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 - 삶과 책에 대한 사색
어슐러 K. 르 귄 지음, 이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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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23  어떻게든 . . . 다 읽었다 ^^

2021년 3월 3일에 시작해 3월 22일에 마치다.  

​​읽는 내내 좋았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것이 . . . 거의가 모르는 작품들 리뷰라 뒤로 갈수록 힘이 딸렸다. 

​​"옳든 그르든 간에 나는 따분하고 서툰 스타일은 곧 사고의 빈한함이나 불완전함을 나타낸다고 믿는다. 다윈의 정확하고 폭넓고 탁월한 지력은 그의 명료하고 강하고 활력 있는 글로 표현된다고 본다. 그 글의 아름다움이 곧 지성이다."(10쪽)

​르​ 귄이 찰스 다윈의 글에 대해 한 이 품평을 르 귄 자신에게 그대로 되돌려 줄 수 있겠다. 르 귄의 리뷰는 명료하고, 선명하고, 시원하고, 활력 있고, 무엇보다 지적이다. 나는 리뷰 읽기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르 귄의 글은 그가 말한 좋은 서평의 정의를 따르게 한다. 그러니까 서점이든 도서관이든 달려가게 만들고 디지털 세대에 맞게 온라인 매체에 터치하게 만든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 중에는 저자가 소개하는 책들을 모조리 읽어 주겠어! 라는 다부진 포부를 밝히는 이들도 있었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르 귄 덕에 모르는 작가들을 정말로 많이 알게 되었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작품들을 다 읽을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나란 사람이 지금껏 왜 SF 장르를 밀쳐두고 살아왔는지 이 책을 통해 더욱 분명하게 알게 되었다. 나 자신이 SF를 온전히 소화할 수 있을 만큼 '지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르 귄은 똑부러지게 말했다.

"이해하지 못하면, 지루하다."(10)

그랬다. SF는 내게 지루했다. 그 지루함이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내게 그 장르를 이해할 만한 지적 토양이 없었다는 데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단지 취향의 문제만이 아니었다는 것을 이제야 깨 달 았 다. 이 지점은 앞으로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 그렇다고 아쉬우냐, 하면 뭐 그렇지는 않다. 세상 모든 분야의 책을 사랑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세 아이의 엄마라는 직업과 작가라는 직업을 양립해 나가면서 어느 쪽도 희생시키지 않고 그 둘을 조화롭고 풍요롭게 일궈왔다는 작가의 내공에 감탄했다. 문학의 성차 문제를 서늘하고 날카롭고 시원하게 지적하는 저자의 문제 의식과 용기에 박수 쳤다. 상상력이 글쓰기의 도구에 그치지 않고 우리가 어떤 사람으로 남을 것인가를 결정 짓는 수단이라는 통찰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읽기는 "다른 누군가의 정신과 교감"(26쪽)하는 행위이고 문학은 "우리가 여행하는 '삶'이라는 나라에 가장 유용한 안내서"(27쪽)라는 저자의 견해에 깊이 공감했다. 돌아보면 일가친척 하나 없이 살아온 내 인생에서, 너는 어떻게 살고 싶니? 너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니? 너라면 어떻게 할 거니? 등등의 무수한 근본 질문에 소리 없는 대화를 나눠준 것이 책이었다. 책은 내게 친구이자 스승이었다. 

전부는 아니지만 듣도 보도 못한 작품들에 대한 리뷰만으로 독자에게 읽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게 하는 르 귄의 글은 훌륭하다. 나는 주제 사라마구의 글보다 그 작가의 삶, 사라마구가 걸어온 길을 사랑하는 독자였다.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르 귄의 리뷰를 통해 주제 사라마구의 삶과 글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그를 더욱 좋아하고 존경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올해는 사라마구의 작품을 모조리 읽고, 아니아니, 이제 이런 무리수 공약은 난발하지 않으리^^, 몇 권 집에 들여다 놓고 그와 좀 더 친해지고 싶어졌다. 켄터 하루프도 그런 작가들 중 한 명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이 책을 읽은 후에 든 마지막 생각은 여기 수록된 책과 상관없이 어쨌거나 나는 르 귄 언니가 말한 대로 "고집스럽게" 책을 읽는 독자로 살다 죽을 것 같다는 것이다.  

