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출처: http://zine.media.daum.net/mega/ladykh/200606/14/ladykh/v13037579.html

“내가 가장 합리적이고 내 판단이 옳다는 생각을 버려라”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정보를 접하게 된다. 자신이 접한 정보의 질과 양에 대한 가치 판단을 못한다면 투자는 실패할 확률이 높아진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정보와 거시 경제적 요인을 가지고 거래에서 이익을 얻기란 쉽지 않다. 투자의 핵심 요소는 가격의 평균치와 타인의 판단을 고려하고, 그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다. 주식 거래를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요소는 무엇인지 살펴보자.

적정 가격은 계산할 수 없는 상대적인 것

사이비 교주가 있었다. 그는 모년 모월 모시에 세상을 심판하는 휴거가 일어난다고 교인들에게 선언했다. 교인들은 자기 재산을 모두 팔아 이웃에게 나누어주고 교주가 이야기한 동산에 모여 휴거를 기다렸다. 그러나 정작 휴거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때 교주의 말만 믿고 모든 재산을 처분한 사람들은 교주를 원망하지 않고 오히려 이 사실을 기뻐했다. 그 이유는 “여러분이 휴거를 믿고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버리고 동산에 모인 이 믿음이 신을 감동하게 했고 그것이 바로 세상을 구원했다”라는 교주의 말 때문이었다.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 상황에 참여하지 않은 누가 보아도 이것은 분명히 비합리적인 사건이다. 문제는 이 상황에 속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선택을 합리화하는 논거에 빠져들었다는 점이다.

이것은 투자 행위에서도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당신은 주식과 부동산 채권에 투자할 수 있는 현금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당신은 오랫동안 주식투자를 해왔기 때문에 부동산에 대해서 잘 모른다. 이때 당신은 ‘백발백중’ 주식에 투자하게 된다. 이때 당신의 논리는 “내가 가장 잘 아는 것이 주식이므로 내가 잘 아는 곳에만 투자한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부동산은 정점에 이르렀고 주식은 80년대 미국과 비슷한 환경에 놓여 있으므로 주식이 오를 것이다”라는 논리를 내세우게 된다.

이 부분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자. 투자란 자산을 사는 것이고 자산을 살 때 이익을 냈다면 그것은 누군가가 나쁜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사고 파는 행위에서 한 사람이 이익을 보았다면 한 사람은 상대적으로 손해를 본 것이기 때문이다.

이때 우리가 ‘산다’와 ‘판다’의 기준이 되는 ‘적정 가격’은 무엇일까? 적정 가격이란 정확히 계산할 수 없고 상대적인 것이다. 부동산 가격이 거품이라고 말할 때 그 부동산의 적정 가격은 어떤 기준이어야 할까? 예를 들어 부동산 임대 수익률 대비 혹은 10년 전 가격 대비, 인플레 대비와 같은 비교 가격으로 견주어 판단하는 것이 적정 가격이다.

정보의 특성을 이해한 후에 투자해야

주식의 경우는 좀 더 세련되다. 예를 들어 ‘이론주가 = 1주당 이익 / (금리 + 리스크 프리미엄 - 이익성장률)’라고 말할 때 실제 주가는 한 번도 그 가격에 머무르지 않는다. 주가는 그렇게 평가된 가격을 때로는 많이 넘어서기도 하고 때로는 많이 하락하기도 한다. 이때 이론주가를 형성하는 근거는 어떤 수식이나 모델이 주가가 오르내린 진폭의 중심값과 근사한 결과를 보여줄 때 그것을 적정 가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부동산 역시 마찬가지다. 부동산 가격의 지난 1백 년간 등락을 그래프로 표시한 후 그 등락의 중심값을 적정 가격이라고 보면 된다. 이런 면에서 ‘가격판단’이란 손에 잡히지 않는 적정 가격은 추상적 기준을 두고 가격이 상하로 괴리를 보일 때 그 괴리를 해석하는 능력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괴리는 왜 발생하는 것일까? 또 투자로 수익을 내려면 기본적으로 이 괴리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철학적으로 근접한 매매 모델일 것이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어리석게도 이 괴리를 더 벌리려고 들까? 그것은 바로 ‘기간의 함정’이다.

