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고, 정말 이런 세상이 오긴 올까...

그리고 오면 과연 행복할까,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기사네요.

자료출처: http://news.media.daum.net/culture/woman/200705/11/joins/v16699188.html?_right_TOPIC=R6

중앙일보 이나리.김경진.권혁재] 한 기업 홍보팀의 회식 자리입니다. 여자 선배가 말합니다. "요즘 우리 남편 밤마다 손에 약 바르고 비닐랩까지 싸맨 다음 자잖아. 물 일 많이 해 주부습진이 도졌다나." 굳은 표정으로 듣고 있던 남자 후배, 버럭 한 소리 합니다. "거, 남자가 그렇게 살면 되겠습니까." 이어지는 후배의 진지한 발언. "주부습진이라니 마님 걱정되시게 그런 실수를 왜 합니까. 전 고무장갑 안에 면장갑까지 끼고 설거지합니다."

그럴 줄 알았습니다. 이 후배, 요즘 급격히 늘고 있는 '우렁 신랑'이거든요. "집안일은 당연히 내 일" "이왕 하는 거 즐겁게 하자"를 외치는 대한민국 신(新)남편. 남자들에겐 눈엣가시, 여자들에겐 '꿈의 반려'인 우렁 신랑들을 만나 보시죠.

글=이나리·김경진 기자 windy@joongang.co.kr windy@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해외 출장 길이었어요. 30대 중.후반 남자 셋이 같이 다녔는데 한참 수다 떨다 보니 우리가 살림 사는 얘기를 하고 있더라고요. 전은 두 번 부쳐야 모양이 예쁘다느니, 셔츠는 팔부터 개야 덜 구겨진다느니. 마주 보며 웃고 말았죠." 결혼 10년차 직장인 이문규(39)씨의 말이다.

중견기업 팀장인 신미혜(가명.36)씨는 '신이 내린 남편'과 산다. "동료들이 제 남편에게 붙인 별명이에요. 청소.요리.쓰레기 분리 수거는 기본, 머리 감고 나오면 수건 들고 서 있다 닦아주기까지 하는 걸요(웃음)." 그것도 결혼 9년째인데 말이다.

'우렁 각시' 설화에 빗대 '우렁 신랑'이라 부를 만한 이들은 대개 맞벌이 가정의 20, 30대 남편들이다. 육아.요리.청소는 물론 공과금 납부나 장 보기, 집안 대소사 챙기기도 아내와 함께한다. 가부장적 남편이 1세대, '말로만 돕기'형 남편이 2세대라면, 우렁 신랑은 3세대 남편이라 할 만하다. 여성개발원 박수미 연구원은 "가사 분담에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맞벌이라도 손 하나 까딱 않는 남편이 여전히 많은데, 한쪽에선 아내 이상으로 가사에 적극적인 남편들이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성결대 사회복지학과 신연희 교수는 "젊은 층일수록 부부가 가사와 가정 경제를 공동 책임져야 한다는 의식이 강하다. 하지만 '몸'과 현실이 이를 안 따라주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우렁 신랑들은 그 차이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이들인 셈이다.

KTX 승무원인 김성곤(30)씨는 맞벌이 아내와 사이에 여섯 살배기 딸을 두고 있다. 김씨는 "업무상 쉬는 날이 많아 아이 우유 먹이고, 기저귀 갈고, 안고 다니는 일은 내가 더 많이 했다"고 했다. "가정의 행복을 위해 바깥일도 하고 돈도 버는 거잖아요. 아내도 똑같이 힘든데 집안일 나눠 하는 거야 당연하죠. 사실 이건 일이라고 할 수도 없어요."

우렁 신랑들은 아내에 대한 '서비스'도 특별하다. 회사원 이성호(29)씨는 일주일에 한두 번은 아내의 발을 마사지해준다. "따뜻한 물에 발을 20분 정도 담그게 한 뒤 손에 아로마 제품을 묻혀 부드럽게 마사지하죠. TV 보며 이야기도 나눌 수 있어 좋아요." 회사원 김대환(31)씨 또한 "피곤에 지쳐 부은 아내 다리를 맥주병으로 밀어주며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 게 낙"이라고 했다.

우렁 신랑을 바라보는 부모들의 마음은 어떨까. 김대환 씨는 "우리 부모님은 '남자가 더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신다"고 했다. 박종규(71)씨는 "43세인 맏아들이 일주일에 두세 번씩 밥하고 설거지하는 모습을 보면 측은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며 "하지만 혼자 버느라 고생하는 것보다 며느리가 직장 생활을 잘하도록 돕는 게 길게 봐 현명한 일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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