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16 #시라는별 58 

나의 삶 
- 체 게바라 

내 나이 15살 때, 
나는 무엇을 위해 죽어야 하는가를 놓고 깊이 고민했다
그리고 그 죽음조차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하나의 이상을 찾게 된다면, 
나는 비로소 기꺼이 목숨을 바칠 것을 결심했다

먼저 나는
가장 품위 있게 죽을 수 있는 방법부터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내 모든 것을 잃어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문득, 
잭 런던이 쓴 옛날이야기가 떠올랐다
죽음에 임박한 주인공이 
마음속으로 
차가운 알래스카의 황야 같은 곳에서 
혼자 나무에 기댄 채 
외로이 죽어가기로 결심한다는 이야기였다 
그것이 내가 생각한 유일한 죽음의 모습이었다 


이산하 시인이 편역한 체 게바라 서거 40주년 추모시집 『체 게바라 시집』 을 몇 시간만에 다 읽었다. 총 79편의 시가 실려 있으나 짧은 시들이 많고 시구들이 어렵지 않아 잘 읽힌다. 이 시집은 체 게바라의 마니아라 자칭하는 이산하 시인이 시에 비견할 만한 게바라의 간결한 글들을 시집 형태로 엮어 보고 싶은 바람에서 탄생한 것이다. 이산하 시인은 ˝이 시집을 체 게바라의 찢어진 군화를 꿰매고 구겨진 전투복을 다림질하는 마음으로 엮었˝다고 서문에서 밝혔다. 사람은 무엇으로 알 수 있는가. 그 사람이 읽은 책과 쓴 글로 알아볼 수 있다.

체 게바라는 어린 시절부터 책을 끼고 살았다고 한다. 이 습성은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터에서도 이어져 ˝전투 중에도 틈만 나면 책을 읽고 시와 일기를 썼다˝고 한다. 프리모 레비와 닮은 점이다. 나는 체 게바라를 지금껏 혁명가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 시집을 통해 시인이자 한
인간으로서의 체 게바라를 새로이 알게 되었다. 샤르트르는 그를 두고 ˝20세기의 가장 완전한 인간˝이라고 말했다는데, 나는 언제나 민중의 편에
서고자 했던 결연했지만 번민했던 불완전한 인간을 볼 수 있었다. 그는 민중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내놓았고, 그가 바란대로 ˝품위 있게˝ 죽고자 했다.(잭 런던 단편 <불을 피우기 위하여>) 처형 직전 그는 방아쇠 당기기를 주저하는 볼리비아 병사에게 되려 호통을 쳤다고 전해진다. ˝당신이 날 죽이려고 온 것을 알고 있다. 떨지 말고 방아쇠를 당겨라! 당신은 단지 한 사람을 죽이는 것 뿐이다!˝(<나무위키>에서)

사실, 이 시집을 읽고 책을 덮으면서 든 생각은, 체 게바라의 시대는 저물었다는 것이었다. 적어도 내게는 그런 듯했다. 그리 멀지 않은 나라, 미얀마에서 독재 타도를 외치는 민주주의 투쟁이 지금도 벌어지고 있지만, 게바라식의 게릴라전은 이 시대와 맞지 않는 전투 방식 같다. 다만 민중을 사랑하고 평등을 지향한 그의 정신만큼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의 이미지가 어떻게 소비되든 별처럼 오래 빛날 것이다. 그가 읽은
책들과 쓴 시들 덕분에. 체 게바라의 일대기가 담긴 일기와 편지, 신문기사, 사진, 문서 등은 2013년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었다.