다음 그림을 보자.

가격 a는 이 기간의 평균 가격으로부터 상당한 괴리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가격 a는 분명히 매도해야 할 시점인데 사람들은 매수를 한다. 이때 가격 b는 아래쪽으로 괴리를 보이고 있다. 당연히 가격 b는 매수해야 하는 가격대가 분명하다. 그러나 두 개의 그림을 합치면 가격 a와 b는 같은 지점이다. 가격 b의 관점에서는 싸고 a의 관점에서는 비싸다.

이 차이는 무엇일까? 이것이 바로 가격의 함정이다. 사람들이 투자에서 손실을 입거나 터무니없는 실패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 가격논리에서 보이는 적정가의 함정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격 추세가 상승기에 이르면(사람들이 흥분하면) 가격의 논리는 b를 따른다. 하지만 가격이 하락하면(공포에 질리면) 가격 논리는 a를 따른다.

사실 이것은 사이클 개념의 본질이다. 경기를 예측하는 전망들이 한 번도 맞지 않고, 주가를 예측하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절반도 맞히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가격을 결정할 때 정보를 믿는 사람들은 그 정보의 특성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판교 분양에서 당첨되면 그것은 당장 로또복권과 같은 수익률을 올려줄 것이라는 명제는 맞다. 그러나 그것이 10년 후 전매가 가능한 시점에서도 그러하다는 확증은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 전제를 믿는다.

유용한 정보에 대한 몇 가지 전제

유용한 정보란 다음과 같은 전제가 있다. 첫째, 내가 가진 정보는 다른 사람이 가진 정보와 달라야 한다. 둘째, 내가 가진 정보는 다른 사람의 정보보다 정확해야 한다. 셋째, 내가 가진 정보는 좀더 직접적이어야 한다. 넷째, 유용한 정보는 시의성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당신이 KDI(한국개발연구원)에서 경제 성장률을 산출하는 일을 맡고 있다고 가정하자. 이때 당신의 정보는 다른 사람보다 다르고 양이 많지만 그것이 실제 주식을 사고 파는 데 전혀 도움을 주지 않는다.

당신의 정보는 직접적이지 않고, 주가에 실시간 반영되는 정보가 아니므로 시의성도 없다. 그러나 당신이 어떤 기업의 실적을 담당하는 IR(Investor Relationship, 기업 설명 활동) 부서의 장이라고 하자. 당신은 당신 회사의 실적에 대한 정보를 타인보다 많이, 정확하게, 직접적으로, 적절한 시점에 알고 있다. 당신은 당신의 친구와 동생에게 당신 회사의 주식을 사놓으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때 이 정보는 유용하다.

또 당신이 도시 계획을 입안하는 사람이다. 당신은 내부 회의에서 혁신 도시의 건설지를 결정했고, 이제 그 발표만 남아 있다. 이때 당신이 알고 있는 정보는 타인보다 많고, 정확하고, 직접적이며, 즉각적이다. 물론 당신이 공직자의 윤리를 더럽히는 참관오리라는 기준에서만 가능할 뿐,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정보의 가치는 이렇게 달라진다. 때문에 당신이 알고 있는 정보의 질과 양을 평가하고, 정보에 대한 확실한 가치를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당신이 신문에서 혹은 방송에서, 때로는 메신저를 통해 얻은 정보를 두고 어떤 판단을 내렸다면 당신은 현명한 사람이라기보다 우매한 사람이다.

사실 우리가 접하는 정보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개 후자에 속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투자할 때 정보를 무시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그것은 일부는 옳고 일부는 틀리다.