"우리 손끝에 달린 온갖 유혹에도 불구하고, 나는 책 읽기를 익힌 고집스럽고 내구력 있는 소수가 오랫동안 그러했듯 앞으로도 계속 책을 읽으리라 믿는다. 종이든 화면이든,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것이다. 그리고 책을 읽는다면 대개 그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 하기에, 그리고 아무리 막연하다 해도 그 공유가 중요하다고 느끼기에, 어떻게 해서든 책이 다음 세대에도 존재하도록 만들고야 말 것이다."(1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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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3-23 11: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는 독자로 살다 백세까지 장수를 !!
sf물은 영상부터 보시고 원작을 읽으신다면 재미 두배!

행복한책읽기 2021-03-23 16:20   좋아요 2 | URL
백세!!! 무섭슴다. 저 숫자는 ㅋ 저는 sf 영화는 나름 잘 봐요. 신기해서요. ㅋ 책은 시간이 좀 더 필요해 보이나, 르 귄과 웰스는 올해 도전해보려구요^^;;

청아 2021-03-23 12: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완독축! 저 <어둠의왼손>사놨어요! 언제 읽을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르귄 쌤 때문에 읽어보고싶은 SF늘고있음ㅋㅋ 고집스럽게, 저도요!🤚

행복한책읽기 2021-03-23 16:23   좋아요 2 | URL
축하 고마워요 미미님. 저는 단편집 <바람의 열두 방향>먼저 읽으려구요. 지인이 <어둠의 왼손> 읽다 내려놨대요. 낯선 용어들로 가득해 난독을 겪었다고 해서. ㅋ 암튼 우린 올해 르귄 언니네로 놀러갑시다요~~~^^

라로 2021-03-23 14: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무리수 공약도 가끔은 필요한 거 같아요. 암튼 저보다 늦게 읽으시고 먼저 완독 하신 거 축하드립니다. 저도 그녀가 알려준 책 다 읽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그중에 와이오밍의 카우보이가 30년 동안 말 안장 속에 넣고(넣고만 다닌 건지 읽은 건지는 모르지만,ㅎㅎ) 다녔다는 아이반호는 읽고 싶어요. 물론 우리 같이 읽기로 한 애트우드 여사의 책은 언젠가 읽어야죵??ㅋㅋ 읽을 책이 쓰나미로 몰려오니,,,이럴때일수록,, 천천히 읽어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도 책은 쌓아 놓아야 맛입니다요, 저는. ㅠㅠ

행복한책읽기 2021-03-23 16:29   좋아요 1 | URL
라로님은 교차 읽는책이 원체 많잖아요. 저는 원래 한권만 파는 스타일이었는데. 알라딘 서재가 제 독서 습관을 바꿔 놓았어요. 우왕좌왕 중입니다요. ㅋ 라로님 저 애트우드 <시녀이야기> 시작했어요. 언제 완독할진 몰겠지만. ㅋ 근데 도덕적 혼란과는 딴판이라 더디 읽힙니다. 낯설어요 ㅡㅡ

희선 2021-03-24 02: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과학소설 저도 별로 못 봤는데, 나중에 생각하니 어릴 때 본 영화 같은 게 거의 과학소설이 원작이더군요 그런 걸 나중에 알다니... 그렇다고 그걸 찾아보지는 않았지만... 과학소설은 어렵지만 재미있는 것도 있더군요 얼마 안 보고 이렇게 말하다니... 저도 앞으로도 책 읽을까 합니다 자신이 좋아하거나 관심 있는 거 보는 것도 괜찮겠지요


희선

행복한책읽기 2021-03-24 10:02   좋아요 1 | URL
희선님이랑은 겹치는 책이 없는데 같이 읽음 것도 잼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