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출처: http://zine.media.daum.net/mega/ladykh/200604/19/ladykh/v12427378.html

“금융시장은 상위 5%가 95%를 경영하는 블루오션이다”

예금, 적금, 주식, 채권, 아파트, 전답, 부동산 등 유형의 자산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해서 부자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진짜 부자와 빈자는 무형의 자산 가치에 따라 결정된다. 무형 자산은 당신이 길거리에 나앉게 되었을 때 일어설 수 있는 능력, 또 유형 자산을 잘 굴려서 자산 보존이 자산 증식을 하게 하는 능력을 말한다. 금융시장을 안다는 것은 무형 자산의 가치를 높이는 좋은 수단이 된다.

유형 자산vs무형 자산의 차이

금리에 대한 철학적 이해가 생겼다면, 이제 금리와 자산이 상징하는 투자 수단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사실 ‘부자’ 혹은 ‘부자가 되는’ 이야기를 주제로 삼으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이러한 주제를 다루는 사람은 “당신은 부자인가?”라는 타자적 시선과 “나는 부자인가?”라는 내적 시선 모두로부터 그리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부자론의 베스트셀러이자 부자 열풍의 주역이 되었던 저자 몇 사람은 필자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서 “내가 만나본 …”이라는 이야기를 한 시간 내내 입에 달고 있었다. 다시 말해 트렌디 드라마 같은 이런 류의 저작들은 그저 부자 엿보기 혹은 부자 이벤트의 산물일 뿐이다. 얄팍한 대중의 기호와 맞물려 베스트셀러는 될지언정 ‘부자’라는 가장 진지하고 절박한 주제에 대한 해답은 주지 못한다. 물론 그런 책을 쓴 저자들이 책을 팔아서 부자가 되었을지는 모른다.

어쨌거나 ‘부자’란 누구나 꿈꾸는 초미의 관심사가 분명하다. 하지만 금리와 자산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부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먼저 던지게 된다.

“당신의 자산은 얼마입니까?”

이에 대한 대답은 대강 이렇다.

1. 예금, 적금, 보험 등 현금성 자산 * 억 2. 주식, 채권 등 유가증권 *억 3. 살고 있는 아파트 * 억 4. 물려받은 전답 ** 억 5. 처가에서 증여받은 기타 부동산

그런데 이러한 답은 필자가 요구하는 모범 답안이 아니다. 50점짜리 낙제점에 해당한다. 위에 열거한 답안은 유형 자산이며, 이것의 가치는 그리 변하지 않는다. 다만 늘리기가 어려울 뿐이지 안심해도 된다. 사실 이 정도의 유형 자산을 가지고 있다면 여차하면 생업을 접어도 밥은 먹고 살 수 있다.

시장의 체계적 위험 범위에서는(경기 순환 등) 앞서 말한 것처럼 주식이 떨어지면 채권 수익률이 오른다(채권수익률과 채권금리는 아주 많이 다른 개념이다). 금리가 오르면 부동산이 떨어지지만, 대신 예금보험 연금 이자가 증가한다. 경기가 나빠 이자 수익이 적으면 다시 부동산과 주식이 오른다. 그렇기 때문에 위에 열거한 자산의 경우 포트폴리오 효과로 인해 어지간히 한곳에 몰아서 투자한 사람이 아닌 한 종전 유형 자산의 가치는 지킬 수 있다.

가장 안정적인 무형 자산의 소유자는 국립대학 교수들

그러나 이것은 전부 유형 자산에 대한 이야기다. 그 다음은 무형 자산인데, 사실 진짜 부자와 빈자는 여기서 결판난다. 무형 자산은 당신이 길거리에 나앉게 되었을 때 일어 설 수 있는 능력, 또 유형 자산을 잘 굴려서 자산 보존이 자산 증식을 하게 하는 능력을 말한다.

