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회에 ‘롯폰기힐스’족이 선망의 대상으로 부각되고 있다.
롯폰기힐스는 도쿄 중심부 롯폰기(六本木)에 위치한 새로운 복합공간이다. 2003년 재개발을 통해 사무실, 맨션, 유통·문화시설 등이 집중 배치돼 ‘도쿄 속의 도쿄’로 불리는 곳이다.
‘모리 타워’로 불리는 54층짜리 사무실 빌딩의 주 입주사는 거품경제 붕괴 이후 일본 경제계에 새로운 승자(勝者)로 평가받는 정보기술(IT)과 금융관련 기업 등 40여개사가 입주해 있다. 한때 주당 가격이 1억엔(약 10억원)을 호가했던
야후 재팬이 4개층을, 최근 민영방송인 TBS와의 경영통합을 제의하고 나선 미키타니 히로시 사장의 라쿠텐이 3개층을 사용하고 있다. 올초
후지TV 인수전을 주도했던 호리에 다카후미 사장의 라이브도어도 38층을 사용하고 있다. 이밖에 골드먼삭스(6개층), 리먼 브러더스(5개층) 등 세계적인 금융회사들도 입주해 있다. 사무실 임대료는 층당 월 3천만~4천만엔(약 3억~4억원)으로 인근 시세보다 2배 이상 비싸지만 공실은 없다. 인근에 위치한 맨션은 월세만 2백만~3백만엔(약 2천만~3천만원)에 주차장에는 롤스 로이스, 페라리, 벤츠 S클래스 등 고급차들이 즐비하다.
흥미로운 것은 힐스족들의 행동 양식과 생각이다. 힐스족의 복장은 대부분 T셔츠에 청바지 차림이다. 정장 차림은 흔치 않다. 자유분방함이 바탕에 깔려 있으며 ‘정글 자본주의’에 익숙하다. 위계질서, 대의명분을 중시해온 일본 전통기업인들의 가치관과는 다르다. 이 때문에 반감을 갖는 기성세대도 적지 않다. 반면 젊은층 사이에서는 ‘정형화 사회 일본’을 깨뜨리고 ‘뉴 재팬’을 일구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가 많다. IT 기업들 사이에서는 아예 롯폰기힐스 입주가 꿈인 곳도 많다. 입주 자체만으로 실력을 평가받는 이른바 ‘입주 프리미엄’ 때문이다. 롯폰기힐스 근처에 조그만 사무실을 연 한 벤처 관계자는 “롯폰기로 이전한 뒤 상담건수가 훨씬 늘었다”며 롯폰기의 위력을 설명했다.
〈도쿄|박용채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