<탐독> 

올바른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한다 
‘해적과 달‘은 라스콜리니코프로 가는 길을 열어주었다 
엘리샤에서 네루다까지 
그리고 열띤 토론은 또 다른 책을 탐닉케했다 
슈테판 츠바이크, 
보들레르와 셰익스피어 
엥겔스와 도스도예프스키
크로포트킨과 트로츠키 
폴 발레리와 가르시아 로르카 
그 외 많은 아니키스트들, 
레온 펠리페의 ‘훈장‘ 
레닌의 ‘유물변증법‘ 
모택동의 ‘신중국론‘ 
샤르트르의 ‘벽‘ 
마르크스의 ‘경제학, 철학 수고‘ 
네루다와 랭보 
. . . 
특히 
마야코프스키와
네루다의 시에 탐닉했다 

<체 게바라의 유언>

난, 
지금, 
혁명의 불멸성을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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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6 06: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행복한책읽기 2021-09-16 10:05   좋아요 4 | URL
저도 어렸을땐 그저 멋지기만 했는데. 나이 드니 다른 면도 보이더라구요. 이 시집은 게바라에게 좀더 다가가게 해주었어요. 저는 죽었다 깨나도 게바라 같은 불같은 삶은, 오 노노노 할 것 같습니다.^^;;

미미 2021-09-16 09:3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오~♡ 자신이 생각했던대로 삶을 마감한 것 같아 신기하네요. 물론 처형방식일거라 생각은 안했겠지만... 다큐와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영상으로는 봤는데 항상 더 알고싶은 사람입니다.
<탐독>목록도 좋네요👍

막시무스 2021-09-16 10:08   좋아요 5 | URL
저는 얼마전 대장정님께서 체 게바라에 관한 책을 모두 늘어 놓으신 페이퍼를 읽고서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한번 봐야지 하고 생각만 하다가 어제 밤에 영화 봤어요!ㅎ
시집의 표지를 보니 아주 오래전 읽었던 체 게바라 평전이 생각나네요! 그때는 저 책읽고 막 흥분해서 티셔츠는 사서 입고 했던 열정이 있었던거 같은데, 다시 읽으면 그 열정이 남아 있을까요?ㅎㅎ

일단 오늘은 오랜만에 누리는 휴가니까 열정은 잠시 미루고 느긋함부터 먼저 즐기고 싶습니다.ㅎ 행복한 책읽기님, 미미님도 즐겁고 느긋한 하루되십시요!

미미 2021-09-16 10:14   좋아요 5 | URL
오! <체 게바라>평전 저도 어딘가에 분명 소장은 하고 있는데 궁금하네요 그 열정!ㅎㅎㅎ 막시무스님 휴가 즐겁게 보내세요👍

행복한책읽기 2021-09-16 10:34   좋아요 5 | URL
그죠. 사람이란 잘 안 변하는 게 맞나봐요. 근데 열다섯살짜리가 저런 생각을 했다는 게 전 넘 신기하더라구요. 떡잎부터 남다른 아이 게바라. ㅋ 미미님 다큐도 보셨군요. 전 <모터사이클>만 봤어요. 두 친구의 우정이 차암 좋더라구요^^

행복한책읽기 2021-09-16 11:05   좋아요 5 | URL
오호. 막시무스님 휴가시구나. 떠나요~~~놀아요~~~마셔요~~~~^^ 즐휴 되시와요^^

scott 2021-09-17 00:38   좋아요 4 | URL
모터! 다큐 추천 합니다
하지만 책읽기님의 늘어 놓으신 책들이
더 탐납니다 ㅎㅎㅎ👍

scott 2021-09-17 00:38   좋아요 4 | URL
막시무스님 목요일 부터 휴가!
전 오늘 부터 ㅎㅎㅎㅎㅎㅎ

초딩 2021-09-16 11:5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젊은이에게 뜨거움이
캠퍼스에 불꽃이
사회초년생들에게 부조리에 대한 의심과 그 행동이
사라진 오늘
절실한 내용이네요 :-)

행복한책읽기 2021-09-17 00:41   좋아요 5 | URL
오늘의 젊은이들은 저희와 다른걸 고민할 것 같아요. 코로나가 캠퍼스 불꽃을 꺼뜨려버려 대학 초년병들 엄청 운대요. 느무느무 안타까워요. ㅡㅡ

scott 2021-09-17 00:3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최근에 모택동의 독서 일지 읽다가
이분도 통속 소설 시 엄청 좋아 했다는데 정치와 통치는 별개 인것 같습니다 ^ㅅ^

행복한책읽기 2021-09-17 00:45   좋아요 4 | URL
뭣이라고라??? 모택동 독서 일지요??? scott님 대체 가 닿지 않는 영역이 어디입니까. 후덜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