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다음 기사에 이런게 나왔네요.. 양평 등지에 많은 펜션 같기도 하지만.

너무 좋네요.. 개인적으로는 간이 이층 옥탑방이 너무 좋아요..

구경들 하세요.. 정서순화에 도움이... ㅎㅎㅎ

‘외국인도 반했다’ 전통한옥 계승한 집들


지리산 기슭서 우리 전통 힘겹게 이어가는 생태건축물을 만나다

미디어다음 / 임미려 통신원

경상남도 산청 일대 지리산. 산자락 끝을 따라 시선을 훑어 내려오다 보면 멋스럽게 지어진 펜션 같은 집들이 듬성듬성 보인다. 집 벽은 통나무로 휘감겨 있는데 기와 비슷한 지붕이 얹혀 있다.

양옥일까, 한옥일까. 보는 사람은 한참 헷갈리고 만다. 하지만 현관을 열고 한 발짝 들어서면 집의 정체를 이내 알게 된다. 개량한복이 있듯이 개량한옥이랄까. 그 흔한 철못 하나 박지 않고 우리 전통건축의 지혜와 묘미를 살린 집이다. 이는 경복궁 등과 같은 전형적인 형태의 전통건축물에만 집착하지 않고 전통건축의 장점들을 최대한 현대적으로 소화하려는 한 고집스런 도편수가 이뤄낸 결실이기도 하다.

집이란 사람들이 하루를 시작하고 마감하는 삶의 보금자리와도 같은 곳. 하지만 요즘 집은 ‘환경의 역습’이라고 불릴만큼 오히려 사람들을 공격하고 있다. 시멘트와 합판으로 지어진 집은 포름알데히드를 비롯한 각종 화학유기물질을 내뿜는다.

초등학생 4명당 1명이 걸리는 아토피 피부염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이처럼 집에서 나오는 독성물질 때문이라는 연구결과까지 나왔다. ‘사람을 위한 집’이라는 취지는 실종됐다.

그렇다면 건강을 되살릴만큼 사람이 살기에 ‘좋은 집’은 과연 없는 것일까. 아니다. 바로 여기, 전통건축의 계승물이 있다. 전통의 지혜와 현대적 감각이 만난 ‘좋은 집’의 모델을 지리산 기슭에서 찾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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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도 반했다
경남 산청군 시천 내대리에 있는 집. 이 집에는 독일인 부부가 살고 있다. 겉에서 보면 전통한옥 구조라는 것을 느끼기 힘들 정도. 하지만 철저하게 우리 전통을 따라 지은 목조주택이다. [사진 제공=녹색연합]
외국인도 반했다
개량한옥
파격적인 조화

현대인들은 좌식생활보다 입식생활에 더 익숙하다. 또 빠르고 편한 것을 원하기에 화장실과 부엌이 따로 달린 전통건축은 현대인들에게 많은 불편을 준다. 아무래도 현대인들이 옛 모습 그대로인 전통건축물에서 산다는 것은 무리인 듯하다.

지리산 산줄기가 이어져 내려오는 경남 산청군 시천면 반천리에 살고 있는 도편수 박충수(48) 씨. 그는 10년 넘는 시간 동안 줄곧 이 같은 전통건축의 약점들을 하나하나 장점으로 승화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도편수는 전통 건축을 만드는 목수 중 우두머리를 뜻하는 말. 그는 지리산에 들어와 살기 시작할 무렵 정해진 틀에서 더는 발전하지 않은 한옥건축을 되살리기 위해 현대건축과 전통건축을 결합시켜 보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철못 하나 박지 않고 쌓아 올린 집
“우리 전통건축물만큼 견고한 집은 없어요”


사계절이 뚜렷해 계절별 기온차가 크고 여름에 습도가 높은 우리나라 풍토에서 건물을 올리기 전에 돌을 쌓는 기단작업은 필수적이다. 기단과 주춧돌 위에 집에 세우는 전통건축은 땅에서 올라오는 습기를 차단하고 쾌적한 여건을 보장한다.

수천 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자연 환경에 대한 우리 조상들의 슬기가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반면 서양에서 들어온 양식대로 지은 건축물은 이런 점이 고려되지 않아 집의 수명이 비교적 짧고, 자연재해에 견디는 힘도 우리 전통건축물에 비해 부족하다.

박 씨가 짓는 집은 규격대로 만들어진 자재들만 쓰는 서양식 목조건축물과 달리 유난히 손이 많이 간다. 예컨대 박 씨는 목재들을 잇기 위해 철못 하나 박지 않는다. 오로지 나무의 홈을 일일이 짜 맞추는 것으로 집의 구조를 만들어 낸다. 뒤틀림 없이 맞물린 목재들은 힘을 나누어 받으면서 집을 지탱한다.

박 씨가 집을 지을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세 가지다. 첫째 견고하게 짓기, 둘째 편리하게 짓기, 셋째 아름답게 짓기. 박 씨는 이 세 가지 중 아름다움은 집이 사람을 위해 존재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고 말한다.

그가 지은 집은 곳곳에서 전통건축의 지혜를 느끼게 한다. 박 씨는 기둥을 세울 때 나무를 자란 방향 그대로 세워준다. 이렇게 하면 나무의 밑동이 지표면의 수분을 빨아들이기 때문에 습기가 집 안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박 씨는 또 집의 천장을 높게 만든다. 이는 집에서 사는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기 위한 것. 이 때문에 박 씨가 지은 집에 사는 이들은 마음도 넓어지고, 성격도 더 온화해질 법하다.

