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클리오 > 조금씩 아껴읽고픈 '맛'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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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로알드 달 지음, 정영목 옮김 / 강 / 200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알라딘의 한 좋은 지인에게서 이 책을 선물받았다. 사실 나는 요즘에 살 책이 엄청나게 많아 소설을 잘 사지 않는다. 그럼에도 알라딘에서 재밌다는 서평이 자자하기에 이 책을 꼭 읽어보고 싶어하던 중이었는데, 그 좋은 분이 내 마음을 눈치채셨었나보다. 읽으면서, 역시나 알라딘에서의 서평은 과장이 없구나.. 하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꼈다. 사람들이 열광하는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다른 분들도 비슷한 말을 많이 쓰셨던데, 읽으면서 내내 오헨리의 단편집을 떠올렸다. 그러나 호흡이 짧아서 조금은 아쉬웠던 그 책에 비해 로알드 달의 이 글은 단편이라도 하나도 아쉽지 않을만큼 만족스러웠다. 그래서 다 끝나가는 것이 아쉬워서 조금씩조금씩 아껴읽고 싶은 기분이었달까. 이런 소설을 읽은 것은 정말 오랜만이다. 인간이 작은 꾀에 자기가 넘어가고, 유쾌하고, 때로는 뭔가 숙연해지고, 대범한 일도 때로는 아무렇지 않고, 복수도 이루어지고... 소설에 등장할 수 있는 많은 유쾌함과 비틀림이 이 한편에 모두 들어있었다. 무엇보다 재미있고 탁월한 글솜씨는 사람을 홀딱 빠져들게 한다.
로알드 달의 작품을 처음 접하는 줄 알았는데, 맨 마지막에 있는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어린 양'은 이전에 여성소설 모음집에 들어있는 것을 읽어본 적이 있다. 그때 제목이 '맛있는 무기(?)'였던가였는데... 여성 SF 소설인가 하는 그 책도 재미있었는데, 다시 읽고 리뷰를 써봐야겠다. 영화는 좀 다르지만, 나는 책은 이렇게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천천히 읽어가게 만드는 소설을 참 좋아하는 것 같다. 정말 설레고 흥미진진한 소설집이었고, 책장을 덮은 지금은 무척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