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media.daum.net/economic/industry/view.html?cateid=1038&newsid=20080506074008310&cp=mk&RIGHT_TOPIC=R3
◆지식의 대통합 / ③ 지식도 아웃소싱하라◆
1986년부터 8년 연속 적자에 허덕이던
푸마. 급기야 1993년 파산 직전까지 내몰린다. 당시 푸마가 선택한 카드는 30세의 젊은 최고경영자(CEO) 요헨 자이츠(Jochen Zeitz). 그가 취임하던 1993년 회사는 3690만유로 적자상태였다. 게다가 나이키, 아디다스,
리복의 명성에 눌려 있었고 투자할 돈도 없었다.
그런데 취임 1년인 1994년 푸마는 흑자기업으로 돌아섰고, 이후 지속적으로 이익을 내고 있다. 지난해에는 2억6900만유로 순이익을 내는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로 성장했다.
푸마에 어떤 일이 일어난 걸까.
자이츠는 스포츠 용품에 가장 필요한 지식이 무엇인가를 고민했다.
그가 찾아낸 지식은 '스포츠 용품의 패션 브랜드화'였다. 하지만 내부 지식으로 보통의 스포츠 용품을 패션상품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한계가 있음을 깨달았다.
외부 지식에 눈을 돌린 자이츠는 21세의 스케이트 보더인 안토니오 베르토네(Antonio Bertone)를 '스포츠 라이프스타일'이라는 새로운 사업부서의 책임자로 임명한다. 패션지향적인 새로운 사고와 지식을 회사 안에 불어넣기 위한 시도였다. 곧이어 1998년 푸마의 베르토네팀은 외부지식을 본격적으로 활용하는 데 눈을 돌린다. 독일의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질 샌더(Jil Sander)와 협업(Collaboration)을 통해 그의 패션지식을 제품 개발에 본격적으로 활용한 것이다.
나아가 자이츠는 푸마를 '오픈-소스 디자인 기업'으로 전환시켰다. 프랑스 디자이너 줄리 벳(Xuly Bet), 일본 디자이너
미하라 야스히로(Yasuhiro Mihara)와의 협업을 통해 스포츠 산업 자체를 패션산업으로 바꿔놓았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패셔니스타(Fashionistaㆍ뛰어난 패션 감각과 심미안으로 대중의 유행을 이끄는 사람)로부터 호평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통해 푸마는 스포츠 용품 브랜드를 패션 브랜드로 완전히 탈바꿈시키는 데 성공했다. 9년 연속 두 자릿수로 성장하고 있고, 23억달러의 매출과 업계 최대 이익률을 자랑하고 있다.
스포츠 용품에 대한 사내 제조 지식과 패션 디자이너의 회사 밖 디자인 지식을 결합해 '지식의 대통합' 효과를 거둔 것이다.
지식의 아웃소싱이 회사경쟁력을 강화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푸마의 CEO 자이츠는 회사 밖 지식을 활용해 '소비자 트렌드를 선도하는 패션 브랜드'로 상품을 업그레이드함으로써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었다.
외부 지식의 힘으로 기업회생에 성공한 자이츠는 현재까지 CEO 자리를 유지하면서 푸마의 지속적인 도전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외부 지식의 활용은 업계에 널리 확산되고 있다. 아디다스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스텔라 매카트니와의 제휴를 2010년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운동화 반스는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와, 컨버스는 존 바르바토스와 협업을 통해 수준 높은 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덴마크 오디오 회사인
뱅앤올룹슨(B & 0)은 신제품을 만들 때 디자인을 먼저 정하고, 그후 기술을 접목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뱅앤올룹슨에는 회사 소속 디자이너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회사의 지시를 따르면 자유로운 디자인이 나올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대신에 회사 밖 지식을 무한대로 활용한다.
실제로 뱅앤올룹슨의 수석 디자이너 데이비드는 여전히 계약직
프리랜서로 남아 있다. 뱅앤올룹슨의 이러한 디자인 철학을 구현하는 곳은 컨셉트 개발부(Concept Developer)다. 이 조직은 디자이너의 아이디어와 엔지니어의 의견을 조율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일단 디자인 아이디어가 채택되면 엔지니어, 생산 개발자 등은 디자이너의 뜻에 따라 조화롭게 움직인다.
이탈리아의 세계적 주방용품 업체
알레시(Alessi)는 철저하게 아웃소싱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활용한다. 유일한 디자인 관련 부서인 알레시 리서치 센터(Centro Studio Alessi)에서는 세계 각지 디자이너들이 응모한 작품을 검토하며, 여러 대학과 단체에서 워크숍을 진행한다. 알레시와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디자이너만 200명이 넘는다.
국내 가전업체들도 정보기술(IT)과 패션 디자인 지식을 접목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국내 유명디자이너인
앙드레김과 가전제품 디자인 제휴를 맺고 다양한 디자인의 냉장고와 김치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등을 출시했다.
LG
프라다폰, 삼성의
아르마니폰과 아르마니TV 등도 'IT지식과 디자인 지식'을 결합한 지식 대통합의 산물이다.
이제 기업이 전지전능할 필요는 없다. 회사 밖에서 지식을 아웃소싱해 효율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최은수(팀장) / 장용승 기자 / 박종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