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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ing is ... War - 피말리는 마케팅 전쟁 이야기, '실패에서 배운다' 시리즈 마케팅편 1
로버트 F. 하틀리 지음, 송희령 외 옮김 / 아인북스 / 2004년 6월
평점 :
품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인 최순화씨의 서평인데..
이 이상 더 잘 쓸 자신이 없어 이 글로 올립니다.
어디서 다운받아놨었는지는 잘 모르겠구요.. 아무튼 최순화씨가 쓰신 글인 것 만큼은 확실합니다.
코카콜라와 펩시콜라, 할리 데이비슨과 혼다, 나이키와 리복, 보잉과 에어버스. 한눈에 봐도 알 수 있듯이 세기의 라이벌 기업들이다. 이들의 밀고 당기는 치열한 경쟁 스토리는 오늘날 많은 경영자들이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데 판단의 기준을 제시해 주고 있다. 환경의 변화와 함께 경영 방식과 경쟁의 논리도 변화하고, 기업간 마케팅 전쟁은 더욱 다각화되고 있다. 『피말리는 마케팅 전쟁 이야기』는 과거는 물론 지금 이 순간에도 진행중인 글로벌 기업들간의 마케팅 전쟁을 생생하게 설명하고 그 원인을 분석하며 시사점과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1976년 이후 지금까지 9판에 걸쳐 출간된 이 책은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굴지의 기업들이 펼쳐 온 마케팅 경쟁 스토리를 담고 있다. 이 책의 저자이자 클리블랜드 주립대학의 명예교수인 로버트 F. 하틀리는 매회 새로운 출간을 준비하면서 새로운 마케팅 성공·실패에 사례를 추가하고 또 기존 사례를 수정하며 30년에 걸친 세월 속에서 벌어진 대형기업들의 흥망성쇠를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독자들로 하여금 사례를 통해 실패와 성공의 원인을 비교, 평가, 분석해 보고 위기의 순간에 실패의 확률을 줄이고 성공의 확률을 높이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기를 원한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경영학도는 물론 기업을 이끄는 경영진 모두에게 필독서로 인식되고 있다.
‘마케팅 전쟁’이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다양한 기업들이 겪은 다양한 종류의 성공과 실패 사례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강력한 경쟁업체간의 공격과 반격, 엄청난 위기에서 빠져 나온 화려한 부활,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의 위기관리 실패, 역사상 가장 큰 마케팅 실패 및 성공 사례를 비롯하여 비윤리적 경영으로 인한 위기 사례를 여섯개의 파트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다. 상품, 유통, 가격 등 마케팅의 특정 요인과 관련된 사례를 선택적으로 보고자 하는 독자는 전체 사례를 저자가 테마별로 구분해 놓은 표를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마케팅 전쟁 : 라이벌 기업들의 끝없는 경쟁
첫번째 사례 파트는 코카콜라와 펩시, 델과 게이트웨이 등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대형 경쟁업체들 간의 치열한 라이벌 싸움을 담고 있다. 저자는 밀고 당기는 양사 간의 경쟁에 대해 객관적인 시각으로 문제점과 실패 요인을 분석하며 대안을 제시해 보기도 한다.
80년대 중반 수백만 달러의 비용을 들인 허점투성이 시장조사로, 99년간 지켜온 ‘맛공식’을 바꾼 코카콜라는 신제품 뉴코크 론칭에 실패했을 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거센 항의로 전통적 가치가 흔들리는 등 마케팅 역사상 최고의 실패를 저질렀다. 이는 코카 브랜드의 상징적 가치의 영향과 소비자들의 군중심리, 매스컴의 위력을 예측하지 못한 대가였다. 특정 브랜드와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심리적 애착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함부로 전통에 손대거나 망가지지 않은 것을 고치려 하지 말라는 교훈을 남긴 사례다.
