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자동차)`리틀 슈퍼`..페라리 F430 스파이더
[이데일리 조영행기자] 지난 주말 자동차 동호회 사람들과 동해안으로 단체 드라이브를 다녀왔습니다. 드문 드문 흰 구름이 수를 놓은 하늘은 더 없이 높고 푸르렀고, 따가움이 약간 남아 있는 햇살은 바람이 식혀 주는 `절정의 가을`이 한창이었습니다. 지상 최강의 오프로드 자동차를 소개하려고 준비했지만, 드라이브가 즐거운 이 가을엔 마음은 슬금슬금 컨버터블 카쪽으로 끌려갑니다. 올 가을 페라리가 내놓은 컨버터블 버전의 `리틀 슈퍼카`를 소개합니다.

도달하기에는 너무 높아보이지만, 그래서 더욱 가슴을 두근 거리게 하는 존재가 우리 삶에는 너무나 많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람보르기니, 맥라렌, 부가티, 페라리 같은 `슈퍼 카`가 그런 동경과 선망의 대상이다.

현실적으로 세계 자동차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것은 미국과 독일 일본의 자동차 업체들이고 실제로 상당수의 `드림 카` 브랜드들이 이런 양산업체에 편입된 상황이지만 감히 모방할 수 없는 슈퍼 카의 매력은 여전히 빛을 발한다.

일반 승용차 보다는 경주용 차에 가까운 엄청난 성능으로 `슈퍼`라는 이름을 앞에 단 이들 브랜드에는 유독 이탈리아 혈통이 많다.

이탈리아의 자존심인 페라리와 람보르기니는 말할 것도 없고, 부가티도 사실은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프랑스로 건너간 인물이다.

지중해의 태양만큼이나 정열적인 이탈리아 남자들의 피가 자동차에서도 들끓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카 레이서 엔초 페라리가 직접 설립한 페라리는 세계 자동차 경주사상 가장 많은 승리를 거둔 자동차로써 이름을 떨치고 있다. 1차 세계대전 당시의 전쟁영웅 프란체스코 바라카의 상징에서 비롯됐다는 페라리의 엠블럼 `도약하는 말`은 스피드의 상징이기도 하다.

여담이지만 바라카는 적기 35대를 격추하고 산화한 이탈리아 공군 조종사다. 1923년 험난하기로 악명 높은 이탈리아의 `타르가 플로리오` 코스를 질주하던 페라리의 운전 솜씨에 감동한 바라카의 어머니가 바라카의 전투기 마스코트를 선물했다는 사연이 남아 있다. 천재적인 카 레이서와 전쟁영웅의 명성이 어울려 자동차의 전설을 만들어낸 셈이다.

`슈퍼 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자동차들의 성능은 가히 `슈퍼`의 경지에 올라 있다. 거듭된 업그레이드로 이제는 8기통 엔진 정도로는 감히 이름을 내밀 수 없는 대형 엔진과 여기서 뿜어지는 시속 350 킬로미터 이상의 속력이 `슈퍼 카`의 기본 사양이다. 도로 보다는 경주장의 트랙이 더 어울릴 것 같은 이런 `슈퍼 카`의 힘을 조금 낮춘 모델을 `슈퍼 카`와 구분해 흔히 `리틀`이나 `베이비`라는 수식어를 붙여 부른다.

페라리의 경우 과거 6기통 모델도 있었지만 이제는 12기통과 8기통 모델만을 생산하고 있고, 8기통 모델에 `리틀 슈퍼 카`라는 별칭이 붙는다. 페라리의 대표적인 `리틀 슈퍼 카`로는 360 모데나가 있는데 최근 그 뒤를 이은 것이 F430이다. 그리고 F430 모델을 컨버터블 버전으로 바꾼 F430 스파이더가 드디어 올 가을에 선 보였다. F430은 처음 공개가 이뤄졌을 때부터 360 모데나를 뛰어넘었다는 격찬을 받으며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갈 태세다.

