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를 무너뜨리는 법
스르자 포포비치.매슈 밀러 지음, 박찬원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16. 11. 26. 서울에 올해의 첫눈이 내린 날이다. 한달에 한 번 있는 독서토론을 하던 중에 첫눈 소식을 들었고 그 자리에 있던 우리는 첫눈이 주는 반가움보다는 걱정이 먼저 앞설 수밖에 없었다. 몇 시간 후면 5차 촛불집회가 열리는데 과연 언론에서 보도했던 200만이 모이는 집회가 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걱정은 걱정이었고 일단 오늘 모인 친구들과 이번 토론의 주제인 스르자 포포비치가 쓴 <독재자를 무너뜨리는 법>을 가지고 토론을 하였다.. 2시간 동안 쉴 새 없이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고 오늘로 5차 집회가 되는 우리들의 촛불집회 역시 토론의 중심에 놓일 수밖에 없었다.

 

<독재자를 무너뜨리는 법>의 주제를 한문장으로 말해보라면 바로 '모든 혁명은 비폭력 운동이어야 한다.'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무시무시한 독재자를 무너뜨리는 유일한 수단은 비폭력일 것. 그러면서도 그 비폭력운동을 전개하는 방식은 창조적일 것. 그리하여 많은 사람들이 뜻을 같이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 것. 이것이 저자가 말하는 '독재자를 무너뜨리는 법'의 핵심이다. 그리고 책에서는 다양한 성공사례 및 실패사례를 이야기하고 있고 그 사례들을 통해서 우리의 촛불집회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내가 책을 읽으면서 의문을 품게 된 부분이 있는데, 책에서 소개하는 미국의 학자 에리카 체노웨스와 마리 아 J. 스테펀이 수집한 자료의 분석결과 였다. 인용해보면 "비폭력 시위가 온전히, 혹은 부분적으로 성공을 거둔 경우가 폭력 시위보다 두 배 가까이 많았다."라는 것이다. 게다가 "무력을 통한 정권 교체가 있었던 나라에서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할 확률은 5퍼센트 미만이었다."라는 결과 역시 내게 자연스레 의문을 갖게 만들었다. 그 의문인즉, 우리나라의 민주화과정은 폭력과 비폭력 중 어느쪽에 더 가까우며 과연 우리는 그 이후 제대로 민주주의가 작동하고 있는가 이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으로 보면 우리나라의 민주화 과정은 폭력을 통해 이루어졌고, 그 이후의 민주주의의 정착에 대한 답은 지금의 촛불집회가 답해준다 하겠다.

 

이 책의 저자가 201611월의 대한민국의 촛불집회라는 국민들의 비폭력 저항을 본다면 과연 뭐라고 평가할까. 궁금해졌다. 세계의 관심이 주목되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 시국은 과연 어떤 결말을 맞을까. 토론에 참여했던 친구들의 공통되는 우려는 이것이었다. 역사상 최대 규모로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집회에 참여하여 대통령이 물러나기를 한마음으로 바라고 있는데 과연 그 결과가 국민들의 바람대로 이루어질 것인가. 아니면 이번에도 유야무야하게 되어 국민들에게 상처와 무력감만을 안길 것인가.

 

지금 우리의 촛불집회는 이 책에 소개되어도 될만큼 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비폭력운동이란 생각이 든다. 집회현장에 나가보면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재치넘치고 해학적이며 또 열정적인지 웃음이 절로 나다가도 또한편 벅찬 감동으로 가슴 한켠이 뻐근해져옴을 자주 느끼게 된다. 부디 2016년의 꺼지지 않는 대한민국의 촛불집회의 염원이 그 결과마저 바람직한 사례로 남아 다른 많은 나라들의 비폭력운동에 모범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보게 된다.

 

"어떤 운동이든 '거위 알'을 공격한 다음에는, 원하던 목적을 이룬 그 순간이 언제인지, 그것을 어떻게 확인할 것인지 파악해야 한다."(p.241.)

