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은 과연 선거법 위반인가에 대해 여러가지 말들이 많은 것 같다.
여러 매체에서 워낙 말들이 많은데, 여기 색다른 의견이 있어 옮겨본다.
사실 이 글을 읽기 전에는 이런 쪽으로도 생각할 수 있구나 하는 점을 생각지 못했다.
역시 세상 일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것인 듯 하다.
똑같은 사안을 가지고도 이렇듯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다니.
이 주장이 올고 그름을 떠나 최소한 현 상황에 대한 균형 있는 사고에 도움이 되는 것만은 분명할 듯 하다.
자료출처: http://news.media.daum.net/politics/assembly/200706/21/ohmynews/v17166567.html
'반노 포퓰리즘' 진보지식인에게 묻는다
[오마이뉴스 조기숙 기자]
"나약한 지식인, 기회주의 지성인, 에고덩어리 대학교수, 그것이 당신 실체라고 해."
최근 종영한 드라마 <내남자의 여자>에서 화영이 준표에게 쏟아부은 말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최근 발언에 대한 선관위의 판정에 침묵하고 있는 자칭 진보지식인에게 하고 싶은 말이 아닐까.
민주주의가 인권을 존중하는 것은 그것이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보편적인 가치이기 때문이다. 가진 자나 못 가진 자, 잘난 자나 못난 자, 모두 인권을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
최근 선거관리위원회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내린 선거법 위반 결정은 노무현 대통령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점에서 실망스러운 일이다. 심지어는 선관위원들이 법조문조차 제대로 읽어보지 않고 야당의 압박과 일부 언론 선동에 굴복해 정치적 결정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 이 때문에 선관위 홈페이지는 이번 결정의 부당함에 항의하는 댓글이 넘쳐나고 있다.
선관위, 정치적인 판결 했다
선관위가 정치적인 판결을 했다고 의심되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들의 과거 판정을 뒤집는 것이기 때문이다. 'YS·DJ도 선거개입 안해'라는 제목의 6월 21일자 디지털조선일보 기사에는 "1996년 2월 신한국당 전당대회장.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당이 원내 안정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 변화도 개혁도 없다'는 연설을 했다"고 버젓이 나온다.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이 선거법 위반이라면 이 발언이 어떻게 선거법 위반이 아닐 수 있겠는가.
더 심각한 문제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이회창 전 국무총리와 박찬종 전 의원의 신한국당 영입에 관여했으나 선관위는 "선거법의 '공무원의 선거관여 금지' 규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했으며 김 전 대통령의 당시 선대위원장이었던 이회창씨와의 주례회동도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정한 바 있다.
우리나라 선관위는 1960년 3·15 부정선거에 대한 반성으로 탄생하였다. 선관위가 독재시대 금권·관건을 동원한 선거부정의 산물로 탄생한 만큼 선관위의 업무도 불법·탈법 선거의 단속에 국한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난번 탄핵의 빌미가 되었던 결정도 마찬가지지만 이번 결정은 선관위의 권한을 넘어서는 과도한 유권해석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우리 헌법은 국민의 의사표현의 자유를 존중하고 있다. 전 세계 선진민주국가 어느 나라에서도 행정수반의 정치적 발언을 제약하는 나라는 없다. 영국인인 이화여대의 하우(Howe) 교수는 대통령의 선거관련 발언을 가지고 논란을 하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 국가에서 웃기는 일이라는 논평을 한 바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이 선거법 위반이라는 건 코미디
선관위가 이번 결정에 적용한 공직선거법 9조 1항에 따르면 "공무원 기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기관·단체를 포함한다)는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기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되어 있다. 이 법을 적용한 선관위의 판정은 세 가지 문제를 지닌다.
첫째, 대통령이 공무원 기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에 해당하는 지가 우선 의문이다. 국가공무원법 65조는 공무원의 정치운동을 금지해 놓았지만 대통령은 동법 제3조3항에서 위임한 대통령령에서 동법 제65조가 적용되지 않는 공무원으로 규정되어 있다.
둘째, 우리의 부정선거역사에 비추어 해석할 때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는 특정지역구에 선심성 예산을 편성한다든지, 권력을 이용한 입당회유 혹은 출마저지 등을 의미한다고 해석된다. 따라서 김영삼 전 대통령의 행위는 선거법 위반 혐의가 있을지라도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이 위반이라는 건 하우 교수의 말처럼 코미디라고 할 수 있다.