전쟁은 일방적이지 않다. 펩시 역시 중대한 실수로 유리한 고지를 탈환 당한 적이 있다. 펩시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콜라 사업의 최대 경쟁력이라 할 수 있는 각 지역 보틀러 업체 및 유통업체들과의 긴밀한 관계 형성에 실패했다. 상대적으로 작은 시장의 파트너를 무시하고 해외의 주요 거래선들이 경쟁사인 코카콜라와 손을 잡게 되면서 남미와 유럽은 물론 러시아, 동남아, 동유럽 국가에서 외면당하게 되었다. 그 결과 펩시는 미국 시장이 전체 수익의 80%를 차지하는 반면 코카의 경우 수익의 80%가 해외에서 발생한다. 바이어-셀러 관계 구축에 실패함에 따라 국제시장에서 코카콜라의 장벽을 넘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후 90년대 후반 벌어진 유럽시장에서의 코카콜라 식중독 사건과 펩시가 코카의 반독과점법 위반행위에 대한 반격 등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두 라이벌 기업의 경쟁은 계속되고 있다.
위대한 컴백 : 정상의 자리를 되찾는다
기업 경쟁에 있어 사람들이 가장 흥미진진하게 여기는 것은 오랜 기간 독점 상태를 유지하던 기업이 예상치 못한 경쟁자로 인해 힘없이 무너진 후, 최악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1위 자리를 다시 차지하는 스토리일 것이다. 저자는 오늘날 최고의 성공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는 할리 데이비슨을 일본기업 혼다에 밀려나 20년만에 제자리를 찾은 ‘돌아온 장고’로 소개하고 있다. 독점상태를 유지하던 할리는 자기만족에 빠져 혼다와의 대결에서 5년만에 시장점유율이 5%로 떨어지는 참패를 경험했다. 할리의 부활은 컨티넨털항공이나 IBM이 비교적 단기간 구사일생으로 위기를 극복한 혁신적인 사례와 달리 점진적으로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특별한 교훈을 준다.
할리 데이비슨의 사례는 강력한 브랜드 구축을 꿈꾸는 경영자에게 가장 모범적인 사례일 것이다. 제일 먼저 할리는 경쟁사 혼다의 경영방식을 학습했다. 일본식 경영의 이점을 학습한 후 생산성과 품질, 고객 서비스를 향상하여 불량률을 최대한 극복할 수 있도록 기본과 내실에 충실한 기업으로 변모했다. 여기에 활발한 라이센스 사업으로 검은 가죽재킷의 폭주족들이 떠오르는 대형 오토바이 고객층에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전문직 종사자 그룹인 러비족(Rubbies; Rich Urban Bikers)을 새로운 할리 애호가층으로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 결정적인 요소가 되었다.
마침내 할리는 2002년 포브스 ‘올해의 기업’으로 선정된다. 할리의 사례를 통해 저자는 기본에 충실한다면 위기는 얼마든지 극복될 수 있으며 확실한 충성 고객층을 바탕으로 한 브랜드 우상화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설명하고 있다.