이 점에서 현재 사회의 공적이 되고 있는 전문직들은 무형 자산이 많다. 때문에 전문직의 무형 자산 가치가 반영되어 입시 경쟁에서 전문직의 경쟁률이 그렇게 치열한 것이다. 개괄적으로 변호사나 의사, 대기업 과장이나 부장의 급여는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대기업 과장은 해고되면 끝이지만 전문직들은 그렇지 않다. 직업의 인기도는 이런 점이 반영되어 있고, 그런 점에서 내가 영위하고 있는 직업 그 자체는 무형의 자산이다. 즉, 그것 역시 경제 논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남들이 높이 쳐주는 이 무형 자산의 가치도 위협받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변호사와 의사는 두세 배씩 배출되고, 과거 희소가치가 있던 자격증들은 이제 거의 일반화되었다. 그래서 무형 자산의 가치는 각자가 좀 다르다. 같은 나이의 친구들 사이, 심지어 같은 학번의 샐러리맨 사이에서도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있는가에 따라 아주 크게 달라진다,

첫째, 자산 가치 면에서 가장 안정적인 무형 자산의 소유자는 국립대학의 교수들이다. 이분들의 전문성과 직업적 안정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분들은 현재 보유한 유형 자산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무형 자산의 가치가 그것을 충분히 상쇄하므로 행복한 분들이다.

둘째로 꼽을 수 있는 직업은 대기업의 중간 간부들이나 공무원, 혹은 사립대학 교원을 꼽을 수 있다. 이분들은 위의 그룹에 비해서는 입지가 다소 약하기는 하지만 자산 가치의 하락 폭이 그리 크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학생수의 감소로 대학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고, 대기업도 부장 이후에는 자리가 안전하지 않다는 단점은 있다. 그렇지만 본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최소한 그만하면 안정적일 수 있다. 즉, 이분들의 경우에는 본인의 결정적인 문제가 없으면 자산 가치가 몰락하지 않는다. 공무원의 경우에는 말할 것도 없지만, 그래도 자산가치를 지키려면 지금보다 많은 분발이 필요하다. 때문에 이분들은 행복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불안감은 없다

세번째가 가장 많은 부류이고, 가장 걱정이 많은 그룹이다. 비상장기업의 임직원, 지방 사립대학 교직원, 진입 장벽이 있는 소규모 기술자영업자(예를 들면 열쇠, 정비, 인테리어 등)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은 일정 수준의 유형 자산은 있으나 그렇다고 놀고먹기에는 부족하다. 때문에 무형 자산이 단단해야 하는데 무형 자산의 가치가 언제 하락할지 모른다.

실제 전 국민의 70% 이상에 해당하는 이들의 입지는 상당히 불안하다. 약간 시니컬한 구성이지만, 이로써 유형 자산보다 무형 자산의 위기가 ‘위기의 본질’이라는 점은 분명해졌다.

지금은 분명히 계급 투쟁의 시대

그렇다면 이제는 무형 자산의 보존과 유형 자산의 복원에 관해 생각해야 할 때다. 먼저 직업의 무형 자산 문제를 거론해보자. 경제적 측면에서만 바라보면, 지금 우리 사회는 알게 모르게 무형 자산의 획득이라는 보이지 않는 목표를 두고 벌이는 계급 투쟁의 과정에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자기 계층의 절대적 이익을 위해 투쟁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정규직을 향한 비정규직의 시선, 의사를 향한 약사의 시선, 타워펠리스 주민을 향한 도시 서민의 시선 등으로, 각자 뚜렷한 대립적이고 상대적인 이미지를 기준으로 삼고 행동한다. 지금은 누가 뭐라고 해도 분명히 계급 투쟁의 시대다.

예를 들어, 비정규직과 같은(사실 무형 자산 제로인 계층이다. 해고 즉시 길거리에 나앉게 되고, 퇴직금도 없다) 힘없는 서민들이 서서히 자신의 무형 자산에 눈뜨기 시작하면 그들의 목표는 사회적 공감측면에서 이미 성공이 보장된 이데올로기가 된다. 사실 이러한 면은 경제 성장에 따른 필연적 복지적 재분배 과정으로 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청계천 노점의 동대문운동장 진입(결국 그들에게 노점상의 권리라는 무형의 자산을 국가가 보장해준 셈이다), 화물노조의 유류대 인하, 공공기업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 하층 서민의 목표는 빠른 속도로 이루어진다.

사실 이것은 기본적으로 옳은 일이다. 다만 문제는 이 분배의 과정이 A의 몫을 빼앗아서 B에게 주는 데 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A에게서 빼앗아서 B에게 준다는 발상은 사회주의적이다. 다시 말해서 반시장경제적이라는 뜻이다. 빼앗긴 A는 A대로 반발하고, 뚜렷한 자신들의 법적, 정치적 논리를 가지게 된다. 얼마 전 삼성그룹에서 법무팀을 강화하고 제일 먼저 한 일이 금산법 관련 헌법소원 제기라는 점을 한번 떠올려보자.