F430 스파이더는 언뜻 보기에는 `뽐내기`를 위해서 만들어진 차처럼 날렵한 디자인을 갖고 있지만, 사실은 `하드코어 드라이빙 머신`으로 불러야 할 정도로 엄청난 파워와 주행성능을 갖춘 고성능 차량이다. 1980년대에 세계에서 가장 빠른 자동차로 이름 날렸던 페라리 F40 보다 강력한 성능을 갖췄다. 엔진 사이즈는 좀 작아도 성능면에서는 `슈퍼 카`에 육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F430 스파이더의 특징은 미니 엔쵸를 연상시키는 디자인과 에너지가 넘치는 엔진, 아주 예리하면서도 운전하기 쉬운 핸들링, 경주용다운 성능을 발휘하는 F1 변속기어 등으로 요약된다.

우선 눈에 띄는 점은 360 모데나에 비해 얼마나 달라졌나 하는 점이다. 페라리측은 F430이 360 모데나에 비해 70% 정도 새로워졌다고 설명한다. 일단 크기에서 F430은 전장이 4512mm로 360 모데나의 4475mm 보다 약간 길어졌고 폭은 약간 좁아졌다.

가장 큰 차이는 파워다. F430은 마세라티 쿠페와 스파이더, 콰트로포르테에 쓰이는 V8 4.3X 엔진을 채용했다. 운전석 뒷편의 유리 해치를 통해 안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V8엔진은 기본 레이아웃을 유지하면서도 플랫형 크랭크와 독창적인 흡기 매니폴드, 경량 부품의 채용 등을 통해서 파워를 늘린 것이 특징이다. 8500rpm에서 490마력의 힘을 끌어낼 수 있다. 360 모데나에 비해 출력은 90 마력 가량 늘었다. 리터 당 마력은 112. 성능을 가장 잘 나타내는 지표인 톤 당 마력비는 333으로 경쟁차종인 람보르기니 가야르도의 324를 앞지른다. 최고속도는 시속 310 킬로미터.

여기에 360모데나와 마찬가지로 알루미늄을 사용한 경량 차체로 가속성능을 더욱 높였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정지가속은 4.1초로 엔쵸의 3.7초에 약간 뒤진다.

F430 스파이더 엔진은 크랭크 샤프트 속도가 낮은 상태에서도 확고하게 힘을 발휘할 수 있어 2000 rpm 이하의 저출력에서도 충분한 가속을 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

최대 출력인 490마력의 80%에 이르는 힘을 약 3,500rpm의 저출력에서 도달할 수 있기 때문에 출발선에서 총알처럼 튀어나가는 데 전혀 힘이 들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F430은 특히 양산용 자동차로는 최초로 F1 그랑프리 경주용 자동차에 적용된 기술 2가지를 적용해 주행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E-Diff`라는 전자식 디퍼렌셜(차동장치)은 페달을 밟는 정도와 바퀴의 미끄러짐, 구동바퀴의 무게배분 등을 모니터링해 주행중에 최적의 안정성 유지하도록 해준다. `마네티노’(manettino)라고 불리는 스티어링 휠 스위치는 상황에 맞게 스포츠와 윈터, 레이스 등의 5가지 모드로 주행성능을 바꿀 수 있다.

여기에 6단 자동화 수동변속기를 장착했으며 제동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인 카본-세라믹 브레이크 디스크는 옵션으로 제공된다. 차량 내부는 수작업으로 일일이 바느질을 한 이탈리아제 가죽 시트와 탄소섬유로 된 계기반, 경량 합금 장치 등으로 호화롭게 꾸며졌다. 물론 단점도 없지는 않다. 고성능에 따르는 당연한 희생이겠지만 우선 기름을 많이 먹는다. 또 시동을 끈 상태로는 글로브 박스를 열 수 없고 후면 시야가 제한돼 좁은 장소에서 후진 주차를 하기가 어렵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미국 시판 가격은 20만 달러가 좀 넘는다.



<주요 제원>

전장 - 4512mm

전폭 - 1920mm

전고 - 1214mm

공차중량 - 1520kg

승차정원 - 2명

구동방식 - 후륜구동

최고속도 - 310 km/h

정지가속 - 4.1초

배기량 - 4308cc

최대출력 - 490/8500 hp/rpm

최대토크 - 343/5250 lb/ft

연비 - 7 k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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