서만 살아. 여러 의미에서 실로 부러운 상태라고 할 수 있지. (테드 창, <<네 인생의 이야기> p.217)

 

너는 한 번 죽되 다른 죽음을 맞이하지. 텍스트의 세상에서 너의 삶은 좀 더 극적이란다. 비밀을 나눌 친구가 있고 엄마에게 반항도 제법 했으며 멋진 커리어우먼이기도 했지. 아빠와 엄마의 이별도 봐야 했고 부모 곁에 각각 다른 연인들이 생기는 것도 봐야 했지. 너는 이런 모든 경험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듯 했지만 너의 사고사란 죽음이 어쩌면 말하지 않았던 너의 속마음을 대신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 그런가하면 이미지의 세상에서 너는 비교적 즐거운 유년을 보내다가 젊은 나이에 불치병으로 생을 마감한단다. 사고사와 병사. 네 죽음의 모습이 어떻든 너의 엄마는 네가 존재하지 않았을 때조차 너를 선택했단다. 아니 이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었는지도 몰라. 너의 엄마의 의식체계는 이미 새로운 차원으로 펼쳐지고 있었으니까.

 

이따금 헵타포드 B'가 진정한 우위를 점하면서 일별의 순간이 올 때, 나는 과거와 미래를 한꺼번에 경험한다. 나의 의식은 시간 밖에서 타다 남은 반세기 길이의 잿불이 된다. 이런 경험을 할 때 나는 세월 전체를 동시에 지각한다. 이것은 나의 남은 생애와 너의 모든 생애를 포함하는 기간이다.” (테드 창, <<네 인생의 이야기> p.223) 

 

그러고 보니 너의 아빠 이안(혹은 게리)에 대해서는 특별히 말해준 게 없구나. 너의 아빠임에도 불구하고... 텍스트 세상에서의 너의 아빠는 조금 유머러스하기도 하고 과학 특히 물리학에 있어서는 뛰어났으나 언어에 있어서는 그냥 평범한 사람이었단다. 요리를 잘 하지는 못하지만 한 가지 요리는 잘했지. 그런가하면 이미지 세상에서의 너의 아빠는 글쎄... 마지막에 너의 엄마에게 한 프로포즈만이 인상적으로 남아있구나.

 

루이스 : 처음부터 끝까지 인생사를 다 안다면 당신은 바꿀 거야?

 

이안 : 아마 난 내 감정에 충실하고 싶어. 오랫동안 별을 보기 위해 늘 하늘만 쳐다보며 살았는데,

         나를 가장 놀래킨 게 뭔지 알아? 그들을 만난 게 아니라 당신을 만났다는 거...

 

너의 아빠는 외계생명체를 만난 것보다도 너의 엄마를 만나 것이 자기 인생에서 더 놀라운 사건이라고 했지. 그러고 보면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정말로 예측할 수가 없는 것 같아. 너의 엄마는 너의 아빠와의 이별을 알면서도 너의 아빠를 선택했지. 이것 또한 선택이라도 말할 수 있을지... 여전히 헵타포드식의 의식체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나로서는 표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구나. 이해해주렴. 아무튼 너의 아빠는 늘 감정에 충실했었고 그래서 감정이 변했을 때 너의 엄마 곁을 떠나고 말았단다. 이런 남자를 무책임하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솔직하다고 해야 할지... 엄마 입장에서는 이 둘의 차이도 별 의미가 없었을 지도 모르겠구나.

 

나는 종교가 없단다. 아니 오히려 반종교적인 사람이라고도 할 수 있지. 외계생명체를 만나고 그들의 언어와 의식체계를 이해했던 너의 엄마도 어쩌면 종교를 갖고 있었을 것 같진 않구나. 헵타포드와의 만남. 그들이 전해준 미래를 보고 시간을 열어준다는 선물의 의미를 생각하다보니 이런 문장이 문득 떠올랐어.

