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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조영웅전 1 - 몽고의 영웅들
김용 지음, 김용소설번역연구회 옮김, 이지청 그림 / 김영사 / 200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최근 묵향을 읽으면서 불현듯 영웅문이 생각나서 찾아보니 이미 고려원에서 출간되었던 영웅문 3부작은 절판되고 사조영웅전, 신조협려, 의천도룡기로 새로 나온 것 같네요.
물론 영웅문 3부작이 각각 나뉜거지만, 좀 아쉽네요.
중학생 때부터 읽기 시작해서 고등학교 때 다 읽은 책을 지금도 소중하게 소장하고 있는데, 지금도 간혹 시간이 나면 일게 됩니다.
장쾌한 스케일과 도도한 역사의 흐름을 녹여놓은 김용 선생의 필력 앞에서는 정말 최고라는 것 이외에는 사설이 필요없을 것 같습니다.
당시 사마천, 금강 등 대략 500편 정도의 무협지를 섭렵했지만, 최고는 항상 영웅문이였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최근 묵향, 비뢰도 등의 책들이 판타지와 결합하면서 새로운 재미를 주고는 있다고 하지만, 역시 영웅문의 벽은 높은 것 같습니다.
사실 동방불패, 의천도룡기 등의 영화를 통해 이미 맛보기는 한 분들이 많을꺼라 생각되지만, 정말 진정한 깊이는 책에서 느낄 수 있죠.
연말이나 연초가 되면 각계 유명인사들이 삼국지를 10번 읽었다, 대망을 권하다는 등의 얘기를 많이 하는데, 저한테는 영웅문이야말로 10번 넘게 읽은 유일무이한 책인 거 같네요.. ㅋㅋ.. 그 시간에 교과서를 공부했으면 혹시 제 인생이 더 훌륭해졌을까요. 절대 아니라고 봅니다.
영웅문 3부작 중에서도 1부격인 사조영웅전은 가장 재미있는 책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네요. 우직한 곽정과 지모가 빼어난 귀여운 황용의 이야기... 거기에 괴팍한 동사 황약사, 거지왕초이지만, 그 어느 군자보다도 훌륭한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는 홍칠공, 단황야, 구양봉 등등... 읽을 때마다 새로운 재미를 찾을 수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죠.
불빈치의 그리스로마신화를 읽고 나면 고전은 물론, 최근의 다양한 서양 소설들의 재미를 더욱 깊이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모름지기 무협소설을 읽는 분들이라면 당연히 영웅문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부 신조협려가 양과와 소용녀의 사랑에 무게중심을 두었다면 3부 의천도룡기는 장무기와 조민, 주지약의 3각구도를 통해 대륙의 역사를 녹여놓고 있습니다. 스케일 큰 작품을 선호하시는 분이라면 의천도룡기가 더욱 재미있을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최고한 무협지 좀 읽었다고 말하려면 영웅문을 빼고서는 이야기를 할 수 없다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서양의 역사에서 그리스 로마 신화를 빼고 얘기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할 수 있겠죠.
일례로 묵향의 경우 제 생각에는 영웅문,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에서 많은 영감을 받은 것 같습니다.
어찌보면 무협이라는 장르 자체가 중국의 중원이라는 곳을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이는 선천적 한계일 수도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최근의 경향은 과거를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발전적으로 수용하고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에서 묵향이나 비뢰도 같은 작품은 충분히 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되는군요.
그럼. 다시 한번 김용 선생에게 경의를 표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