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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빈치 코드 - Illustrated Edition
댄 브라운 지음, 이창식 번역감수, 양선아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5년 5월
평점 :
절판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는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이후 꺼져만 가던 기호학의 흥미를 되살린 책으로 기록되지 않을까.
최근의 기호학을 모티브로 한 책들은 다빈치 코드의 연장선에 있다고 봐도 무방할 듯.
에코의 '장미의 이름'이 중세 수도원을 배경으로 의문사한 수사의 살인사건을 파헤치면서 갖가지 기호학적 아이템을 적절히 배열해 재미를 주었다면 '다빈치 코드'보다 헐리우드적인 전개로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책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소재로 하거나, 책 속에서 잠깐씩 등장시키는 책들은 무수히 많은데, 아마도 르네상스 시대 그의 천재성과 더불어 괴팍한 성향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때문 아닐까. 서양 문화에 있어 라파엘로, 다빈치, 미켈란젤로가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던 르네상스에 대한 아련한 추억일 수도 있고....
뭐 무신론자인 내가 보기엔 역사적 사실에 약간의 조미료를 친 정도로 받아들였지만, 기독교를 믿는 나라들에선 그게 아닌듯.
그냥 지적 유희를 즐기는 타입에겐 입맛에 딱 맞는 책이 아닐까.
역시 이 작품도 불핀치의 그리스로마신화를 읽은 상태에서 본다면 훨씬 그 재미를 더하긴 마찬가지... 서양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리스로마신화는 꼭 읽어야 한다는걸 다시한번 느끼게 해준 작품.
모르긴 몰라도 그리스로마신화와 장미의 이름, 이 두작품을 먼저 읽고 읽은 사람들이 훨씬 더 즐거움이 컸을꺼라 생각한다.
친근하면서도 기발한 소재와 스토리의 구성이 탄탄함을 볼 때 조만간 영화로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지 않을까. 이 정도 분량의 내용이라면 영화로 만들어도 충분히 재미있을 듯. 아니 어쩌면 영화를 위한 대본 같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이다.
10년 전쯤 들렀던 루브르에서 유명한 비너스상, 모나리자 등을 보기 위해 허겁지겁 다녔던 기억을 떠올려 보면, 이 책이 오히려 좀더 일찍 나와 그때 그 괴상해 보였던 루브르 박물관의 피라미드를 좀더 호감을 갖고 바라볼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이 책대로라면 충분히 그랬을 것 같다.
사설을 달자면 국내에서도 이인화의 영원한 제국이라는 작품이 있었지만, 사실 에코의 장미의 이름과 내용 전개나 여러가지 면이 너무나 흡사해서 실망했던 적이 있는데... 다빈치 코드는 역사적 사실과 픽션을 잘 버무려 감칠맛 나게 지은 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바람이 있다면 이런 류의 기호학 작품이 좀더 많이 나와 많은 독자들에게 더욱 즐거운 지적 유희를 하게 해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런 면에선 오세영의 만파식적이나 최근의 자산어보 같은 작품도 추천받아야 마땅할 것 같다.
흠.. 신과의 만남이라는 면에서는 로빈 쿡의 발작도 약간은 한다리 걸친거 같기도 하고...
아무튼 재미있는 책임에는 분명하다. 하루에 2권을 다 읽어버려야 직성이 풀릴 정도로...
아는 만큼 보이고, 알면 알아갈 수도 더욱 무궁무진한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책.... 기호학을 소재로 한 책이라면 모름지기 그런 맛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