알려진 정보를 두고 당신의 투자 판단에 이용한다면 당신은 틀린 것이다. 하지만 그 정보를 두고 당신이 거래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예측하고 있을지 평가하는 데 이용한다면 당신은 현명한 사람이다.

거래를 할 때 중요한 요소

우리가 거시 경제적 요인이나 기타 정보를 가지고 거래에서 이익을 얻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투자는 상대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판단하는지 아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우리가 거래를 할 때 가격의 평균치와 타인의 판단을 고려해 그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바로 투자의 핵심 요소이다. 예를 들어 2005년 주가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갱신했다. 이때의 가격은 지난 몇 년간의 가격 변동치를 볼 때 상당히 괴리가 커져 있었다. 다시 말해 합리적인 관점에서 이것은 부정적이다. 하지만 타인의 판단은 어떤 것일까? 타인의 판단은 지난 수십 년 동안의 가격 변동치를 살피면서 아직도 가격은 더 올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때 당신은 어떤 결론을 도출 할 수 있을 것인가? 바로 ‘아직 멀었다’라는 사람과 ‘괴리가 크다’고 여기는 사람들 사이의 괴리를 살피는 것이다.

같은 정보를 두고 멀었다고 여기는 사람과 괴리가 크다고 여기는 사람의 차이는 앞으로도 거래라는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아직 멀었다’라고 말하면 모든 사람이 매수자로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것은 역설적으로 여기서는 ‘아직 멀었다’라고 여겨줄 사람들이 더 이상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즉, 거래의 임계점이라는 것이다.

부동산 역시 마찬가지다. 호가가 상승하고 거래가 부진하면 “팔지 않을 것이다”라는 사람들만 있다는 뜻이다. 이때는 사겠다는 사람이 초조하고 팔겠다는 사람은 여유롭지만, 여기서 가격이 좀더 오르면 이제는 사겠다는 사람이 철수하고 팔겠다는 사람이 초조해진다. 이때 누군가가 팔겠다고 나서면 갑자기 시장은 모두 팔겠다로 돌아서고 거래가 급증하면서 가격은 하락한다.

그래서 우리가 어떤 거래를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요소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인지 부조화 상황을 경계하라. 내가 가장 합리적이고 내 판단이 옳다는 생각을 버려라. 만약 내가 항상 옳다면 분명히 나는 지금 이 거래에 목을 매지 않아도 될 정도의 위치에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내가 가진 정보를 평가하라. 그 정보의 유용성을 평가해서 그것이 독점적이지 않다면 그 정보는 다른 사람의 입장을 살피는 돋보기로 활용하라.

셋째, 타인의 판단을 주시하고 항상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어라. 다만 이때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는 상대의 예측을 이해하고, 수를 읽는 기호일 뿐이다. 그것을 보고 따라 하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된다.

넷째, 거래 자체를 주목하라. 거래란 매도자와 매수자가 존재해야하고 거래가 많다는 것은 곧 어떤 상황이 크게 변할 수 있는 시그널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 연재를 시작한 ‘시골 의사’ 박경철씨는…

‘시골 의사’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경철씨(42)는 현직 의사로는 드물게 주식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의대 재학 중 재미 삼아 주식에 투자했다가 실패한 후 오기가 발동해 동료들과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본격적으로 주식 공부를 시작했다. 10년간의 도전 끝에 큰돈을 벌었고, 증권사 게시판과 경제 신문 등에서 ‘시골 의사’라는 필명으로 활약하기 시작했다. 지난 2001년 MKS(매경증권방송)의 ‘고수 대 고수’에 출연해 솔직하고 뼈 있는 이야기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1년에 50여 차례 이상 기업 연수원과 공공기관에서 강연을 하고, 얼마 전에는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책을 출간해 뜨거운 사랑을 받은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현재 고향 안동에서 신세계연합의원을 운영하고 있고, MBN에서 ‘머니 레볼루션’도 진행하고 있다.

기획 / 최영진 기자 글 / 박경철 사진 / 박형주·경향신문포토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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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제공 ]  레이디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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