 

닐은 과거의 모든 분노와 갈등과 해답을 얻고 싶다는 욕망을 버렸다. 지금까지 참고 견뎌온 모든 고통에 대해 감사했고, 이것들이 실은 선물이었다는 사실을 미처 인식하지 못한 자신의 어리석음을 뉘우쳤으며, 자신의 진정한 목적에 관한 통찰력을 부여받았다는 사실에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을 느꼈다. 닐은 생이 어찌하여 과분한 은총인지를 이해했다. 닐을 고민하게 했던 모든 신비는 이제 풀렸다. 삶은 사랑이며, 고통조차 아니 고통이야말로 사랑이라는 사실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테드 창, <지옥은 신의 부재> p.360)

 

헵타포드 언어를 해석할 수 없는 대다수의 지구인들은 평생 인과적으로밖에 사고하지 못하겠지. 그렇다는 건 사랑보다는 고통에 더 익숙한 채 살아가야 한다는 말일거야. 깨달음을 얻기 전의 처럼 말이야. 너의 엄마처럼 미래를 안다고 해도 그것을 말하지 않는 한 역시나 너의 엄마도 다른 평범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인과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겠지. 하지만 미래를 알고 있든 알지 못하든 어차피 내게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되어 있다는 걸 의식한다는 거. 이건 굳이 헵타포드 언어를 배우지 못했더라도 가능할거란 생각이 드는구나.

 

이쯤에서 너에 대한 이야기를 마쳐야겠구나. 너의 인생 이야기를 통해 나는 조금 더 깨어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아. 소설로 너를 만나고 영화로 너를 또 만나고 그리고 다시 소설로 너를 만나면서 텍스트와 이미지의 완벽한 조화라는 게 어떤 건지도 느낄 수 있었지. 텍스트로만 혹은 이미지로만 너를 만났다면 나는 너에 대해 반쪽만 알았을지도 모르겠구나. 너와의 거듭된 만남이 나를 조금은 다른 사람으로 바꿔놓은 걸 보면 우리의 만남도 어쩌면 이미 정해져있었던 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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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7-02-20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에 고스란히 전해지는 글이라 읽고 또 읽었습니다..

설해목 2017-02-20 09:45   좋아요 0 | URL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
저 긴글의 요지는 영화와 소설을 함께 보면 정말 좋을 것 같다는 건데요.
나와같다면님도 어느 게 먼저인 건 상관없으니 함께 해보시기를요.
어쩌면 이미 저보다도 먼저 둘을 만나셨을 것 같기도...^^

임모르텔 2019-02-21 22: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간여행자의 평행우주를 생각해봅니다.
저도 가끔 ..난 아바타인가? ,, 나를 조종하는 딴 별의 혼체가 있나 나를 보고있는,,,ㅎ 하고 몽상!^^

설해목 2019-02-22 09:18   좋아요 0 | URL
멋진 몽상인걸요!
저는 컨택트 보고 원작소설 읽고 조금 우습게도 운명론을 좀 더 믿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이래나 저래나 나의 인생은 결정되어 있다..... 이리 생각하면 마음 조금 편해지기도 하구요. ㅎㅎ
 
젊은 회의주의자에게 보내는 편지
크리스토퍼 히친스 지음, 차백만 옮김 / 미래의창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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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중, 여론, 다수... 의심해야 할 것들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저자는 저항하는 능력은 타고나는 법이라고 한다. 타고난 내 저항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을 통해 좀 더 깨어있는, 의심하는, 비판하는 자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굳게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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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 - 김선주 세상 이야기
김선주 지음 / 한겨레출판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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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좋은 글을 이제서야 만났다. 매일 잠들기 전에 몇 꼭지씩 읽는데 10년 많게는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이 나라는 정말이지 바뀐 게 없구나 아니 어떤 면에서는 더 퇴보되어 가는구나 싶어 씁쓸하다. 촌철살인같은 이런 칼럼을 계속해서 읽을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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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7-02-13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의 순간이 뜨거웠을수록 이별의 고통은 크다. 왜 사람들은 그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사랑의 순간들까지도 훼손하는걸까..

이별을 경험하게 될때..
이 글이 많이 생각이 나고 위로가 됐어요
잘 이별하기 위해서..

설해목 2017-02-14 10:09   좋아요 0 | URL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글 정말 좋지요?
정말 칼럼 하나하나가 가슴에 콕콕 와 닿더라구요. 좋은 글을 뒤늦게나마 알게 되어 참 다행이다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