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적에 우표 수집 한번 해보지 않았던 사람들이 있을까.

80년대에 우표 수집은 나름대로 고상한 취미의 하나였다.

사실 지금은 별로지만, 당시에는 새 우표가 발매되는 날에는 우체국 앞에 길게 줄을 거시도 했다.

특히 시트나 전지를 사서 우표책에 모으는 재미가 솔솔했었는데..

어찌보면 우표 수집만큼 저렴한 비용으로 수집의 즐거움을 알려주는 것도 드물 것이다.

아.. 그러고 보니 예전에 모았던 우표책은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구나..

그 때의 취미가 아직도 남아, 현재는

향수 미니어쳐, 열쇠고리 등을 모으는 재미를 즐기며 살아가고 있다.

오늘 '까세'라는 또다른 수집의 재미가 있는 것을 알고 보니 수집가들의 집념과 욕망은 끝이 없나보다..

화가들이 직접 그림 그린 고품격 편지봉투

손바닥만한 봉투 위에 그려진 장욱진 등 유명화가들의 앙증맞은 그림

미디어다음 / 고양의 프리랜서 기자

한 점이면 모르되, 수십 점의 그림을 제대로 감상하고 보관하려면 작지 않은 공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캔버스 대신 봉투에 그린 그림이라면 어떨까? 보관도 쉽고, 생각날 때마다 꺼내보기도 수월할 것이다. 손바닥만한 봉투 위에 펼쳐진 앙증맞은 그림들, ‘까세(cachet)’의 향연을 감상해보자. ‘고바우 영감’ 김성환 화백이 수집한 까세들은 장욱진, 김기창, 천경자, 김창열, 이만익, 황창배 등 유명 예술가의 그림을 담아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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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구
한 폭의 명상화처럼 고요한 그림이 청초한 꽃그림 우표와 어우러져 더욱 돋보인다.
김덕용
한운성
강경구

‘까세(cachet)’. 이름만 들어서는 무엇인지 종잡을 수 없지만, 이는 우표수집가들의 수집 품목 중 하나인 ‘초일봉피’에 그려진 봉투 그림을 말한다.

초일봉피란 새 우표가 발행되는 날에 맞춰 봉투에 우표를 붙이고 그 날짜 소인을 찍은 것이다. 이런 봉투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우표에 그려진 그림과 관련이 있는 그림을 그려 넣음으로써 평범한 초일봉피는 비로소 ‘까세’가 된다.

김성환 화백이 최근 출간한 ‘나의 육필 까세집’(인디북)에서는 이처럼 평소 보기 드문 까세 111점과 더불어, 각각의 그림 주인과 얽힌 감칠맛 나는 뒷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한때 국방부 미술대 종군화가단에 몸담았던 김성환 화백은 당시 친분을 맺게 된 화가들과의 인연을 기념하기 위해 1960년대 초부터 까세를 수집해왔다.

아무리 친분 있는 화가라도 다짜고짜 “그림 한 점만 그려주십시오” 이렇게 부탁해온다면, 누구든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손바닥만한 빈 봉투를 내밀면서 “여기 그려주시면 됩니다”라고 한다면, 부담도 줄어들기 마련. 거기에다 손수 그린 고바우 원화에 낙관까지 찍어 건네며 그림을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까세를 모았다.

김기창, 박고석, 김상옥, 문신, 중광, 남관, 곽훈, 심죽자, 황주리, 전뢰진 등 각계 예술가들부터 이승만 전 대통령 부인 프란체스카 여사에 이르기까지, 김 화백에게 까세를 건넨 저명인사들의 쟁쟁한 이름만 봐도 이 수집의 과정이 얼마나 지난했을지 짐작이 간다.

격의 없이 그린 봉투그림 ‘까세’를 감상하면서, 미술관에 걸린 거창한 그림들에서는 접할 수 없는 화가들의 소탈한 면모를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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