 

"당신이 가져오고자 하는 변화가 무엇이든, 지속가능하고 안정적인 것이 되도록 애써야 한다. 뻔한 얘기지만 조심해야 할 것들이 있다. 너무 일찍 '게임 오버'를 선언하지 말 것, 손에 쥘 때까지는 승리를 인정하지 말 것, 힘겹게 얻은 통합을 '집안' 싸움과 정치적 갈등에 낭비하지 말 것. 그리고 유혹적일지라도, 당신의 운동이 만들어낸 새로운 엘리트 집단 및 영웅들과 너무 쉽게 사랑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할 것. 새로운 권력의 부패와 남용은 가장 훌륭했던 비폭력 혁명의 긍정적인 성과조차 망칠 수 있다." (p.262)

 

2016년 대한민국의 촛불집회가 진정 가 닿아야 할 최종 목적지는 어디일까를 생각해보게 된다. 지금 우리들이 열심히 외치는 '박근혜는 하야하라' '박근혜는 퇴진하라' '박근혜를 탄핵하라.' '박근혜를 구속하라'가 집회의 최종 목적지일까? 아니다. 대통령 물러나라는 이 구호들의 성취가 최종목적지는 아닐 것이다. 그리고 아니어야 한다. 우리들이 원하는 건 우리나라 정치문화의 완전한 탈바꿈이다. 국민들이 뽑아주었음에도 그것을 잊고 국민을 속이고 조롱하고 업신여기는 대한민국 정치의 판을 바꾸어버리는 것이어야 한다.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정치의 회복이다. 모든 대통령들이 임기말기에는 부정부패의 의혹을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을 볼 때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낼 의지를 가진 차기 대통령을 선출하는 것, 개인적으로는 이것이 이번 집회의 최종목적지까지는 아니어도 그 목적지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루어야할 중간목적지란 생각이다.

 

"변화를 만드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깨달음이다. 사람들은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자기 자신임을 알았다. 내가 당신에게 바라는 것도 바로 이것이다." (p.263)

 

"당신이 책임의식을 갖고 행동할 때 삶은 훨씬 의미 있으며, 훨씬 재미있다." (p.276)

 

집회 참석한 걸 기억할 겸 sns에 올린 글에 친구들이 단 댓글은 마음 아픈 것이었다. 주말인데도 출근을 해야했고 업무의 연장인 워크샵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집회에 참석하지 못해서 마음만 보탠다는 글이었다. 그들이 집회에 참석하지 못한 것이 마음 아픈 것이 아니라 주말에도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들인데도 일을 하면서도 미안함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마음아팠다. 자신이 해야할 일을 하면서도 미안해해야 하는 나라, 소소한 행복을 누리는 순간에도 마음 한켠에서는 편치않음을 느껴야 하는 나라. 나는 집회현장에 참석하지 못하더라도 SNS로든 뭐든 그 마음을 전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있는 행동이란 생각을 한다. 정치인들의 하나하나를 눈여겨보고 감시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변화를 이끌어내는 사람들이란 생각을 한다. 그러니 집회현장에 참석하지 못했다고 미안해하지도 말고 속상해하지도 말자.

 

마지막으로 책의 말미에 언급된 스티븐 비코를 기린 곡인 피터 개브리엘의 <비코>란 노래로 리뷰를 마치려한다. 스티븐 비코는 아파르트헤이트 저항 운동에 일생을 바치다 살해된 남아공의 흑인 활동가이다. 이 노래를 만든 피터 개브리엘이란 가수와 겹쳐지는 우리나라의 가수들 그리고 연예인들. 아마 떠오르는 사람들이 모두 비슷할 것이다. 우리의 촛불집회를 평화시위로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음에는 이들 연예인들의 공이 크다할 것이다. 더 많은 연예인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고 국민들과 함께 해주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 인생의 이야기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엘리 / 201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많은 분야 중에서 과학이라고 하면 우선 내게 그려지는 이미지는 분명하고 정확하다는 신뢰감이다. 물론 과학이란 분야도 세분하면 아주 다양하게 나누어질 테지만 어찌되었든 객관적이고 실험적이며 그래서 결코 변하지 않을 것만 같은 확고함을 절로 떠올리게 되는 학문이 바로 과학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이 소설집을 읽고 나서는 나의 이런 과학이란 분야에 대한 치우친 생각이 와장창 깨어졌다고나 할까. 과학이야말로 끊임없이 변화하는 학문, 새로움이 낡음이 되고, 옳음이 그름이 될 확률이 높은 학문이란 걸 새삼 깨달았다고나 할까. 가령 이런 문장을 만나면.. 내가 마음속 깊이 무조건적으로 믿고 있었던 무엇인가는 결국 진실이 아니었고, 그걸 증명한 사람은 다름 아닌 나였으니까.’ (p.146) 변화무쌍한 과학에 기발한 상상을 더하여 글로 옮기면 이렇게 지적이고 아름답고 통찰까지 겸비한 완벽한 소설이 될 수도 있구나 하는 감탄은 덤이다.