세째,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는 투개표 개입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만일 법조문 해석에 어려움이 있으면 다른 법과의 조화를 맞추거나 궁극적으로는 헌법에 합치하도록 해석하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관위가 납득할 수 없는 결론을 내린 것을 보면 대통령의 초법적 권력이 여전히 행사되던 김영삼 정부에서는 대통령의 눈치를 보느라 야당의 선거법 위반 주장을 묵살했으며, 초법적 권력을 놓아버려 힘이 없는 노 대통령에게는 반인권적 결정을 내려 야당과 수구언론의 압박에 굴복한 것이 아니겠는가.
한 편의 코미디가 진지하고 엄격하게 받아들여지는 현실은 우리 사회 기득권의 힘이 얼마나 가공한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해준다.
헌법소원은 헌법을 가장 존중하는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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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무현 대통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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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 오마이뉴스 이종호 |
노 대통령이 선관위의 결정에 불만을 품고 헌법소원을 하는 것은 민주국가에서는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민주정치의 핵심은 누구도 절대적 진리를 독점하지 못한다고 가정한다. 대통령도, 국회도, 사법부도 잘못 판단할 수 있다고 믿기에
3권 분립이 되어 있으며, 헌법재판소가 각 기관 간의 갈등을 조정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따라서 '헌법소원'은 법이나 공권력의 결정이 헌법의 정신에 합치되는지 질문하는 것이므로 헌법소원이야말로 헌법을 가장 존중하는 태도라고 할 수 있다.
한나라당이 이를 "헌정질서를 어지럽히는 행동"이라는 논평을 낸 것은 원래 독재의 후예들이니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그럴 수 있다고 치자. 노 대통령이 선관위의 법률적 판단에 불복하는 것은 "
한국민주주의의 성취를 위협하는 행위"(<중앙일보> 6월 20일 시평)라는 윤평중 교수의 주장은 민주주의를 공부한 사람에게는 황당한 발언이다.
한 국회의원이 호텔에서 묵주를 주고받았는지,
부적절한 관계가 있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국회의원도 사생활을 보호받을 권한이 있기에 건전한 시민들은 이를 취재한 언론을 비난했다. 그 국회의원을 좋아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 국회의원의 인권이 보호되어야 나의 인권도 보호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비록 대통령의 발언이 품위가 없고 심했다는 느낌이 든다 해도 그건 법으로 제약할 일이 아니다. 유권자가 판단해서 심판할 일이다. 우리 국민이 그 정도 수준은 되고도 남는다. 대통령의 말 한 마디로 후보를 당선시키고 떨어뜨릴 수 있다면 왜 자신의 지지도는 말 한 마디로 올리지 못하는가. 대통령의 말 한 마디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국민을 심각하게 모독하는 것이다. 더 이상 국민을 모독하고 무시하지 마라.
민주주의는 말로 경쟁하는 정치체제다. 노 대통령은 초법적 권력을 모두 버렸기에 쓸 수 있는 무기가 말밖에 없다. 그런 노 대통령에게 재갈을 물리면 정치를 하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정치는 정책을 만들고 실행하는 전과정이다. 말도 못하면서 어떻게 민생을 챙기고 양극화를 해결하라는 말인가.
거대한 기득권에 둘러싸여 비틀거리는 힘겨운 대통령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그들과 싸워 이기지 못했다고 온갖 독설을 퍼붓는 자칭 진보지식인들에게 묻고 싶다. 대통령의 인권탄압에 대해서는 침묵하면서, 대통령을 비난하는 반노 포퓰리즘에 편승하여 진보를 자처할 수 있는 것인지.
한국 사회가 20년만 정상적으로 진행되어도 지금의 일화는 한 편의 개그로 회상될 것이다. 외국인이 우리를 보며 웃음을 깨무는 것처럼. 그 때 부끄러운 지식인이 되지 않으려면 지금 자신의 생각을 역사의 한 페이지에 기록해두어야 하지 않을까. 진보 지식인의 목소리가 간절히 듣고 싶다.
/조기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