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부자동네 / ② 미국◆
뉴욕 인근에는 세계적인 부촌이 즐비하다.
그 중 하나로 뉴욕 롱아일랜드의 햄 튼을 들 수 있다.
대서양과 접하는 롱아일랜드 끝부분에 자리잡고 있는데 세계 적인 명사들의 여름 별장이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얼마 전 우연한 기회에 사우스햄튼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굳이 일반인들의 도로 진입을 막지는 않았지만 길가에 사람을 찾아볼 수 없었다.
초대받은 집으 로 들어가는 도로 양옆에는 수에이커씩 되는 별장들이 늘어서 있었다.
물론 집 안을 들여다 볼 수도 없었다.
최소한 5m는 넘을 것으로 보이는 멋진 나무들이 담장 구실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뜻언뜻 나무 사이로 보이는 건물과 정원은 잘 손질돼 있었고 특히 건 물들은 저마다 독특한 예술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어느 집은 초현대식 분위기를 연출했고, 또 다른 집은 중세 성과 같은 분위기 였다.
초대받아 간 집 역시 규모가 엄청났다.
특히 해변을 끼고 있어 이른바 ' 프라이빗 비치'를 소유하고 있었다.
미국에서 해변가 바로 앞의 집은 인근에 비해 가격이 2~3배인 것이 보통이다.
집사인 듯한 사람은 "사진을 찍지 말아달라"고 정중하게 요청했다.
외부 세계 에 '그들만의 리그'가 공개되는 것을 꺼리는 것이 역력했다.
뉴저지주 알파인 역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부촌이다.
유명 영화배우나 스포츠 스타들이 많이 사는 곳이다.
기자가 살고 있는 곳에서 15분 정도면 갈 수 있는 곳이지만 2년 이상 살면서도 들어가 본 것은 딱 두 번뿐이다.
아무 일 없이 배회하거나 기웃거리면 어디서 숨어 있다 나오는지 경찰들의 제재를 받기 일쑤다.
2에이커의 저택을 소유하고 있는 동포 H씨 집에 초대받아 갔는데 최소한 연봉 100만달러는 넘어야 유지할 수 있는 집이었다.
하지만 H씨는 "우리집은 이 동 네에서는 판자촌에 불과하다"며 "주변의 진짜 부자들의 집은 상상을 초월한다" 며 웃었다.
결국 부자동네의 가장 큰 특징은 외부 사람들과 철저히 격리된다는 것이다.
뉴 저지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서니 안 씨는 "일반 사람들이 상상을 할 수는 있 지만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부러움도 느끼지 않는 것 같다"며 "오히려 인근 에 그런 부자동네가 있는 것을 자랑스러워한다"고 전했다.
부의 축적에 대해 존경과 경의를 표하는 미국 사회의 특징이 부자와 일반 사람 들간 갈등의 골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투기 등 사회문제도 거의 발생하지 않 는다.
미국의 지역 언론에는 가끔 유명인이 어느 지역에 집을 샀다거나 또는 살던 집 을 매물로 내놓았다는 가십 기사가 실린다.
매매가 이루어지는 자체가 매우 드 문 현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래가 성사돼도 최소 1000만달러 이상이기 때 문에 일반인들은 먼 나라 이야기 정도로 간주한다.
시민들에게 사랑을 받는 것도 부촌의 특징이다.
LA 인근 베벌리힐스는 필수 관 광코스다.
동네 초입부터 예술품과도 같은 집들이 저마다 자태를 자랑하며 관 광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
"저 집은 영화배우 누가 살던 곳, 이 집은 누가 누구랑 살다가 이혼한 뒤 대신 누가 들어와 사는 곳" 등 가이드 설명을 듣는 것도 큰 재미다.
LA에서 꽃가게를 하는 기자의 친구는 하루에도 여러 번씩 베벌리힐스를 방문하 는 행운(?)의 사나이다.
보통 한 집에서 주문하는 꽃의 양이 엄청나기 때문에 배달하게 되면 집안을 구경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부자들이 제대로 세금을 내고 사는 것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손성원 LA 한미 은행장은 "LA로 이주한 후 살 집을 찾고 있는데 주택 가격이 400만달러 정도 하면 연간 5만달러 이상 세금을 내야 한다"며 "부자들에게 사회적으로 납득할 만한 세금을 걷기 때문에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집을 거저 주더라도 세금부담 때문에 망설일 것"이라며 웃었다.
부자들의 사회적 기여는 상상을 초월한다.
미국 사회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개 처럼 벌어 정승같이 쓴다'는 한국 속담이 딱 들어맞는 곳이다.
하지만 번 돈을 쓰는 데는 놀랍도록 관대하다.
연간 수백만 달러에서 수천만 달러 이상씩을 기부하는 부자들도 상당수다.
오래전 아이오와주 드모인시에 폭우로 수천 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적이 있었다 . 당시 이들에게 가구당 수천 달러씩을 익명으로 기부한 '천사의 손길'이 있었 다.
언론 추적으로 재벌의 부인임이 밝혀졌지만 '사회적 약자를 도우려는 부자 들의 심성'으로 오랫동안 회자되는 일화다.
[기획취재팀 = 최경선 차장(팀장) / 뉴욕 = 전병준 특파원 / 도쿄 = 김대영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