 

8개의 단편은 저마다 색깔이 뚜렷하여 모든 단편을 다 읽고 나서도 내용이 뒤섞이지 않을 정도로 개성적이다. SF소설을 원체 좋아하지 않기에 지나쳐버릴 수도 있었는데 친구의 추천으로 이렇게 읽고 보니 이런 SF소설이라면 몇 번이라도 읽어야겠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상상의 최대치를 보여준다고나 할까. 그리고 그 상상의 날개에는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가설과 그 가설을 검증해 나는 탄탄한 논리적 전개방식을 소설에서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 소설을 읽다보면 마치 내가 아주 똑똑해지는 착각마저 들 정도이다.

 

어떤 특정 장르의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특히 문외한이라고 할 수 있는 과학소설이나 SF소설류는 더더욱 관심 밖이었는데, 이런 내가 왜 이 소설집에는 마음을 흠뻑 빼앗기고 말았는지를 곰곰이 생각해봤다. 그리고 처음부터 다시 넘기며 밑줄 친 문장들을 주욱 읽어보니 알겠더라. 이 소설들에는 바늘 같은 느낌의 과학이라는 분야에 풍선 같은 인간의 가치관을 절묘하게 섞어 마치 바늘에 풍선이 터질 것 같은 긴장감을 독자들에게 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내가 이 소설집에 푹 빠지고 말았던 거다. 이런 지적 긴장감을 소설을 읽으면서는 정말 오랜만에 느껴본 것 같다.

 

8편의 단편 중에서도 특히 좋았던 건 <일흔 두 글자><지옥은 신의 부재>이다. 인류의 종말과 생명창조라는 대조적인 화두를 가지고 기발한 상상력을 펼친 <일흔 두 글자>는 그야말로 창조적인 소설이랄까. 다른 소설들에 사용된 과학적 소재들은 어디에서든 한번쯤은 들어본 것들임에 비해 <일흔 두 글자>에서 말하고 있는 명명학이란 발상은 정말이지 이 소설을 통해 처음 생각해본 것이다. 게다가 이 소설에서 제기하는 인간차별이란 가치관의 문제를 이렇게 절묘하게 배치하다니.. 과학이란 학문과 인간의 가치관의 황금비율이란 이런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내게는 인상적인 소설로 남았다.

 

반면에 <지옥은 신의 부재>라는 소설은 신이 존재와 인간의 믿음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있는 소설로 과학소설과는 동떨어진 것 같으면서도 뭔가 과학이란 분야를 완전히 무시할 수만은 없을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하는 소설이라서 기억에 남는다랄까. 닐이란 인간을 통해 절대적인 믿음이란 어떠해야 한다는 것을 새삼 확인받았다고나 할까. 과학과 종교. 기름과 물처럼 섞이지 않을 것 같은 두 쌍의 이야기가, 물 위의 기름이 마치 무지개빛을 내듯 인간의 믿음이란 가치관을 빛내고 있는 소설이 아닌가 싶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7-02-08 2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설해목 2017-02-08 23:29   좋아요 0 | URL
저는 영화는 아직. . . 이 소설 강추!!! ^^
 
사람들이 가득한 트렁크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
안토니오 타부키 지음, 김운찬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타부키와 페소아.. 이제 내게 이 둘은 하나이다.
타부키가 쓴 페소아의 작가론 및 문학비평 에세이라니...
이 책을 읽고 나면 페소아의 책들을 좀 더 완벽하게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정규직 특별잡지 꿀잠 - 10개 언론사 현직 기자 20명과 사진작가들이 기록한 2016년 노동
비정규직 특별잡지 '꿀잠' 편집부 엮음 / 꿀잠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아버지가 평생 일하시다 퇴사한 고향의 기업 소식을 이 잡지에서 읽으니 마음이 아픕니다.
96페이지에 있는 꿀잠 CMS 후원 신청 많이 많이 해주세요.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동자의 어머니 - 이소선 평전
민종덕 지음 / 돌베개 / 201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태일 평전> 옆에 나란히 두고 싶었습니다.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가 아닌 대한민국 노동운동의 대모이시자 증인이신 이소선 어머니의 삶을 찬찬히 되짚어 볼 수 있어 참 고마운 책이 아닐 수 없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