그는 아울러 집을 지을 때마다 군불을 때는 구들방도 꼭 하나씩 만든다. 전기가 끊기고, 기름이 떨어지는 등 만일의 사태가 일어나도 이를 이겨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버팀목이다.

수십 년만 버텨도 되는 서양식 주택과 달리 몇 백 년을 끄떡없이 견뎌야 하는 우리 전통가옥에는 이 같은 대책이 꼭 필요하다. 실제로 구들방은 하루에 장작 몇 개만 땔감으로 넣어 놓으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방 바닥이 뜨끈하다. 겨울에도 따로 보일러를 돌릴 필요가 없을 정도다.

집 짓기의 철학 3가지: 견고함·편리함·아름다움
“살기 좋은 집에 사니 경사가 끊이지 않아요”


이처럼 전통의 지혜에 박 씨의 오랜 건축에 대한 신념을 녹여 지은 집들. 박 씨는 그런 집들 중 한 집의 주인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그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하다. 그리고 그 웃음 뒤로 병풍처럼 펼쳐진 지리산의 풍광도 한결 더 아름답다.

“이런 절경을 바라보며 지인들과 차를 마시는 즐거움을 우리 집에서 얻을 수 있다니 신선도 부럽지 않습니다.” 진주에서 살다가 5년 전 박 씨가 지은 집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 한 이웃주민의 말이다.

그는 이어 “이 집에 이사 온 뒤로 경사가 끊이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물론 조상의 묏자리를 잘 쓰듯이 집터를 잘 잡아서 운이 좋아졌다는 뜻은 아니다. 살기 좋은 집에서,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즐거움에 묻혀 사니 절로 일이 잘 풀린다는 얘기.

박 씨의 집에서 산 이후로 도시생활에서는 생각할 수 없었던 여러 가지 호사들을 누리고 있다고 말하는 이 이웃주민. 그에게는 모든 이들이 친구요, 소중한 사람들이란다.

그의 집 안마당에는 작은 텃밭과 동백나무를 비롯한 수많은 나무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기도 했다. 이 밖에도 단순하지만 소박한 아름다움이 집 안 곳곳에 꼭꼭 숨겨져 있었다.

우리 근대건축에는 전통이 없다. 어느 순간부터 조상들의 살아 숨 쉬는 지혜는 빠름과 편리함에 밀려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 자리에 한 집 걸러 한 집 다닥다닥 들어선 도시의 건축물들은 자연의 이치에 역행하는 것이었다.

한 사람에게 필요한 공간마저 제대로 확보하지 않은 도시의 건축물들은 스스로 콘크리트 숲이 됐다. 도시의 사람들은 위아래로 들어찬 콘크리트 사이에서 숨이 막혔다. 자연의 섭리를 무시한 이런 도시계획 아래 자연마저 고유의 정화능력을 잃었다.

이런 탓에 사실상 도시에 제대로 된 좋은 집을 짓는다는 것은 무척 어렵다. 제한된 주거 공간 속에서 100% 그 능력을 발휘하는 집을 짓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 박 씨의 생각이다.

박 씨가 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도시에 나가 집을 지으려고 하지 않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는 “꽉 막힌 도시 안에 좋은 집을 만든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자연의 이치에 역행하는 도시의 ‘콘크리트 숲’
전통건축 현대화 막는 장애물들…“머리 맞대고 고민해야”


현대화한 전통건축물을 사람들에게 보급하는 일도 쉽지는 않다. 우선 이미 서양식 주거환경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이 우리 전통을 살린 건축물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이 문제다.

예를 들어 습기조절을 위해 황토를 쓰면 사람들은 왜 황토가 시멘트만큼 단단하지 않느냐고 불만을 터뜨리곤 한다. 황토가 물론 시멘트에 비해 잘 긁히기는 하지만, 다른 장점이 많고 보수도 어렵지 않은데도 말이다.

또 공사에 따라 건축비가 들쑥날쑥하게 나온다는 것도 문제다. 목재부터 벽을 만들 때 쓰는 황토까지, 어느 것 하나 규격화돼 있는 자재가 없기 때문이다.

집을 지을 때마다 점성이 다른 황토를 쓰고, 재질이 다른 나무를 써야만 한다. 따라서 공사비가 매번 큰 편차를 보일 수밖에 없다. 많은 사람들이 전통건축의 장점이 살아있는 집을 얻기 힘든 장애물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집터가 좋지 않으면 집 구조로 그것을 보완시키는 것이 전통건축의 해법. 박 씨는 이처럼 줄줄이 놓인 현안을 하나씩 해결하며 묵묵히 우리 전통건축을 현대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90평 정도의 토지가 필요한 25평 한옥을 지을 때 박 씨는 지붕의 길이를 줄여 필요한 토지의 넓이를 줄인다. 지붕을 짧게 만든 탓에 집 안으로 들어오는 자연광을 잘 막지는 못하지만 그런대로 전통건축의 멋을 지닌 집을 지을 수 있다.

박 씨는 “전통건축을 현대화하는 일을 하고 있는 도편수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건축에 대해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자리가 흔치 않은 것도 고쳐야 할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제각기 자신만의 우물에 갇혀 있는 전통건축이 현대인들의 집으로서 가치를 지니기 위해서는 서로 지혜를 나눠야 한다는 것. 박 씨는 “우리 전통건축을 재탄생시키기 위해서는 이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의 이런 노력이 끊어질 듯 이어져 내려오는 전통건축을 튼튼하게 되살릴 수 있을까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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