즉, B는 감성적, A는 논리적 정당성을 가지게 된다는 뜻이다. 그동안 정치 권력이 이 상황을 극복하는 방식은 다음과 같았다. 경제 개발과정에서 누적된 A의 약점을 무기로 A의 반발을 극소화하면서, B의 지지를 발판으로 삼는 방식을 취해왔다. 이것을 만약 파퓰리스트라고 부른다면, 파퓰리스트는 기본적으로 A의 지지를 포기하고 다수인 B의 지지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파퓰리스트의 성공은 대개 A와 B가 같이 망하거나 B의 성장으로 A와의 격차가 줄어들 때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바로 이점이 분배론과 성장론의 핵심적 차이다. 이 구도는 기층 서민뿐 아니라, 중산층 가정에서도 청년 자녀가 실업 상태라 무형 자산이 없다면 미래에는 가구 전체가 B그룹으로 쉽게 편입된다는 이해의 바탕 위에서 이루어진다.

이런 측면에서 지금 좌분배나 복지, 양극화 해소가 전면에 등장하는 것은 상당한 필연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이런 상황에서 자산가와 테크노크라트(기술관료)의 입지는 상당기간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자산가와 테크노크라트의 입지 위축은 필연적으로 규제의 그물망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볼셰비키 혁명이 아니고서는 기존 기득권 그룹의 자산을 빼앗는 것은 탈취에 해당하므로, 수단은 반드시 합법의 논리에서 이루어지는 규제라는 방식을 통한다는 뜻이다.

금융을 알려는 노력, 무형 자산의 가치를 높이는 기회

그러나 규제는 항상 피하려는 자와 규제하려는 자의 싸움이다. 다시 말해 실제 테크노크라트가 만들어놓은 규제의 그물망에 포위되어 조금씩 분배의 영역으로 손을 내밀 수 있다. 하지만 일단 상대가 완전히 숨이 끊어질 때까지는 목을 조르는 사회적 힘겨루기의 속성상, 이러한 압박은 쉽게 멈추지 않을 것이다. 아마 목표점에 도달할 때까지 압박은 점점 진행될 것이다.

삼성그룹의 8천억원 헌납과 그에 대한 사회적 반응을 생각해보자.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신질서 속의 신흥 크라트는 이 문제로부터 자유롭다. 즉, 과거의 원죄가 없는, 혹은 벗어난 부자들이나 신흥 테크노크라트의 입장은 오히려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경쟁에 유리한 구도를 확보하게 된다. 손발이 묶인 삼성그룹과 아시아나 그룹의 움직임을 비교해보면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이들의 성공담이 남겨진 99.99%의 구체제형 테크노크라트에게 새로운 억압의 논거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때 발 빠르게 규제를 벗어나는 일부의 부와 성취가 다시 사회적 기준으로 작용해 전체를 재단하는 잣대로 작용한다는 뜻이다.

예전에는 나름대로 성실하게 일하면 노력에 비례해서 수입이 보장되는 시기, 나름대로 자신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것의 보람과 가치를 가질 수 있었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열심히 노력한다는 것만으로는 호구지책을 마련하기도 어려운 세상이다.

즉, 자기 직업에 충실할수록 더 큰 바보가 되어버리는 세상이 된 것이다. 과거 대부분의 직업은 직업적 경험과 학습이 곧 자산의 축척으로 연결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자신의 직업적 이상과 철학에 충실할수록 바보가 되어버리는 기형적 구조에서 대부분이 질식해 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필자가 금융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여러분이 그간 직업(무형 자산)에 쏟았던 정열의 1/100만 이곳에 관심을 두고, 우리가 공부하고 외웠던 지식들의 1/1000만 알면 이곳에서 다른 형태의 무형 자산을 늘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게다가 우리가 선의든 악의든 서로 경쟁을 벌이던 곳과는 다르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경쟁하던 시장은 최소한 같은 일을 하고 나름대로 일정수준의 능력을 가진 사람들끼리 좁은 밀도에서 다투던 시장이다(레드오션).

하지만 금융시장은 생각과 달리 연령과 직업, 지적수준의 차이가 크고, 시장의 평균은 기대 수준보다 낮다는 데 있다. 또 금융시장은 5%가 95%를 경영하는 곳이므로, 이 시장의 상위 5%에 진입한다는 것은 우리나라 전체 국부의 60%를 점유하는 멤버가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기획 / 최영진 기자 글 / 박경철 사진 / 박형주·경향신문 포토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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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제공 ]  레이디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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