마케팅 실패 : 소극적 실수와 적극적 실수
실패 사례 분석에서는 환경의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거나 충분히 신중하지 못한 결정으로 빚어진 위기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경영의 실패를 현재에 안주하다 곤경에 빠진 소극적 실수와 무분별한 기업확장과 같은 작위적이고 적극적 실수로 구분했다. 햄버거 시장의 성장이 멈추면서 비극적인 상황에 빠지게 된 맥도날드의 사례가 소극적 실수를 보여준다면, 지나치게 공격적인 팽창주의 전략으로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유로 디즈니 사례는 적극적 실수의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55년부터 시작된 맥도날드 프랜차이즈 사업은 4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다 90년대 중반 이후 난항을 겪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의 패스트푸드 외면, 버거킹 등 새로운 경쟁업체의 선전, 메뉴개발의 실패, 광우병 파동 등 이유는 여러 가지다. 그러나 맥도날드 사례에서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한 기업의 성공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던 요인이 환경이 변한다거나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면 실패의 주요요인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점포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시장잠식이 일어나 본사와 가맹점주의 관계는 악화되고, 맥도날드의 최대 장점이자 유산인 청결도, 신속한 서비스, 음식 품질의 표준화 관리도구는 본사의 비효율적이고 지나친 감시로 보여졌다. 양적 팽창과 획일적 관리가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것이다. 앞으로 맥도날드가 과거의 황금기를 다시 찾을 수 있을지에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지나친 통제와 극적인 수단은 어떤 상황에서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월트 디즈니의 유럽시장 진입 실패는 과거 성공으로 인한 자만심으로 새로운 시장의 문화적 차이를 무시한 대표적 실패 사례이기도 하다. 미국, 일본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디즈니는 장밋빛 꿈을 안고 최대 규모의 초호화 시설의 유로 디즈니를 92년 개장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첫해부터 10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하며 미래가 불투명하게 되는 운명에 처한다. 유럽 시장의 경기 침체와 미국인과 다른 유럽인들의 문화생활을 고려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방문객은 많지만 유럽인들은 검소한 생활을 하므로 호화 호텔에 숙박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최소한의 경비만 쓰고 고가 상품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것이다. 우월감에 빠진 디즈니 간부들의 거만한 태도, 초대형 투자로 인한 높은 부채부담, 지나친 초기 고가전략 등 저자는 디즈니의 실수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마케팅 성공사례 : 패러다임을 바꾼 기업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성공사례보다는 실패사례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진다. 아무래도 위기에 처한 기업들의 대처과정을 보는 실패사례가 더 현장감 있는 해결책을 제시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똑같은 환경적 요인과 전략적 요소를 지니더라도 모든 기업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고유의 DNA와 시기적절한 결정과 실행 과정이 있었야만 기회를 성공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 저자는 사우스웨스트 항공과 월마트 등 수많은 경쟁자들이 차마 생각하지 못했거나 쉽게 모방할 수 없는 경쟁력으로 경영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는 성공기업의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미국의 할인 유통업체 월마트는 마케팅은 물론 전반적 기업경영의 성공모델로 인정되고 있다. 저자는 월마트의 멈추지 않는 성장에 대한 원인을 창업자의 인간중시 철학을 기반으로 한 직원간의 가족적인 분위기, 제조업체와의 직거래를 통한 가격 경쟁력, 최첨단 물류 시스템 등에서 찾는다. 이를 바탕으로 월마트는 EDLP(Everyday Low Price)라는 가격정책을 현실화하고 밀려오는 외제품의 시장잠식에 대응하여 ‘미제 구입 캠페인’을 벌리는 등 미국 소비자들에게 이성, 감성적으로 어필하고 있다.
그러나 마케팅, 물류, 조직문화 등 각 기능에 있어 모범이 되고 있는 월마트이지만 한편으로는 많은 질타를 받고 있기도 하다. 거대 유통업체가 저가 정책을 일상화하기 위해서는 공급업체의 희생이 필요했고, 지역 소형 소매업체들의 파산이 따를 수 밖에 없었다. 사회공헌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지만, 최근 성차별 파문으로 곤혹을 치루기도 했다. 가치사슬 상의 파워를 제조업체에서 유통업체로 넘어가게 한 장본인이기도 한 월마트가 앞으로도 성공의 질주를 지속시킬 수 있을지는 조직원, 공급업체, 사회와의 공생을 전제로 그동안 쌓아온 경쟁력을 얼마나 잘 발휘할 수 있을지에 달려있다.
끝없는 전쟁
30년 가까운 긴 시간 동안 9판까지 출간되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치를 보여 준다. 중간 중간의 인포메이션 박스를 통해 사례에서 소개된 개념을 일반적인 경영 전략에 비추어 설명함으로써 교과서로 사용하기도 매우 적합하다. 실패 기업의 사례에서는 실패를 피하는 방법은 물론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었던 성공요인도 함께 보아야 하고, 성공기업의 사례로부터 성공의 요인은 물론 성공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방안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오늘도 기업간의 피말리는 마케팅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10판에서 또 어떤 성공과 실패 사례가 추가될지 기대가 된다. 또 언젠가 한국기업의 성공 사례가 곁들여지는 날을 기다려 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