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외할머니께서 이사를 하신다고 해서 강원도 화천에 다녀왔다.
올해 여든일곱이신 할머니는 늘상 조용한 시골에서 지내고 싶다는 말을 하셨다.
작년에는 공주쪽에 집을 장만하긴 했는데.. 너무 멀고 연고도 없는 관계로 이사를 하지 못했다. 결국 그 공주 집은 애물단지가 되어버렸구...
이번엔 춘천에 계신 외삼촌께서 화천에 집을 장만해서 외할머니를 모시게 되었다.
춘천에서 30분 정도 거리라 수시로 찾아뵐 수 있을 것 같아 이번 주말에 이사를 하게 된 것이다.
서울에서 출발해 화천까지 4시간 정도가 걸렸는데..
가시는 동안 내내 언제 도착하는지 물으시는 모습이... 왠진 너무 멀리 떨어지는 것에 대한 불안감인 것 같아 안쓰러웠다.
늘 너무 오래 살아 미안하다는 말을 달고 사시는 할머니..
작년에 큰 외삼촌이 돌아가신 이후로 더 그 말씀을 많이 하시는 것 같다.
전쟁통에 외할아버지와 사별하시고 반백년을 홀로 사신 할머니..
아들까지 앞서 보낸 그 심정을 모르는바 아니지만.. 그래도 아직 정정하신데... 늘 어서 저세상 가야 하는데.. 하는 말씀을 달고 사신다.
이사를 하면서... 오래전에 이미 마련해둔 수의 보따리를 방에 가장 먼저 들여놓으면서 묘한 생각이 들었다.
이사짐을 나르면서도 순서가 있다고 어머니께서 말씀하셔서 그렇게 하긴 했지만.. 휑한 방 가운데 수의 보따리를 덜렁 놓고 나오자니 웬지 찹찹한 기분이었다.
평균 수명 76세를 기준으로 보면 장수하신 편이지만, 100세 이상 사신다고 그것이 무슨 자식들에게 부담이 된다고...
그나마 새로 이사하신 곳이 앞이 탁 트인 전망 좋은 곳이라 그나마 흡족해하시는 것 같긴 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사시던 곳과 멀리 떨어진 불안감을 다 가릴만큼은 아니지 않을까..
오늘밤 그 넓은 공간에서 혼자 계실 할머니는 무슨 생각을 하시며 잠자리에 드셨을까...
기름보일러에 기름까지 꽉꽉 채워드리고 돌아왔지만.. 문득 할머니가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